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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원용 Mar 06. 2017

양자역학이 기이하다고? 기이함은 당신 마음에 있다

큐비즘(Quantum Bayesianism, QBism)에 대해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가 Scientific American 2013년 6월호에 실었던 글이 뉴스페퍼민트에 번역되었습니다. http://newspeppermint.com/2013/07/21/qbism/


Scientific American 2015년 12월호에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가 더 길게 쓴 글을 아래처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정원님, 송민령님이 도와주셨습니다.)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는 <큐비즘: 양자 물리학의 미래(QBism: The Future of Quantum Physics)> 제목의 책을 2016년에 출간했습니다.


여러 가지 양자역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양자역학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뉴스페퍼민트에서 사용한 '베이지안 양자역학'보다는 다음 블로그 '사물의 풍경'처럼 '양자 베이즈주의'라는 용어가 낫겠습니다. http://blog.daum.net/_blog/tagArticleList.do?blogid=0YJHp&tagName=큐비즘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quantum-weirdness-is-all-in-your-mind/

양자역학이 기이하다고? 기이함은 당신 마음에 있다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양자역학은 물리학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크기에서 천문학적인  크기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가장 이상한 이론이기도 하다. 양자 영역에서 입자는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며, 고양이는 죽어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다. 물리학자들이 90년 동안 양자 세계의 모순과 씨름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진화론과 우주론의 성과가 보편적인 지식의 일부로 통합된 것과 달리 양자 이론은 (심지어 물리학자들에게조차) 기괴한 비정상 취급을 받고 있으며, 첨단 전자 기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쓸모는 거의 없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2001년 큐비즘(Quantum Bayesianism, QBism)이라는 모델이 등장하여 양자 역설을 제거하거나 덜 불편한 형태로 바꿔 놓았다. 양자 베이즈주의라고도 알려진 이 모델은 양자적 기괴함의 원천인 파동 함수를 다르게 해석한다.


양자 이론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전자와 같은 입자는 파동 함수로 표현된다. 파동 함수는 입자의 성질을 묘사하는 수학적 표현이다. 전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려면, 파동 함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하면 된다. 계산 결과는 전자가 어떤 성질을 지닐 확률을 알려준다. 예컨대 전자가 다른 곳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할 확률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파동 함수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기거나, 파동 함수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양자 이론과 확률 이론을 결합한 큐비즘은 파동 함수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대신 큐비즘은 파동 함수를 일종의 사용자 설명서로 간주한다. 관찰자가 양자 세계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수학적 도구로 보는 것이다. 관찰자는 파동 함수를 사용해서 양자 시스템이 어떤 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자신의 개인적인 믿음의 정도를 계산한다. 또한 관찰자는 개인의 선택이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방식으로 양자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다. 또 다른 관찰자는 자신이 보는 세계를 묘사하는 다른 파동 함수를 사용하여  동일한 양자 시스템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나의 시스템–하나의 사건–에 대해 관찰자의 수만큼 많은 파동 함수가 존재할 수 있다. 관찰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고 새로 얻은 지식을 적용하여 각자의 파동 함수를 수정한 후에야 조리 있는 세계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전향한 코넬 대학의 이론 물리학자 N. David Mermin은 최근 큐비즘으로 전향하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 중 가장 강력한 추상화”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 없는 파동함수


파동 함수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1930년대에 양자 역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닐스 보어가 쓴 글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찾을 수 있다. 보어는 파동 함수를 "순수하게 기호만을 사용하는" 양자 이론 형식의 일부로 간주하고, 계산을 위한 도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큐비즘은 보어의 주장에 수학적 뼈대를 제공한 최초의 모델이다. 큐비즘은 양자 이론을 베이즈 통계와 융합한다. 베이즈 통계는 200년이나 된 것으로 ‘확률’을 ‘주관적인 믿음’으로 정의한다. 큐비즘은 베이즈 정리라는 수학 공식을 사용하여 새로운 정보에 비추어 주관적인 믿음을 수정한다. 큐비즘 지지자들은 파동 함수를 주관적인 믿음으로 해석하고 베이즈 통계의 규칙에 따라 수정함으로써 양자역학의 불가사의한 역설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전자를 생각해 보자. 전자를 검출하면 전자는 어떤 위치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자를 검출하지 않을 때 전자의 파동 함수는 퍼져 있으며, 전자가 여러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을 나타낸다. 측정을 하면 전자는 다시 어떤 위치에서 검출된다. 표준 해석에 따르면 파동 함수는 측정에 의해 순간적으로 하나의 값으로 ‘붕괴’한다.


붕괴는 정확히 모든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변화는 바로 인접한 것들 때문에 일어난다는 국소성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결국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고 불렀던 수수께끼로 이어진다.


양자 역학 초기부터 물리학자들은 파동 함수의 붕괴를 역설적인 것으로 보았고 매우 불편하게 여겼다. 이 불편함 때문에 양자 역학의 다른 해석들이 제안되었지만 역설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양자 역학의 네 가지 해석’ 상자 참조].


그러나 큐비즘은 역설이 없다고 말한다. 파동 함수의 붕괴는 단지 관찰자가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여 갑자기 불연속적으로 자신이 부여하는 확률을 수정하는 것이다. 의사가 단층 촬영 검사 결과를 보고 암환자의 예후를 수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양자 시스템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변화를 겪지 않았다. 관찰자가 자신의 기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파동 함수가 변경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사고방식을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에 적용할 수 있다. 양자물리학자 어윈 슈뢰딩거는 살아 있는 고양이, 독가스가 든 유리병, 방사능 원자가 있는 밀폐된 상자를 상상했다. 원자는 양자 역학의 규칙에 따라 한 시간 안에 50:50의 확률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면 망치가 유리병을 부수고 독가스가 나와서 고양이는 죽는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는 산다.


이제 실험을 진행하고 상자 안을 보지 않는다. 1시간이 지난 후, 전통적인 양자 이론은 원자의 파동 함수가 두 가지 상태의 중첩이라고, 붕괴하고 붕괴하지 않는 두 상태가 겹쳐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상자 안을 아직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첩은 확장된다. 망치도 중첩 상태에 있고 독가스가 든 유리병도 중첩 상태에 있다. 그리고 가장 기괴하게도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은 고양이도 중첩되어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는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다.


위그너의 친구가 이 실험을 진행하고, 위그너는 실험실을 떠났다. 1시간 후 위그너의 친구는 실험 결과를 알지만, 위그너는 그 결과를 아직 듣지 못했다. 고양이가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는 중첩 상태는 위그너가 실험 결과를 알게 될 때 붕괴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전에 붕괴한 것일까?


파동 함수를 상자 안 고양이의 객관적인 속성으로 보지 않고, 관찰자의 주관적인 속성이라고 간주함으로써 큐비즘은 모순을 제거한다. 큐비즘에 따르면 당연히 고양이는 살아 있거나 죽어 있다 (둘 다가 아니라). 물론 파동 함수는 살아 있고 죽어 있는 상태의 중첩을 나타내지만, 파동 함수는 관찰자의 믿음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위그너의 파동 함수가 위그너 친구의 파동 함수와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만 모순이 발생한다. 위그너의 파동 함수는 위그너의 주관적인 속성이고, 위그너 친구의 파동 함수는 위그너 친구의 주관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모순이 없다. 고양이가 정말로 살아 있는 동시에 죽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야구 경기 경기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두산 베어즈가 승리한 동시에 패배한 중첩된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생각한 그대로 세상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과대망상증 환자의 착각이다.


이론 물리학자 N. David Mermin은 물리학자들에게 “상상의 퍼즐에 관한 어리석은 질문들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양자 이론의 정말로 근본적인 본질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본질이 무엇이든.


말썽꾼


2002년 1월 “베이즈 확률로서의 양자 확률 (Quantum Probabilities as Bayesian Probabilitie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짧은 논문에서 큐비즘이 탄생했다. 뉴멕시코 대학교의 Carlton M. Caves, 미국 뉴저지에 있는 벨 연구소의 Christopher A. Fuchs, 런던 대학교의 Ruediger Schack 세 사람은 모두 양자 정보 이론 전문가였고, 이들이 저명한 기관의 물리학과, 기업 연구소, 수학과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들의 연구가 여러 분야에 걸쳐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Fuchs는 캐나다 온타리오의 페리미터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고 스스로  큐비즘의 수석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옅은 갈색의 앞머리를 세운 Fuchs는 텍사스 출신으로 활기차고 명랑하며, 유머 감각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 논문에서 나는 좋은 뜻의 말썽을 일으키려고 한다”로 시작하는 글을 보고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과학이 본질적으로 집단 활동이며 전투에 맞먹는 지적인 토론을 통해서만 심오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회오리를 몰고 다닌다. 배낭을 메고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전 세계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발표장에서 좌장 역할을 하고, 대학교에서 강연을 한다.


Fuchs는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도 개척했다. 2011년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양자 정보의 시대가 오고 있다(Coming of Age with Quantum Information)”는 제목의 600페이지짜리 책으로 출간했다. 큐비즘의 등장을 시간에 따라 기록한 이 책은 뜨거운 피가 흐르는 물리학자들이 이론 물리학을 실제로 어떻게 탄생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위키백과의 건조한 설명에서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보이는 Fuchs의 신념 또한 대부분의 과학자와 다르다. 철학이 물리학에 영향을 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물리학의 심오한 통찰이 철학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영향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철학이 중요하다고 Fuchs는 확신한다.


다른 확률


확률은 마치 ‘시간’처럼, 우리가 안다고 여기지만 정의하려고 하면 어렵다. 확률이 50%라는 것은 동전을 100회 던져서 앞면이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내일 비 올 확률이 60%이다”라고 말할 때의 확률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작전이 성공할 확률을 55%로 짐작했다”라고 말할 때의 확률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지난 3백 년 동안 경쟁하는 두 이론이 확률을 정의했고, 그 안에도 여러 변종이 있다. 전통적인 빈도주의 확률은 더 나중에 나왔고, 연속된 시도에서 나타나는 빈도로 사건의 확률을 정의한다. 빈도주의 이론에 따르면 확률은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과학 실험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 동전 던지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동전을 아주 여러 번 던지면 약 반 정도는 앞면이 나올 것이고 따라서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근사적으로 ½이다. (‘아주 여러 번’, ‘약’, ‘근사적으로’처럼 모호한 말들을 피하기 위해서, 무한 번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정확히 ½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의하면 확률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따라서 확률이 객관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이 확률을 일기 예보에 적용할 때는 실제 날씨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로 경우를 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짐작한 확률에는 빈도주의 확률이 아무 쓸모가 없다. 빈 라덴 작전을 여러 번 하는 것은 명백히 불가능하다.


18세기 영국의 목사 토마스 베이즈의 이름을 딴 베이즈 확률은 더 오래되었고 프랑스의 물리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에 의해 완성되어 널리 알려졌다. 빈도주의 확률과는 대조적으로 베이즈 확률은 주관적이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내기로 얼마의 돈을 거는 게 좋을지, 믿음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 베이즈 확률이다. 동전 던지기처럼 간단한 경우에는 빈도주의 확률과 베이즈 확률이 같다. 하지만 일기예보나 군사 작전의 경우에, 빈도주의 확률과 달리 베이즈 확률은 경험에서 얻은 직관을 정량적인 통계 정보와 자유로이 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베이즈 확률은 빈도주의 확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일회성 사건도 쉽게 다룰 수 있고, 무한 번 반복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베이즈 확률의 위력은 더 구체적이다. 베이즈 확률에서는 믿음의 정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확률도 변할 수 있다. 여러 해 동안 날씨가 안정적이었다면 빈도주의자 일기예보관도 비 올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자기 닥친 가뭄에 참조할 과거 기록이 부실하다면, 비 올 확률을 계산할 때 베이즈주의자 일기예보관이 새로운 정보와 기후 조건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다.  


베이즈 확률의 핵심은 베이즈 정리라고 부르는 수학 공식이고, 이 공식을 적용해서 새로운 정보가 확률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암이 의심되면, 의사는 전체 인구 중 암 발생 비율, 환자의 가족력, 기타 요소 등을 고려하여 초기 확률을 부여한다. 환자의 검사 결과를 받으면 의사는 베이즈 정리를 적용하여 그 확률을 다시 계산한다. 그렇게 계산한 확률은 그 의사의 개인적인 믿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베이즈 확률 대신 빈도주의 확률을 믿는데, 그 이유는 단지 주관성을 피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Fuchs 덕에 베이즈 확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런던대학교의 수학자 Marcus Appleby는 “실제로 예측을 할 때는 베이즈 방법이 더 낫다”라고 말한다.


10년 동안 동일한 사람이 매주 당첨된 복권이 있다면, 누구나 그 복권에 돈을 거는 것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과거의 당첨 결과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엄격한 빈도주의자라고 Appleby는 설명한다. 실제로 그런 당첨 결과를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상식은 베이즈주의 관점을 택할 것이고 최선의 증거를 바탕으로 지식을 수정할 것이다.


보른 규칙을 다시 쓰다


파동 함수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큐비즘이 모든 현실을 부정하는 허무주의 이론은 아니라고 큐비즘을 창안한 Schack은 강조한다. 관찰자가 들여다보는 양자 시스템은 정말로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그는 말한다. Mermin에 따르면, 철학적으로 큐비즘은 관찰자가 사는 세계와 그 세계에 대해 관찰자가 경험하는 것을 구분하고, 파동함수는 관찰자의 경험을 설명한다.


수학적으로, Fuchs는 최근 중요한 발견을 했다. 이 발견은 확률과 양자 이론을 해석하는데 큐비즘이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할 수도 있다. 파동함수로부터 양자 사건의 확률을 계산하는 경험식을 보른 규칙(Born rule)이라고 부르는데, Fuchs의 발견은 이와 관련이 있다. (기술적인 용어로 보른 규칙은 “양자 시스템에서 속성 X가 측정될 확률은 X에 부여된 파동함수의 크기의 제곱과 같다”는 것이다.) Fuchs는 파동 함수를 사용하지 않고 거의 전적으로 확률 이론의 언어만을 사용하여 보른 규칙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그동안 보른 규칙을 사용하여 파동 함수를 실험 결과와 연관시켰지만, 이제 Fuchs는 확률만으로도 실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Fuchs는 보른 규칙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파동 함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파동함수는 관찰자가 양자 세계에 대한 개인적 믿음, 즉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 관점에서 보른 규칙은 더 객관적인 확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와 상호 작용할 때 관찰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돕는 추가 규칙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베이즈 확률에 추가된 것”이라고 Fuchs는 적었다.


이 새로운 공식은 놀랍도록 간단하다. 이것은 전체 확률의 법칙을 닮았고 단 하나의 작은 차이만 있다. 전체 확률의 법칙은 논리적으로 모든 경우의 가능성을 다 더하면 1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전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½)에 뒷면이 나올 확률(½)을 더하면 1이다. 이 공식으로 양자 확률을 계산할 때 양자역학과 관련된 유일한 항목이 그 작은 차이이고 이것은 시스템의 양자 차원, d로 표현된다. 여기서 차원은 깊이나 길이가 아니라, 양자 시스템이 놓일 수 있는 상태의 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전자의 경우 스핀-위 또는 스핀-아래 두 가지 상태일 수 있기 때문에 양자 차원은 2이다.   


질량이 어떤 물체의 중력과 관성에 관한 성질을 나타내는 것처럼, Fuchs에 따르면 양자 차원은 시스템의 ‘양자적 성질’을 나타내는 고유하고 환원 불가능한 특성이다. 양자역학 계산에서 d는 항상 존재했지만 이렇게 명시적으로 d가 근본적인 공식에 나타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Fuchs는 보른 규칙의 새로운 형태로부터 양자역학의 새로운 전망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Fuchs는 “양자 이론의 공리들 중에서 [보른 규칙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현실


큐비즘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복잡한 거시적 현상을 더 간단한 미시적 현상들을 사용하여 설명하는 것을 기존의 양자 역학만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롭고 설득력 있는 가정을 바탕으로 양자 역학의 표준 이론을 다시 세우는 목표를 달성하면 이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큐비즘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아직 그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파동 함수를 개인적인 믿음의 정도로 해석하는 큐비즘을 통해 “물리학은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한 보어(Bohr)의 통찰에 정밀한 수학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큐비즘 지지자들은 실험을 수행하기 전까지는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전자의 속도나 위치를 측정하기 전까지는 전자에 속도나 위치라는 속성이 없다. 측정 때문에 그 속성이 존재하게 된다. Fuchs가 말한 것처럼 "실험자가 자유 의지로 행한 모든 측정에 의해, 일종의 탄생 순간에 참여한 것처럼 세계가 아주 조금씩 형성된다." 이렇게 우리는 우주의 지속적인 창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As Fuchs puts it, “With every measurement set by an experimenter’s free will, the world is shaped just a little as it participates in a kind of moment of birth.” In this way, we become active contributors to the ongoing creation of the universe.)



요약


양자역학은 너무나 성공적인 이론이지만 이상한 역설로 가득 차 있다. 역설을 제거하거나 덜 골치 아픈 형태로 바꾸기 위해, 최근에 개발된 양자 베이즈주의(Quantum Bayesianism, 큐비즘)라는 모델은 양자 이론과 확률 이론을 결합하였다.


큐비즘은 양자 역설의 중심에 있는 파동 함수를 다르게 해석한다. 입자가 어떤 속성을 가질 가능성, 예를 들어 입자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서 관측될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 파동 함수를 사용한다. 하지만 파동 함수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파동 함수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큐비즘은 파동 함수를 단순히 수학적인 도구로 간주한다. 관찰자는 양자 시스템이 어떤 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에 값을 부여하기 위해 파동 함수를 사용한다. 이 관점에서 파동 함수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고 단지 개인의 주관적인 정신 상태를 반영한다.


양자 역학의 네 가지 해석


양자 세계에서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양자 역학의 수학적 형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10가지도 넘는 해석이 있다. 양자 베이즈주의는 아마 가장 급진적으로 보일 것이다. 아래 4가지 해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펜하겐 해석. 양자 역학의 전통적인 형태이고, 덴마크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 연구소에서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주로 발전시켰다. 원자 같은 시스템에서 관측할 수 있는 속성들을 양자 상태라고 부른다. 양자 상태는 스프레드시트를 닮은 행렬이나 파동 함수라고 부르는 공식으로 묘사할 수 있고, 가능성들을 나타낸다. 양자 상태는 보른 규칙을 통해 실제 세계와 만난다. 보른 규칙을 적용해서 어떤 양자 상태의 측정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스승 막스 보른은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측정을 통해 관찰자는 실험의 실제 결과에 해당하는 새로운 상태로 양자 상태를 붕괴시킨다. 이 순간적인 붕괴는 빛의 속도보다 빨리 작용이 전달될 수 있음을 내포한다.  


가이드 필드 해석.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여러 물리학자들은 한동안 양자 역학의 수학적 형태를 바꾸어 입자의 운동을 제어하는 실제 물리적 힘의 장을 포함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입자가 많아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익숙한 3차원 대신 N개의 입자는 3N차원의 추상 공간에서 움직인다. 더 큰 문제는 가이드 필드가 원격 작용하는 힘을 미치기 때문에 물리적인 작용이 먼 거리에서 순간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러 세계 해석. 양자 상태 붕괴의 수수께끼를 피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급격한 전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최근에 많이 늘었다. 여러 세계 해석은 세계를 하나의 양자 상태로 보고, 이것이 연속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변한다고 본다. 이 해석에서는 이중 슬릿 중 어느 쪽으로 전자가 통과했는지 알기 위해 실험을 수행할 때 양자 상태가 한쪽의 슬릿으로 붕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세계가 두 개의 가지로 갈라진다. 실제 세계의 관찰자는 두 갈래 가지 중 한쪽에 위치하고 다른 가지의 세계는 관측할 수 없다. 결국 세계는 나뭇가지처럼 수많은 세계로 갈라지고 모든 가능성은 그렇게 많은 세계 중 어딘가에 실현된다.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 이외에도 이 해석의 단점은 갈래치기를 초래하는 ‘측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보른 규칙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발적 붕괴 이론. 관찰자가 초래하는 붕괴를 제거하는 대신 이 이론에서는 모든 양자 시스템에서 붕괴가 매우 드물게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양자 시스템이 거시적 물체와 상호작용할 때는 자발적 붕괴가 의미 있게 일어난다고 상정한다. 이 이론에는 완전히 새로운 붕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붕괴 메커니즘이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한, (이 이론이 대체하려는) 관찰자가 초래하는 붕괴 이론만큼이나 이 이론도 불가사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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