동물원에서 탈출한 세로가 불편한 이유

by 여행하는 과학쌤

"최대한 눈에 띄어야 해. 잘 할 수 있죠? 적극적으로 손 들고. 할 수 있지?"

멍키미아 해변에 돌고래를 만나러 가는 날 피디님이 거듭 강조하셨어. 선택받은 관광객들은 야생 돌고래 바로 옆으로 다가가서 먹이를 줄 수 있으니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거야. 직원에게 간택되려면 플래카드라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동안, 우리 중 누구도 돌고래가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인도양의 영리한 돌고래들은 수십 년 전 이곳의 주민과 관계를 맺은 이후 거의 매일 멍키미아 해변에 찾아온대. 야생 돌고래인데도 1년 내내 육지 근처의 아주 얕은 해변까지 헤엄쳐 오고,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물고기를 받아먹는다니 어찌 신비하지 않겠어? 유일한 단점이라면 돌고래가 몇 시에 올지, 몇 마리나 등장할지, 얼마나 가까이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혹시나 돌고래를 놓칠까 싶어 해양 공원이 오픈하기도 전부터 주변을 배회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돌고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고, 먹이를 주는 기회까지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뿐이었어. 하지만 잠잠한 바다 위로 태양만 점점 높아졌어. 돌고래가 등장하면 당장이라도 물에 들어가려고 아침부터 바지를 걷고 있던 다리가 못 견디게 뜨거워질 때쯤, 바다 멀리 지느러미가 보였어. 돌고래의 수영을 본 기쁨과 환호도 잠시. 그날의 만남은 그 스쳐감이 전부였어.


멍키미아의 공식 안내를 봐도 돌고래가 찾아오지 않는 날은 드물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 거의 없는 불운이 나에게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하지만 야생의 삶이란 원래 알 수 없는 법이잖아? 먼발치에서 돌고래를 바라본 것이 오히려 좋았어. 관광객을 위해서 정해진 시각에 시작되는 돌고래쇼가 아니어서, 그래서 좋았어. 그래, 모든 질문에 "It's up to dolphin.(돌고래 마음이지요.)"이라고 한결같이 대답하는 직원의 무심한 답변이 멍키미아를 더 애정하게 만든 거야.



야생 돌고래의 노래


고래목 이빨고래아목에 속하는 여러 소형 종들을 돌고래로 통칭해. 지능이 높아서 사람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수족관의 그 어느 생물보다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야. 물속에서만 생활하는 생명체 중에 유일한 포유류가 고래이기 때문에 수중 생물 중 지능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체 포유류 중에서도 돌고래는 지능이 높은 편이야. 무리를 이루어서 집단 학습이나 협력을 하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이용해 놀이를 즐기기도 해.


게다가 고래는 소리를 내어 대화까지 할 수 있어. 사람의 언어처럼 고래도 종에 따라, 서식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언어를 이용한대. 특히 돌고래는 진동수나 음색이 다른 수백 종류의 음파를 만들어내고 이를 조합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이마 쪽에 위치한 공기주머니에서 공기를 내뿜어 음파를 만들고, 아래턱뼈로 전달된 진동을 통해 외부의 음파를 인식해. 다른 돌고래가 보낸 음파 외에도 자신이 만들어낸 음파가 어딘가에 부딪혀 돌아오는 것을 인식해서 주변의 물체를 파악하기도 한대.


그렇기 때문에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은 다른 수중 생물과 달리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게 돼. 갇혀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지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좁은 수족관 벽에 부딪혀 돌아온 음파가 사방에 울려서 돌고래에게 더욱 큰 시련을 주는 거야. 드넓은 바다에서도 해양 선박이 지나가면, 소음 공해를 느낀 고래가 노래를 멈춘대. 수족관 속 영리한 돌고래들은 영영 말을 잃어 버리는 거야.


불과 일주일 전에 동물원의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활보한 얼룩말 '세로'의 이야기로 세간이 떠들썩했잖아. 마냥 웃을 수가 없었어. 얼룩말은 무리 생활을 하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우리 안에 홀로 남겨진 세로는 본성을 뒤흔드는 고통을 느꼈을 거야. 세로의 외로움을 덜어줄 짝꿍 얼룩말을 물색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탄식이 절로 나왔어. 세로의 고통이 반이 될지 고통을 겪는 동물이 두 배가 될지는 모를 일이니까.


멍키미어의 돌고래처럼 야생 그대로의 동물과 공존하는 보호 구역, 혹은 야생에서의 자립이 불가능한 동물만 보호하는 동물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정신 차려보니 다시 우리 안으로 돌아온 것을 알았을 때 세로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keyword
이전 03화스트로마톨라이트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