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계의 늦깎이 스타들
2016년 하계 올림픽이 한층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오늘입니다. 흔히 생각하기에 엘리트 스포츠, 프로 운동선수는 어릴 때부터 그 재능을 남달리 뽐내왔던 '젊은 천재'들의 향연일 것 같은데요, 이런 편견을 깨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현재 풀 마라톤(42.195km) 세계 기록 보유자는 케냐 출신의 데니스 키메토입니다. 그는 2014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2분 57초의 기록을 세우며 '마의 2시간 3분 벽'을 깬 선수입니다.
오른쪽이 데니스 키메토.
1984년 1월 22일 생 / 키 171cm, 체중 55kg / 국적: 케냐 / 종목: 장거리 육상
키메토는 어릴 적부터 장거리 육상 교육을 받은 인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케냐의 육상 스타 조프리 무타이의 눈에 띄기 전까지는, 그는 옥수수를 키우고 소를 치는 가난한 농부에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가 살던 동네 근처에서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 삼아 따라 뛰던 모습이 무타이의 눈에 들면서, 훈련캠프에 합류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타이에 따르면, 키메토가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쉽고 편하게 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2011년, 그전까지 단 하나의 기록도 없던 데니스 키메토는 나이로비 국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장거리 육상계에 두각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후로 몇 개의 국제 하프 마라톤 대회를 제패하고 풀코스 마라톤으로 전향한 키메토는 2013년 도쿄 국제 마라톤 대회 1위를 시작으로 각종 국제 마라톤 대회 1위를 휩쓸며 마침내 2014년, 데뷔한 지 3년 만에 베를린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분 57초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팀 던컨
1976년 4월 25일생 / 키 211cm, 체중 113kg / 국적: 미국 / 종목: 농구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살아있는 전설, NBA 리그 최강의 파워포워드라고 불렸던 팀 던컨. 올 시즌 조용히 은퇴를 알리면서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월한 신체조건과 기복 없는 꾸준함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팀 던컨은 어릴 적부터 농구 천재였을까요?
그의 어릴 적 꿈은 수영 선수였습니다. 실제로 중학생 때 까지는 뛰어난 기록을 가진 수영선수로 활약했는데요, 그의 고향인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 크로익스 섬에 허리케인 휴고가 몰아치면서 그의 꿈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세인트 크로익스 유일의 올림픽 규모 수영장이 무너지면서 더 이상 훈련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바다 수영으로 훈련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어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수영선수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주변의 권유에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농구로 전향합니다. 그의 우월한 신체 조건은 농구선수로서 분명히 유리한 점이었지만, 처음에는 농구 경기의 움직이는 방식에 적응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 농구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팀 던컨 선수는 대학농구선수로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엄청난 프로 구단들의 영입 제의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학교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습니다.
어릴 적부터 농구 스타로 키워지지는 않았지만, 19 시즌 동안 꾸준한 플레이와 뛰어난 리더십으로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자리를 유지했던 팀 던컨은 어린 운동선수들을 위한 자선활동을 펼치는 등 코트 밖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303승, 사이영 상 5회 수상 등 엄청난 기록에 빛나는 전설적인 좌완 투수 랜디 존슨. 큰 키로 내리꽂는 패스트볼과 무시무시한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던 그가 커리어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랜디 존슨
1963년 9월 10일생 / 국적: 미국 / 종목: 야구
208cm의 큰 키로 인해 '빅 유닛'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었던 랜디 존슨은 커리어 데뷔 초, "6피트 4인치(193cm)가 넘으면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없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표본인 듯했습니다. 제구력 난조로 인해 평균적인 투수에 그쳤다는 평을 듣기도 했고, 남들보다 늦은 25살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그에 데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28세가 되던 무렵 드디어 제구를 완성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순식간에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습니다. 메이저리그 30개 전체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기록한 몇 안 되는 투수이자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모두에서 노히터 게임을 만들었고, 메이저 리그 역사상 노히터를 기록한 가장 나이 많은 투수이기도 한 그는 이렇게 뛰어나고 독특한 기록들 외에도 눈부신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투수의 전설로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30대 초~중반에 자신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과 달리 커리어가 늦게 열리기 시작해 3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이하고도, 46세까지 꾸준히 현역으로 뛴 랜디 존슨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올림픽에서 건강과 젊음으로 빛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의 기회는 모두 지나갔다고 후회하고 계신가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도전하고 노력해 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 결말은 알 수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