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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원용 Feb 06. 2019

"물질에서 정신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테렌스 디컨의 책 “완성되지 않은 자연 Incomplete Nature"

강가의 조약돌이 "저절로" 물 위를 튀겨서 날아오를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누군가가 "물수제비"라는 말을 한 후에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물수제비"라는 생각은 물질이 아니고 에너지도 아니지만 강가의 조약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테렌스 디컨은 이것을 과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책“완성되지 않은 자연 (Incomplete Nature): 물질에서 정신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서 방향을 제시합니다.


같은 단서를 보고 셜록 홈즈는 정보를 읽어내지만 존 왓슨은 눈치채지 못합니다. 역사적인 이유로 어떤 사물이 그 상태에 있는 것이지만 거기서 과거의 흔적, 정보를 읽어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과거의 흔적은 "해석"되지 않고 사라집니다. 테렌스 디컨이 책 “완성되지 않은 자연(Incomplete Nature): 물질에서 정신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13장에서 한 말입니다. 


정보는 사물에 속한 것이 아니라, 그 사물에 없는 (absent) 다른 것과의 관계입니다. 영(0, zero)을 받아들여서 제논의 역설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없는 것(absence)이 물리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서 불질에서 정신이 나타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Psycology Today"에 2011년에 실렸던 서평을 아래처럼 번역했습니다.


https://www.psychologytoday.com/blog/ambigamy/201111/scientific-explanation-the-emergence-mattering-matter

 

물질(matter)에서 물질을 궁리하는 정신(mattering)이 나타나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A Scientific Explanation for the Emergence of Mattering from Matter)

제레미 E. 셔만 박사 (Jeremy E Sherman Ph.D.)

2011년 11월 1일 


물질에서 정신이 나타나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성공하고 있는가? 인지과학자 제리 포더(Jerry Fodor)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이 어떻게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물질이 어떻게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설명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포더의 입장은 주류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인지과학자들은 희망적이다. 대부분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생명 과학, 복잡계 이론, 정보 이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의식을 물질적으로 설명하는데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있는 테렌스 디컨(Terrence Deacon)은 책 “완성되지 않은 자연(Incomplete Nature: 물질에서 정신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Norton, 2011)에서 포더가 말한 난관에 도전한다. 디컨은 다수가 인지 과학을 연구하는 방법이 제논의 역설과 공통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의식을 과학적으로 완전히 설명하려는 길에서, 신경학적 과정을 아무리 잘게 해부해도,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의 계산적 모델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의식을 설명하는데 가까이 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미적분학이 등장해서 제논의 역설을 극복하고 아킬레스가 거북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의식을 설명하는 순수한 물리학에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디컨은 말한다. 


의식은 표상을 이끈다. 생각이나 행동은 상황에 관한 것인데,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를 설명하는 복잡계 이론을 비롯한 현재의 모든 물질적 설명은 이것을 놓치고 있다.


의식말고도 본질적으로 무엇에 관한 현상이 또 있다. 생물학적 적응은 모두 무엇에 관한 것이다. 프란시스 크릭이 단언했지만 DNA가 생명의 비밀은 아니다. 생명의 비밀은 디컨이 말한 질문의 답에서 나올 것이다. DNA나 그밖의 생물학의 물질적 현상들이 “무엇에 관한 것이라는 성질(aboutness)”, 환경을 표상할(represent)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얻었는가?


진화할 수 있는 최초의 기능부터 인간의 사회적 과정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의식적이라고 부르던 모든 현상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단순히 기능적, 적응적이라고 부르던 모든 현상을 아울러 한꺼번에 설명하기 위해 디컨은 “ententional”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기능적, 적응적 현상은 환경에 대해서 어떤 (좋거나 나쁜, 즉  적응 또는 부적응) 결과를 낳는다.


 Ententional 현상들이 저절로 나타남에 따라, 생명의 모든 특성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특성들에는 기능, 진화, 순차적인 결과를 낳는 행동, 자기 복제(self reproduction = re-presentation) , 목적지향, 자유의지라고 흔히 잘못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자기 주장에 가까운 것, 환경에 새로운 물리적 일(physical work)을 할 수 있는 (진화 또는 학습을 통한 적응으로 얻은) 생명체의 능력이 포함된다.


디컨에 따르면,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 이래 의식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설명하려는 대다수의 접근 방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여러 인지과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자기(self)가 실재하지 않는데 실재하는 것처럼 취급하기 때문이 아니다. 디컨은 자기(self)를 숨기지 않고, 스스로에 맞추어 물리적인 일(work)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과학적 지위로 끌어 올리려 한다. 지구나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생명이 탄생할 때, 물리적인 일을 하는 자기(self)가 어떻게 저절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디컨은 설명하려고 한다. 디컨에 따르면 “물질이 어떻게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설명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화학과 복잡계 과학을 포함하는 고전적인 물리학으로부터 진화가능한 단계로 넘어서는 경계에서 물리적인 일의 상태가 바뀌는 것(상전이, phase transition)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디컨은 하버드대학교에서 신경 줄기 세포 연구를 거의 세계 최초로 한 적이 있다. 디컨에 따르면 환원주의적으로 신경학적 세부를 설명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창발하는 생물학적인 자기들이 하는 새로운 종류의 일(the kind of novel work)를 포함하도록 물리적인 일에 대한 생각 자체을 바꾸어야 한다.


여러 주제를 한번에 꿰뚫는 것은 과학자들은 보통 피하는 것이지만, 디컨은 복잡계의 시스템 동력학에서 출발하여 생명의 목적 지향적인 동력학에 이르는 문턱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그 사이의 물질적인 단계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어떤 복잡계 이론가들은 자신들의 모델이 그 문턱을 넘어가는 것을 이미 설명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디컨은 “자기 조직(self-organization)”에서 자기는 단순한 이름일 뿐 설명한 것이 아니라고, 환원주의자들이 인과관계와 일에 대해 하는 설명을 위반하지 않고도 자기(self)를 설명하는 것처럼 속임수를 쓴 것이라고 (homuncular sleight of hand) 말한다.


Ententionality를 포함하는 물리적인 일을 과학적, 물질적으로 설명하려면, 제약(constraints)과 없는 것(absense)이 물리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디컨은 말한다. 중세의 수학자들이 영(zeno)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처럼, 제약과 없는 것이 물리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터무니 없게 보일 것이다. 제논의 역설을 해결한 미적분학에는 영의 개념과, 0을 근사한 극미량의 수렴이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가 과학에서 물질적인 대상을 이해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질주의자들은 모든 현상에는 궁극적으로 그에 대응하는 물질적인 대상이 있다는 직관을 고수한다. 기계에는 기능적 부품들이 있다. 정신에는 기능적 “모듈”들이 있다. 형질에는 대응하는 유전자가 있다. 생각에는 그에 대응하는 신경상관물(neural correlates)이 있다. 생물학적 적응에는, 물제를 누르거나 밀듯이 생물학적 혈통에 작용해서 적응을 드러나게 하는 “선택 압력”이 있다. 


디컨은 이 직관 대신 없는 것(absence)의 창발적 동력학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옮긴이: 냄비에 식용유를 얕게 붇고 가열할 때 볼 수 있는) 버나드 셀(Benard cell)이나 소용돌이 같은 “끌개(attractor)”는 물체가 아니지만 동력학적 다양성을 제거하는 제약들이 비선형적으로 작용하는 “제약 전파(constraint propagation)”에 의해 나타나는 형태이다. 소용돌이의 거시 구조는, 미시적인 상호작용들이 다른 가능한 형태들을 제거하기 때문에 저절로 나타난다. 차이가 적으면, 더 비슷하다. 복잡계 이론의 용어 “끌개”나 “끄는 유역(basin of attraction)”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형태는 물체가 아니라, 오히려 없는 것(absence), 제거된 것, 동력학적 다양성이 줄어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질서는 열역학 제2법칙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역학법칙에 완전히 의존한다. 그런 끌개들은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동력학계이고, 형태들은 에너지가 흐르는 동안만 존속한다. 개울에 흐르던 물이 멈추면 소용돌이는 사라진다.


이런 계는 아직 형태를 재생산하거나 전파할 수 없기 때문에 진화하지 못한다. 이런 계는 진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지만 디컨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서, 거시적인 끌개 하나가 다른 거시적 끌개 하나와 미시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더 큰 질서를 만들 때, 저절로 형태가 재생산되고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컨은 그런 형태("autogen")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분자적 수준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런 생명 이전의 DNA가 결국 스스로의 환경을 표상해서(represent) 조직된 자기(organismal self)에 어떻게 이르는지를 설명한다. 


의미가 있는 모든 행동의 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디컨은 전례없이 포괄적인 물리학,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낯설지 않은” “모든 것의 이론”, “한없이 아름다운 무수한 형태들”을 만드는 생명의 끝없는 창조력에서 보이는 불완전성(incompleteness)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의식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시도했다. 


20세기에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물리학을 두 방향으로 확장시켰다. 고전 물리학은 그렇게 확장된 물리학의 예외적인 경우로 축소되었다. 디컨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ententional 일(work), 모든 생명체가 하는 일을 이해해서 물리학을 제3의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고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미의 물리학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의 과학적인 설명을 확장시켜서 지금까지 물리적으로 익숙하기만 했던 것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능적이고, 목적지향적이고, 의식적인 행동을, 번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될 때 과학과 사회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상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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