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스쳐 지나간 사람의 향기가 좋아 뒤돌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체취는 외모나 음성과 더불어 한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우리는 모두 고유의 체취를 가지고 있고, 보통은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체취가 변합니다. 예를 들어, 과일보다는 고기를 많이 먹고,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에게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지요. 스트레스 정도나 성격도 체취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유전적 영향도 있습니다. ABC 수송체 유전자(ABCC11)는 A대립 유전자와 G대립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G대립 유전자는 겨드랑이 냄새를 유발합니다. 유전적 질환으로 몸에서 생선 썩는 냄새가 나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왜 몸에서 생선 썩는 냄새가 나게 되는 걸까요?
생선 썩는 냄새, 즉 비린내의 원인은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TMA)이라는 물질입니다. 암모니아(NH₃)의 수소 원자를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화합물을 아민(amine)이라고 하는데, 3개(tri-)의 수소 원자 모두가 메틸기(methyl group, -CH₃)로 치환된 화합물이기 때문에 트리메틸아민(이하 TMA)이라고 부릅니다. TMA는 상온에서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고, 저농도에서는 생선 썩는 악취가 고농도에서는 암모니아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생선에서 TMA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다 생물들의 조직에는 트리메틸아민 옥사이드(trimethylamine oxide, TMAO)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TMA 분자 구조와 유사하게 생겼는데, 질소 원자에 산소 원자가 하나 더 결합해 있는 형태이지요. 이 물질은 오줌의 주성분인 요소(urea)와 함께 해수동물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트리메틸아민 옥사이드(이하 TMAO) 자체는 냄새가 없습니다. 그런데 물고기가 죽으면, 체내의 미생물과 효소에 의해 TMAO가 분해되어 TMA가 생성됩니다. 어획 후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TMA의 농도가 증가하여 냄새도 심해지게 되지요.
사람의 조직에는 TMAO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체에서 TMA가 생성되는 이유는 콜린(choline), 카르니틴(carnitine), TMAO가 포함된 식품을 섭취하기 때문입니다. 이 물질들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TMA가 생성됩니다. 정상적인 경우, TMA는 간에서 FMO3라는 효소에 의해 TMAO로 전환된 후 소변을 통해 배출됩니다. 그런데 FMO3효소의 기능이 억제되면, 물질대사가 진행되지 않게 됩니다. TMAO로 전환되지 못한 TMA가 소변, 땀, 호흡으로 분비되어 악취를 유발해요. 이러한 증상을 트리메틸아민뇨증 또는 생선 냄새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유전적으로 또는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희귀 질환입니다.
안타깝게도 생선 냄새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증상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으로써 TMA를 생성하는 콜린, 카르니틴 등이 포함된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콜린은 자율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재료가 되고, 카르니틴은 비만 방지와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식이요법을 권장할 수만은 없습니다. 또 콜린과 같은 물질은 바다 생선, 닭고기, 달걀, 대두 등 우리가 자주 섭취하는 음식에 포함되어 있어 식이요법을 실천하기도 어렵습니다. 항생제를 사용하여 TMA를 생성하는 장내 세균을 줄이는 방법도 제안됩니다. 항생제가 장내 유익균까지 죽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치료법입니다.
생선 냄새 증후군은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환자 대부분은 대인관계 악화에 의한 정신적,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워낙 희귀한 질환이라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 위해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하여 생선 냄새 증후군과 같은 희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1. 한영실, "수산식품의 조리조건에 따른 정미성분의 조성변화", 한국조리과학회지 추계학술심포지움 (1997): 23.
2. 양성봉 외, “배출원을 기준으로 한 악취피해조사 및 배상액 추정방안에 관한 연구” (2008).
3. Aaron C.SchmidtJean-ChristopheLeroux, “Treatments of trimethylaminuria: where we are and where we might be heading” (2020), Drug Discover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