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엄마의 육아 실패기
예측할 수 없는 존재를 만나다
임신 23주.
정기 검진을 마치고 나오는 길,
담당 의사가 무심하게 말했다.
“아기가 역아네요.
32주 넘어서도 이러면, 제왕절개도 고려해 보세요.”
그 한마디에, 나는 당황했다.
의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걸 알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나는 엄마로서 실패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는 언제나 계획하는 사람이다.
가설을 세우고,
변수들을 최소로 통제하고,
실패하더라도 해석가능한 실험을 설계해 왔다.
인생도, 출산도, 그렇게만 흘러갈 줄 알았다.
출산 역시 나에게는 일종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그러셨듯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안고,
“처음 만난 순간의 감동”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다.
수술실이 아니라, 따뜻한 분만실에서
땀에 젖은 얼굴로 아이를 맞이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밤 배에 손을 얹고 말했다.
“사랑아, 제발 한 번만 돌아줘.
엄마는 자연스럽게 너를 안고 싶어.”
그래도 사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듯.
그 모습이 고집스러웠다.
32주, 34주, 36주
끝까지 역아 자세였던 사랑이.
나는 계획했던 자연분만 출산을 포기하고,
제왕절개 날짜를 잡았다.
수술실에 누워, 의식이 아득해지는 마취의 끝에서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을 맞이했다.
그렇게 사랑이는 세상에 나왔다.
수술실의 밝고 차가운 조명 아래,
첫울음을 터뜨린 너.
그리고 마취에서 깨어난 나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속삭였다.
“안녕? 사랑아.”
네가 태어난 날,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란 존재는,
내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태어나기 전부터,
내 아이는 내 계획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지금은 하린이가 된 사랑이
계속해서
나의 예상을 벗어나고
나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 준다.
출산이라는 작은 사건은
육아라는 거대한 실험의 시작이었다—
실험대 위에 오른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