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허블과 르메트르가 발견한 ‘우주팽창 이론’은 무엇일까요?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년)이 우주가 팽창하는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고 알려져 이름 붙여진 ‘허블의 법칙’(Hubble’s Law)이 ‘허블-르메트르의 법칙’(Hubble-Lemaître’s Law)으로 바뀌어 불리게 될 예정입니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지난 10월 29일 연례회의와 전자투표에 참석한 회원 1만1072명을 대상으로 허블의 법칙을 개명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자의 78%가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대 의견은 27%, 기권은 2%로 나타났습니다. 과연 허블과 르메트르가 발견한 ‘우주팽창 이론’은 무엇일까요?
1929년 허블과 밀턴 휴메이슨은 윌슨산천문대에서 100인치(2.54m) 망원경으로 어두운 은하의 스펙트럼 사진을 찍으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바로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우리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은하들의 후퇴속도가 거리에 비례해 빨라진다는 법칙을 발견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허블의 법칙’이라 이름 지었는데, 이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허블의 발견 이전에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초기우주에 적용해 보면 은하들이 팽창해간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정지된 상태의 우주를 옹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은하들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작용하면 우주는 곧 붕괴되고 지금같은 우주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방정식에 만유인력에 반대되는 우주상수(반발력으로 작용하는 진공에너지)를 넣었습니다. 그 뒤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우주상수를 도입해 정지된 우주를 가정했던 것에 대해 “내 생애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른 은하들이 모두 우리로부터 멀어진다고 해서 우리가 우주의 어떤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주는 전체적으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 어느 곳에서든 다른 모든 은하가 멀어져가며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허블의 법칙에서 함께 우주팽창 현상을 발견한 휴메이슨의 이름은 왜 빠진 것일까요? 사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윌슨산천문대에서 노새 달구지를 몰고 물품을 실어나르는 수위였습니다. 이따금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돕다 관측보조원이 된 다음,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을 작동하고 자료를 얻는 일을 돕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휴메이슨은 정식 과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주팽창 현상을 발견했지만 그 공로가 인정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천문연맹은 이번에 휴메이슨 대신 벨기에의 천문물리학자 조르주 르메트르(1894~1966년)의 이름을 넣어 이름을 바꿨습니다. 르메트르는 허블이 법칙을 발표하기 2년 전인 1927년 팽창하는 우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일정한 질량을 갖지만 팽창하는 균등한 우주를 통한 우리 은하 밖의 성운들의 시선속도 설명’이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공식의 답을 계산했는데, 이 공식에 따르면 우주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 팽창해야 했습니다. 르메트르는 도플러효과를 이용, 은하들의 거리와 그 속도 등을 측정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르메트르의 연구 성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 저널에 프랑스어로 발표됐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주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잊혀진 것입니다. 그 뒤 미국 천문학자 허블이 후퇴하는 은하의 거리와 속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신의 관찰결과를 발표해 ‘허블의 법칙’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에 지난해 이탈리아 파두아대학교의 피에로 벤베누티 교수가 “허블의 법칙으로 부르는 것은 역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며 국제천문연맹에 개명을 제안했습니다.
개명 반대론자, “두 가지 사실 혼동하고 있다”
한편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개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개명 찬성론자들이 두 가지 사실을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은하계에서 거리와 속도 사이의 관계, 즉 허블상수(Hubble Constant)에 관한 것입니다.
개명반대론자들은 “허블은 우주팽창을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다”며 “다만 허블은 얼마나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는가에 대해서 시야를 맞추어 관찰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개명하고자 하는 법칙이 ‘거리와 속도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면 허블의 법칙이 맞고, ‘우주팽창에 관한 것’이라면 르메트르의 법칙이라고 해야 정확하다는 주장입니다.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에서 허블상수는 은하가 멀어져가는 빠르기의 비율을 나타내는 비례상수로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허블상수를 알면 우주의 크기와 나이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허블상수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후퇴속도를 거리로 나눈 값이 바로 허블상수입니다. 그러므로 충분히 멀리 있는 은하의 큰 후퇴속도와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은하의 후퇴속도는 천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스펙트럼상의 흡수선이나 방출선이 적색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관측해서 어느 정도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아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처음 허블이 구한 허블상수는 530km/s/Mpc(1Mpc, 즉 326만광년 떨어진 은하가 초속 530km의 속도로 멀어진다는 의미)로 계산됐고, 이로부터 우주의 나이는 20억년 가량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주에 설치된 뒤 2001년 5월 허블상수는 72±8km/s/Mpc로 추정됐으며, 2003년 2월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윌킨슨탐사위성이 허블상수를 71±4km/s/Mpc로 계산했습니다.
어느 방법이 더 정확한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허블상수는 계속 정확한 값으로 보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도 여전히 사실로 남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과학동아》, 2000년 12월호, 20세기 대우주탐험가 에드윈 허블, 104~108p.
《과학동아》, 2005년 9월호, 허블의 우주팽창 발견실험, 160~1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