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딴 원소가 존재할 수 있다면?
(표지이미지: Periodic Table Elements Cupcakes by Chemical Heritage Foundation)
원소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입니다. 물은 산소원자와 수소원자로, 소금(염화나트륨)은 염소 원자와 나트륨 원자로 이루어져 있죠. (물론, 우리가 먹고있는 소금은 순수한 염화나트륨 외에도 수많은 다른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가 탄생했던 빅뱅과 함께 원자번호 1번의 수소가 탄생했고, 높은 온도와 압력, 초신성 폭발 등의 과정을 통해서 현재 우리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원자들이 태어났습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류는 우리 주변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에 대해 점차 알게 되면서, 과연 원소의 종류는 몇 가지나 있을까, 자연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 원소도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죠. 오늘의 브런치에서는 인공원소 '페르뮴' 발견을 기념해 인공원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천연 상태로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원자번호 92번의 우라늄 입니다. 대부분의 인공원소들은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로, 더 뒷번의 원자번호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인공원소 중 최초로 발견된 테크네튬(Tc, 원자번호 43번)은 원자번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라늄보다 가벼운 원소지만 자연 상태로 존재하지 않아 원소의 주기율을 제안하고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는 원자번호 43번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 원소가 가질 성질을 미리 예측했다고 합니다. 1937년에 이르러서야 테크네튬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테크네튬이 발견되고 난 후 그 물리·화학적 성질을 연구한 결과, 테크네튬의 동위원소 중 반감기가 가장 긴 원소도 420만년의 반감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45억년 전 지구 생성때 만들어졌던 테크네튬도 자연상태에서는 원소가 붕괴되어 자연 상태로 존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1번에서 94번까지의 원소들 중에는 이렇게 테크네튬처럼 천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거나 극미량이 존재하지만 합성을 통해 생산되는 원소들이 있었습니다. 프로메슘(Pm), 폴로늄(Po), 아스타틴(At), 프랑슘(Fr), 악티늄(Ac) 등이죠.
95번 이후부터는, 자연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합성을 통해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된 원소들입니다. 페이스북 모두의 과학 카드뉴스를 통해 소개해드렸던 페르뮴(Fm),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딴 아인슈타이늄(Es), 노벨륨(No), 캘리포늄(Cf) 등입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공원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의 발견은 수소폭탄 실험의 잔해 연구, 원자로의 핵분열 산물 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발견된 원소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자로 또는 입자가속기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거나 중성자 흡수를 통해서 새로운 원자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 2>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팔라듐 중독 증상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아크원자로의 원료를 대체할 신물질을 개발하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실험실과 차고를 부수서 길다란 관을 원형으로 연결해 거대한 도넛 모양의 실험기계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바로 '입자 가속기' 입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원소에 입자를 강력한 힘으로 가속하여 충돌시켜, 새로운 질량을 갖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실제로 핵융합 또는 중성자 흡수를 통해 신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통 입자가속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로 지어진다고 합니다. 유럽의 입자물리연구소(CERN), 미국의 페르미랩(Fermilab) 등이 이 입자가속기 연구의 선두 주자입니다.
위에 언급된 인공원소들의 발견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고 싶다면, LG사이언스랜드의 과학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위의 표에는 원소번소 116번의 리버모륨 까지만 포함시켰지만, 사실 인공원소는 118번까지 발견되어 있습니다. 우눈트륨(113번), 우눈펜튬(115번), 우눈셉튬(117번), 우누녹튬(118번)이 그들입니다.
새로운 원소의 발견과 관련된 연구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에서 관장하고 있는데,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연구 결과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일단 원자번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임시 이름을 지정합니다. 각국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동시에 경쟁적으로 새로운 원소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의 연구 결과가 진짜인지, 재현이 가능한지, 그리고 최초를 누구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 판단이 이루어지고 나면, 원소의 최초 발견자는 그 원소에 대한 작명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2016년 12월, IUPAC는 위 네 가지 원소를 공식적으로 명명하여 원소 주기율표에 추가했는데요, 113번은 니호늄(Nh), 115번은 모스코븀(Mc), 117번은 테네신(Ts), 118번은 오가네손(Og)입니다.
니호늄이란 이름, 어딘가 친숙하지 않으신가요? 바로 일본을 뜻하는 니혼에서 따온 말입니다. 아시아 최초로 일본이 새로운 인공원소를 합성해 내는데 성공하여 자신들의 나라 이름을 붙여 원소 이름을 짓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도 여러 연구 기관들을 중심으로 입자가속기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이름을 딴 새로운 원소도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Synthetic Elements, from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ynthetic_element
테크네튬, 네이버캐스트 화학산책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4&contents_id=10023
"외워야 할 원소 더 늘었다" 전자신문, 2016-12-0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30&aid=0002557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