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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Feb 17. 2020

과학의 눈으로 본 인류 문명의 서로 다른 길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의 잉카 제국 황제 아타우알파 공격 ⓒPublic Domain (Wikimedia)


‘들어는 봤지만, 읽지 않은 책?!’ 시리즈를 이어가 주길 바라는 열화(?)와 같은 소수의 요청이 있어 ‘총 균 쇠 :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를 이번 기회에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양장본 기준으로 7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주는 중압감에 선뜻 책 읽기를 주저하셨던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어 완독의 기쁨을 누리시길 기대해봅니다. 


본격적인 책 요약에 앞서, ‘총 균 쇠’라는 책 제목으로 인해 무기, 병균, 금속이라는 주제 중심으로 정리할까 하다가, 이 글에서는 ‘지리적 차이, 작물화된 식물, 그리고 가축화된 동물’이라는 세 가지 환경적 차이를 중심으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환경적 차이에 대한 설명이 왜 다른 지역보다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유럽과 동아시아 사람들이 총기, 병원균, 철제 도구로 대변되는 힘의 요소들을 먼저 발전시켰는가에 대한 원인을 더 잘 설명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리적 차이 

- 인류의 지역적 발전속도를 가른 ‘우연’한 환경적 차이


신대륙의 발견과 산업화 시대에 세계열강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펼쳐진 식민지 확보 전쟁 그리고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는 대륙 간 불평등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민족간 또는 인종간 생물학적 차이에 주목하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저자는 과학적 역사학이라는 접근법을 통해 인종적ㆍ민족적 차이를 다룬 이론의 허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속도가 대륙별 또는 지역별로 다른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차이가 아닌 우연한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는 설명을 다양한 통계와 연구결과를 제시하여 논증하고 있습니다. 

 

대륙의 축 방향 ⓒ Public Domain (Wikimedia)


지리적 차이 중 저자가 우선 설명하고 있는 것이 각 대륙의 모양과 방향입니다. 다른 말로 대륙의 축 방향이라고 하죠. 남북 아메리카는 남북의 길이(약 14,500km)가 동서 폭(약 4,800km)보다 길게 생겼습니다. 남북 아메리카의 축 방향은 남북 방향인 것이죠. 이런 비교를 유라시아 대륙에 적용해 보면, 유라시아 대륙의 축 방향은 동서 방향입니다. 대륙의 축 방향이 남북 방향인가 동서 방향인가에 따라 식량 생산의 전파 속도나 시기에 차이가 발생했고 차이가 수천 년간 축적되어 총, 균, 쇠라는 문명의 발전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그럼 대륙의 축 방향이 어떻게 식량 생산의 전파 속도나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일까요? 각 대륙은 특정 식량이 먼저 생산된 지역이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작물이 먼저 재배되기 시작했고, 아메리카에서는 라마 등의 대형 포유류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을 시작으로 먼저 가축화되었습니다. 비슷한 위도상에 동서로 늘어서 있는 유라시아 대륙 지역들은 낮의 길이도 똑같고 계절의 변화도 유사합니다. 그리고 일치하는 정도는 좀 덜하지만, 질병, 기온과 강우량의 추이, 생식지나 생물군계 등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작물이 전파되었을 때에 식물의 발아, 성장, 질병에 대한 저항력 등의 관점에서 기후 특성에 적응할 가능성을 높였고, 동물들도 위도에 따른 기후 특성에 비슷하게 적응하였습니다.  


사막과 열대 기후 전경


그러나 아프리카 북쪽으로 전달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작물은 뜨겁고 건조한 사하라 사막과 무덥고 습한 열대지역이라는 3,200km에 이르는 자연적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중해성기후 지역에 도달하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 양, 염소 등 가축화된 동물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A.D. 100~200년, 즉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가축화되고 나서 약 8,000년이 흐른 후였습니다. 남북아메리카의 경우도 중앙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펼쳐진 열대우림 지역이 남쪽과 북쪽의 식물과 동물의 확산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작물화된 식물

-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우연한 발견’


대규모 밀 농사


식량 생산은 각 지역의 인구 규모 및 사회적 복잡성의 주된 결정 요소이며 정복의 궁극적인 요인 중의 하나였습니다. 모든 농작물은 야생식물종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렇다면 야생식물들은 어떻게 농작물이 되었을까요? 식물의 작물화란 어떤 식물을 재배함으로써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인간 소비자에게 더 유용하도록 야생 조상을 유전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식물의 작물화 과정은 인간이 무의식중에 작물화 과정을 진행한 것입니다. 인간에게 무의식적으로 선택된 식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식물의 크기입니다. 인간이 보기에 먹기 좋고 수확하기 편한 크기의 식물이 그렇지 않은 야생식물보다 선택의 확률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작물화한 종자와 야생 종자 사이에 있는 두 번째 차이점은 쓴맛입니다. 사례를 들어 살펴보면, 야생 아몬드 종자에는 지독한 쓴맛이 나는 화학물질인 아미그달린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몇 그루의 아몬드 나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겨 쓴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합성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 아몬드가 우연히 인간에게 발견되어 심어졌고, 이후에는 인간의 인위적인 작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크 블룸러의 박사학위 논문 ‘Seed Weight and Environment in Mediterranean-type Grasslands in California and Israel’(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1992)에 실린 도표를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 p.220에서 재인용


그렇다면 왜 어느 지역에서는 식물의 작물화가 일찍 그리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늦게 이루어졌을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로 저자는 지리학자인 마크 블룸러가 연구한 야생 볏과 식물의 분포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블룸러는 세계에 존재하는 수천 종의 야생 볏과 식물 중 종자가 큰 56종을 가려내어 일람표를 작성했습니다. 각 종의 낟알 무게는 10mg에서 40mg을 초과하는 것까지 다양한데, 이것은 세계의 모든 볏과 식물의 중간값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중량입니다. 이런 56종의 식물은 전세계 볏과 식물종 가운데 1%도 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수한 볏과 식물들이 지중해 연안의 유라시아 대륙에 밀집해 있었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칠레의 지중해성 기후대에는 그 같은 우수종이 2종밖에 없었고 캘리포니아와 남아프리카에는 각각 1종씩,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에는 아예 전무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인류가 어떻게 지역별로 다른 발전의 역사를 밞아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동물 가축화를 위한 조건

- 너무나 까다로운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194410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유명한 첫 문장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이 문장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야생 포유류가 가축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특성을 갖추어야 하고, 이 필수적인 특성들 중에서 단 한가지만 결여되어도 가축화의 노력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 역사적 경험치를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적용하여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동물의 가축화를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아프리카의 동물들,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첫째, 동물의 식성입니다. 어떤 동물이 먹이로 식물이나 동물을 먹을 때 그 먹이가 가진 생물자원이 소비자인 인간의 생물자원으로 환원되는 효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 450kg의 소를 키우려면 옥수수 4,500kg이 필요한데, 체중 450kg의 육식동물을 키우려면 옥수수 45,000kg을 먹고 자란 초식동물 4,500kg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근본적인 비효율성 때문에 육식성 포유류는 단 1종도 식용으로 가축화되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동물의 성장 속도입니다. 가축은 빨리 성장해야만 사육할 가치가 있습니다. 성체로 자라는 데 15년이 걸리는 고릴라나 코끼리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셋째, 동물의 짝짓기 습관입니다. 감금된 상태에서 번식이 가능해야 가축으로 사육할 수 있습니다. 난폭한 장거리 구애 과정이 필요한 치타는 고대 이집트인 등에 의해 수렵용으로 길들여졌지만, 끝내 가축화되지는 못했습니다. 


넷째, 동물의 거친 성격입니다. 다른 모든 면에서는 가축화에 이상적인 후보종이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동물은 가축화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회색곰과 아프리카 들소와 얼룩말입니다. 


다섯째, 동물의 겁먹는 버릇입니다. 대형 포유류가 포식자나 인간들로부터의 위험에 반응하는 방식이 너무 예민해서 감금 상태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죽거나 탈출하려고 달려드는 종이 있지요. 울타리를 마구 들이받다가 머리가 깨져 죽는 신경이 예민한 가젤과 같은 종들입니다. 


여섯째, 동물의 사회적 특성입니다. 무리를 이루어 살고 무리 구성원들 사이에 우열 위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말, 소 등의 동물은 가축화에 매우 유리합니다. 그러나 서로 배타적인 행동권을 가져야 하고, 교미철에 다른 동물의 접근을 참지 못하고 싸우는 동물은 목장에 데려다 키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까다로운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모두 충족한 대형 초식 포유류가 유독 유라시아 대륙에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유라시아 대륙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빠르게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었고 이는 잉여 식량 및 식량 저장의 필요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그 지역에 사는 인구가 많고 조밀하게 만들어 계층화된 정주형 사회를 형성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의 결과물이 총, 균, 쇠입니다. 


* 후보종은 평균 45kg 이상의 초식성 또는 잡식성의 야생 육서 포유류로 정의한다. 
**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 p.250에서 재인용


그럼 왜 유라시아 대륙에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많았던 것일까요? 이를 유라시아 지역 포유류의 지리, 역사, 생태 등 세가지 기본적인 현실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유라시아는 그 넓은 면적과 생태학적 다양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후보종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둘째,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는 홍적세 말기에 닥친 엄청난 멸종의 파도 속에서 대부분의 후보종을 잃고 말았지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셋째, 홍적세 말기에 살아남은 후보종 중에서도 유라시아의 경우에는 기타 대륙에 비해 가축화에 적합한 동물들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타고난 지적 능력 등의 사람들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지역의 우연한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역사적인 문제들을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무엇이 현대세계를 형성했고, 무엇이 인류의 미래를 형성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총 균 쇠’는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도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15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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