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방호벽 공사를 마치는 체르노빌의 현재와 역대 원전사고들
31년전 오늘은 인류 최악의 원전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 일어난 날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 직원 등 56명이 방사능 피폭으로 바로 사망했고, 이후 1년 사이 직간접적 영향으로 숨진 사람은 최대 2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순간의 실수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미치는 재앙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역대 일어났던 원전사고들의 원인과 피해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원리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원자로에서는 핵분열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물을 뜨겁게 데운 뒤 이때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 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때, 물(냉각수)이 뜨거워진 핵연료봉을 식히고, 열을 전달해서 증기도 만들며 계속 순환되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 전력이 끊겨서는 안됩니다.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진 원자로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연료, 핵분열 반응을 도와주는 감속재,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봉, 열을 전달하는 냉각재로 구성됩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주 전원이 끊어진 상태에서 터빈의 회전에너지가 원자로의 냉각 펌프 등에 얼마나 오랫동안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위험천만한 발전소에서 실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인적 오류였던 것입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도 추정할 뿐이지만, 안전시험을 하던 직원의 실수가 원인이었다는 설이 가장 많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실험 중 원자로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지만 냉각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당시 체르노빌 원전에는 물 대신 불이 잘 붙는 흑연이 냉각재로 사용됐다는 점이 화를 더 키웠습니다. 심지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는 사고시의 여파가 외부환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격납용기도 없었습니다. 폭발과 동시에 방사성 물질로 이뤄진 구름이 1km까지 치솟았고 20일 동안 누출됐습니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작업자의 실수에 의해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는 점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비슷합니다.
가압기 밸브 고장으로 원자로 속에 있던 핵연료가 녹으면서 방사성 물질이 원자로 밖으로 빠져나갔는데, 직원의 판단착오로 원자로 안을 냉각하는 안전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아 과열된 노심이 녹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가 체르노빌 사고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격납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철판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격납용기가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어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최소화 한 것입니다.
스리마일 섬 사고는 손상된 원자로를 해체하는 데 14년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격납용기 덕분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받은 방사선량은 0.02mSv(밀리시버트)에 불과했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근래 들어 가장 가까운 시일에, 국내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던 무서운 재난이었습니다.
쓰나미로 인해 전원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주는 긴급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1호기에호부터 4호기까지 연이어 수소폭발이 일어나면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외부로 누출됐습니다. 냉각 과정에 문제가 생겨 폭발했다는 점에서 스리마일 섬 사례와 유사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인재 사고보다 그 영향력이 훨씬 더 무서웠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땅에 쌓인 방사성 물질 농도가 1평방미터 당 55만 5천 베크렐이 넘는 경우 강제 이주를 시켰는데, 후쿠시마는 이미 체르노빌의 그 수치를 뛰어 넘었던 것입니다. 일본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땅에 쌓인 방사성 물질 농도가 1평방미터 당 3천만 베크렐로 약 54배에 달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세슘 양이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 폭탄의 168배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일어난 자연재해이지만 수습 과정에서 실수가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해수 주입을 망설이며 초기 진압 시기를 놓쳐 피해가 커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마저도 지시 후 9시간 만에 해수가 유입되는 등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합니다.
체르노빌의 경우, 원자로 위에 석회를 부어 임시로 방사능 오염을 차단했으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생겨 튼튼한 방호벽 건설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체르노빌 방호벽은 길이 162m, 높이 108m, 폭 257m의 아치형 스테인리스제 구조물로 총 중량만 에펠탑의 3.5배에 달하는 36,000톤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체르노빌 원전 방호벽은 이동형 구조물 중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A new sarcophagus in Chernobyl by Kamil Porembiński : https://goo.gl/VrQYWz
<참고자료>
https://ko.wikipedia.org/wiki/체르노빌_원자력_발전소_사고
LG사이언스랜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발전의 원리 : http://www.knea.or.kr/bbs/board.php?bo_table=301010&wr_id=20
원자로 그림 : http://www.knea.or.kr/bbs/board.php?bo_table=301020&wr_id=1&page=3
<관련기사>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블로그
[기획기사] 체르노빌, 그 이후 : 안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 체르노빌 방호벽
http://blog.naver.com/energyplanet/220979894333
http://www.hankookilbo.com/v/a7c52a1aa1df4892b3def08bac067f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