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폭발음, 강력한 화염, 치명적인 방사선.. 이런 위협적인 요소들 없이도 대량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끔찍한 무기, 바로 화학 무기(Chemical Weapon)입니다.
1915년 4월 22일, 벨기에의 이프르에서는 역사상 최초의 화학무기(염소 가스)에 의한 대규모 공격이 일어났습니다. 이 날을 맞아,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화학 무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성 화학 물질(화학 작용제)과 이를 투발하기 위한 탄약 및 살포 장치를 총칭하는 무기. 화학제가 충전된 지뢰, 포탄, 항공 폭탄, 로켓 및 미사일 탄두, 항공기, 살포 탱크 그리고 화학탄을 목표 지역에 운반할 수 있는 수단과 그 운반체(미사일, 로켓 등의 추진제 및 발사대, 화학제 저장용기 및 충전 장치 등)를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화학 무기 [Chemical Weapon, 化學武器]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2011., 국방기술품질원)
화학무기와 핵무기(Nuclear Weapon), 생물 무기(Biological Weapon)를 합쳐서 대량살상무기(WMD)라고 합니다.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독성 화학물질 또는 그 전구체(precursor, 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와, 그것을 운반하고 살포할 수 있는 탄약 및 기타 장비들을 모두 '화학무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화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우리의 삶을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물질을 개발해 왔습니다. 논이나 밭에 자꾸 자라나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를 제거하거나,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를 없애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잡초와 벌레에게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물질은, 적절한 용량으로 사용되면 인간에게도 치명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화학물질들이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면서, 이것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또한 활발해졌습니다.
화학무기의 역사는 전투 혹은 전쟁의 역사와 거의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독성을 가진 개구리나 버섯을 가공해 만든 독화살이나, 비소 증기 등을 적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는 것 모두 화학무기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현대전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일종으로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최초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특징 중 하나로 유럽의 평원에서 참호를 파고 잠복하면서 대치하는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독성 화학물질을 가스 형태로 가공하여 바람을 타고 상대 진영에 흩뜨려서 전투 능력을 저해하거나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공격이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102년 전 오늘인 1915년 4월 22일, 벨기에의 이프르(Ypres) 근처 평원에서 독일 군이 살포한 염소 가스가 바로 현대적인 대량 살상용 화학무기의 최초 사례입니다.
화학무기는 그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질식 작용제(Choking Agent), 수포 작용제(Blister Agent), 혈액 작용제(Blood Agent), 신경 작용제(Nerve Agent)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질식 작용제(Choking Agent)
보호되지 않은 사람의 기관, 코, 인후, 특히 폐에 손상을 주는 화학 작용제. 폐작용제(肺作用劑; pulmonary agent)라고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폐에 액체가 충만하여 산소 결핍으로 질식 사망하게 된다. (후략)
[네이버 지식백과] 질식 작용제 [Chohing Agent, Choking Agent, 窒息作用劑]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2011., 국방기술품질원)
호흡기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들어 활동능력을 저해하거나, 심하면 질식사에 이르게 하는 물질입니다. 대표적으로 염소 가스(Chlorine Gas), 포스젠(Phosgene) 등이 있습니다.
2. 수포 작용제(Blister Agent)
(1) 피부에 작용함으로써 수포를 형성하고 소화기, 눈, 호흡기 계통에 대해서도 특성을 나타내는 작용제. 이는 사람을 살해하기 위한 것보다 부상을 입혀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적의 보급품 또는 시설물의 사용을 제한시키기 위한 오염 목적으로 사용됨. (후략)
[네이버 지식백과] 수포 작용제 [Blister Agent, 水疱作用劑]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2011., 국방기술품질원)
사람의 피부나 점막에 닿아 수포를 일으키고, 심하면 화학적 화상을 입히는 물질입니다. 질식 작용제와 마찬가지로 살상용이라기 보다는 전투능력을 저해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었지만, 고농도 또는 많은 양에 접촉했을 경우 몇 주간 고통을 겪다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겨자 가스(Mustard Gas)와 루이사이트(Lewisite)가 있습니다.
3. 혈액 작용제(Blood Agent)
혈액에 흡수되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 화학물질입니다. 빠르게 작용하고 무색 무취에 가까워서 알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치명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에어로졸화 하여 호흡을 통해 체내로 침투하도록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시안화수소(Hydrogen Cyanide)와 아르신(Arsine)이 있습니다.
4. 신경 작용제
신경 작용제는 인체내의 신경과 기타 조직간의 통신을 방해해, 인체의 기본적인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신속하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물질입니다. 우리 몸의 신경은 근육과 장기를 조절하기 위해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전달물질이 목적 기관에 도달하여 필요한 자극이 주어지고 나면,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라는 효소가 분비되어 아세틸콜린을 분해하고, 자극이 멈추어 동작 또한 멈추게 됩니다. 신경작용제가 호흡 또는 섭취로 우리 몸 안에 들어가게 되면, 이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우리 몸은 지속적인 운동 자극을 받게 되고, 결국 근육이나 장기가 이완되지 못해 급속도로 신체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사린가스(Sarin Gas)와 VX 등이 있습니다.
화학무기는 그 비인도성과 위험성으로 인해, 국제적인 합의에 따라 통제되고 있습니다. 화학무기를 최소화하고 인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1899년 헤이그 협약으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사회의 가장 포괄적인 화학무기 통제는 1993년에 이루어진 화학무기 금지협정(CWC, Chemical Weapons Convention)에 의거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CWC의 정식 명칭은 The Convention on the Prohibition of the Development, Production, Stockpiling and Use of Chemical Weapons and on their Destruction 으로, 화학무기의 개발과 생산, 보유 및 사용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화학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이 협정을 담당하고 통제하는 기구로 화학무기 금지기구(OPCW)가 설립되어 활동중입니다. 세계 192개국이 협약에 서명하여 참여하고 있는데, 참여하지 않은 주요 국가로는 북한과 이집트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
https://www.opcw.org/about-chemical-weapons/what-is-a-chemical-weapon/
https://www.opcw.org/about-chemical-weapons/history-of-cw-use/
https://www.armscontrol.org/factsheets/cwcglance
https://en.wikipedia.org/wiki/Chemical_weapons_in_World_War_I
https://en.wikipedia.org/wiki/Blood_agent
https://en.wikipedia.org/wiki/Nerve_ag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