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두구두구
2017년에는 새로운 생활 주기에 적응을 해야 한다. 여러 겁을 주는 말들 속에 아직 구체적인 감이 없기에 섣불리 많은 목표를 세울 수 없다. 그저 내가 속해있을 공간과 '다른' 이야기를 뱉어내는 게 가장 큰 목표이다. 시험 기간을 제하고 3월 입학 이전, 4월 중간고사 이후, 그리고 6월 학기가 종료된 이후 총 3회의 글을 발행한다면 상반기는 만족할 것 같다.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유념하고픈 점은 강박관념을 덜자는 것. 작년에 발행한 6개의 글을 쓰기 위해 매번 최소 하루의 시간이 꼬박 흘렀다. 서랍에 박혀버린 글감은 20개가 넘는다. 어떤 경우는 더 보탤 말이 없는데도 문장을 어떻게 가다듬는 게 좋을지, 어떤 사진을 넣는 게 좋을지, 이와 연관 지어 할 수 있는 말은 없는지를 고민하며 묵혀뒀다. 글쓰기 모임을 하는 기본 목적 중 하나는 보다 편하게 말과 글을 뱉어내기 위함이었는데, 특정 주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완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질수록 글을 뱉어내는 행위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일정 시간 이상의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있을 때 비로소 글을 발행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발행 자체와 점점 멀어지는. 새로운 생활주기 속에서는 이런 태도를 가질수록 더욱 아무 글도 못 쓸 것이 자명하므로 부담을 내려놓기로 한다. 압박 속에 놓쳐버리고 잊힌 생각들이 많기 때문에.
현재 생각하고 있는 글쓰기 소재는 2가지가 있다. 우선, 3월 전에는 <안녕 주정뱅이>에 대한 리뷰를 나의 술자리에 대한 기억과 엮어 쓰는 것이 목표이다. 꼭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지지 않더라도, 소설에 쓰인 소재나 여러 인물들 속에 내게 오버랩된 이들을 떠올리며 에피소드 방식으로라도 뱉어낼 것이다.
4월 말 혹은 6월 말에는 정치, 사회와 관련된 이슈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그동안 글쓰기 모임에서 지키고자 했던 나름의 원칙(?)은 모임이 아니어도 쓸 수 있을 글은 쓰지 말자, 였는데... 왠지 새해에는 이 모임이 아니면 아무 글도 못 쓸 것 같다는 예감에... +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하고픈 말이 많을 것 같다. 작년 10월 이후 6개월 가까운 여정에 대해 하고픈 얘기도 있을 것 같고.
나머지 1가지는 반년 생활 속에 떠오르는 걸로 해두자. 낯선 법을 공부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소회일 수도 있고, 좁은 공간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금은 제발 이 주제들만 아니기를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ㅎㅎ
행여나 영화나 책을 보게 된다면, 한 단락 정도라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이 글을 쓰며 생긴 새로운 목표.
파리에는 수제 비스킷, 과자, 초콜릿을 파는 La Cure Gourmande(라 꾸르 구르몽드;르를 흐로 고치면 한글 검색 결과가 안 나오니)라는 곳이 있다. 일정한 크기의 과자 상자를 사면 마음대로 물품을 담을 수 있어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나는 소중한 편지나 기록들을 이 상자에 담는다. 매거진의 제목과 주소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