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용 Aug 29. 2017

수제맥주 유통전쟁 임박, 다양성의 폭풍이 불어닥친다

어찌됐든 맥주는 맛있습니다!

▲ 서울 마포구의 한 LP바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제맥주 업체 더부스의 ‘대동강’ 맥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더부스는 해외에 있는 생산 공장에 레시피를 제공, 해외에서 생산된 수제맥주를 수입하여 유통하고 있다.


맥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IPA, 페일에일, 호피라거, 필스너, 바이젠 등의 이름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다양한 수입맥주가 국내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맥주를 동네 술집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이런 이름은 어떤가? ‘대동강’, ‘라임온더비치’, ‘햇빛’, ‘경리단 힙스터’ 등. 이들의 정체는, 넓게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좁게는 지역의 수제맥주 전문펍에서 볼 수 있는 ‘수제맥주’(크래프트맥주, 하우스맥주라고도 부른다.)다.


다양성이 폭발한다


지난 5월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맥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수입맥주 및 수제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 4조 6,000억 원 규모(2015년 출고금액 기준)의 국내 맥주시장에서 대기업 3사(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2년 95.9%에서 15년 91.5%로 다소 감소했다. 산업은행은 수입맥주와 수제맥주가 그 감소분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아직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는 15년 출고금액 기준 200억 원 정도로, 점유율로 따지면 전체 맥주시장의 0.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수제맥주 시장이 매년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10년 후에는 시장점유율이 10%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2017년 7월 기준) 브루어리 업계가 추산하는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는 약 300~500억 원 정도이며, 연간 성장률은 30% 이상이다.


왜 수제맥주인가


수제맥주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수제맥주의 매력은 바로 ‘다양성’이다. 실제 수제맥주는 이론상 ‘무한대’에 가까운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맥주의 원료인 맥아(몰트), 홉, 효모의 다양한 조합과 발효 방식, 숙성 기간의 차이가 천차만별의 맥주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아와 홉만 해도 수십여 종(6월 기준, 맥주재료 전문쇼핑몰 비어스쿨에서 판매하는 맥아는 19종, 홉은 26종이다.)에 달하며, 효모의 배양만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보유한 수제맥주 브루어리도 존재한다.

▲ 카브루 가평 2브루어리에 보관돼있는 맥아(사진 왼쪽)와 홉(사진 오른쪽). 전 세계적인 수제맥주 붐으로 인해 맥주 원자재인 홉 품귀현상이 발생한 상황에서, 카브루는 국내 최초로 미국 홉생산조합 야키마(Yakima)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 정해진 가격에 카브루가 원하는 홉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 카브루 가평 2브루어리 내부에는 효모를 연구하는 연구개발 전담 부서가 있다.


‘다양성’의 원천인 맥주의 재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맥아. 비어포럼의 정의에 따르면 맥아는 맥아화 과정을 거친 보리다. 물론 보리뿐 아니라 밀, 호밀, 귀리 같은 다른 곡물을 맥아로 혼용하기도 한다.(지난 2월 정부는 맥주원료의 범위를 확대하여 현행법상 맥주원료로 규정하고 있는 엿기름, 밀, 쌀, 보리, 감자는 물론 발아된 맥류, 녹말이 포함된 재료(귀리, 호밀, 고구마, 메밀, 밤)까지도 맥주의 원료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가령 밀맥주(Witbear, Weissbier)는 맥아로 보리와 밀을 혼용해 만든 맥주를 말한다. 시중에 팔리는 맥주 중에는 호가든, 에델바이스, 블랑 등이 밀맥주에 해당한다. 밀맥주의 특징은 부드러운 목넘김과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향이다. 수제맥주 업체 더부스에 따르면, 밀맥주는 효모의 특성이 맛에 반영되는 대표적인 맥주 가운데 하나다.

▲ 성수동 브루펍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 종류는 무려 60개가 넘는다.


그 다음으로 홉은 맥주의 향을 결정하는 원료다. 홉을 많이 넣는 대표적인 맥주에는 IPA(Indian Pale Ale)가 있다. IPA는 풍부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에일(Ale)’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현재 대부분의 국내 수제맥주 업체는 에일의 제조와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왜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에일이 라거에 비해 담금(맥주제조) 과정에서 홉과 몰트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어 맥주의 다양성을 살리기에 더 좋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에일: 에일은 18~20도의 온도에서 상면발효된 맥주다. 특유의 향과 씁쓸하고 무거운 맛이 특징이다. 반면, ‘라거’는 10~12도의 온도에서 하면발효된 맥주로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하이트와 카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라거형 수제맥주로는 ‘페일라거’, ‘필스너’ 등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첨가물을 넣어서 맥주에 맛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수제맥주 브루어리 카브루의 베스트셀러인 ‘피치에일’은 복숭아 원액을 넣어 만든 밀맥주(Wheat Ale)이며, 같은 회사의 ‘카카오스타우트’는 카카오잎을 넣어서 만든 맥주다. 카브루는 과거 은행을 넣어서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 카브루 가평 2브루어리의 바테이블에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맥아와 홉. 여기서 막 따른 페일에일을 마셨는데 참 맛있더라. 같이 마신 피치에일도 달달하니 재밌는 맛이었다.


서울 성수·잠실, 인천 송도 등에서 브루펍(매장 내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를 바로 판매하는 펍. 하우스맥주펍이라고도 부른다.)을 운영하고 있는 수제맥주 브루어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김태경 대표는 “국내 맥주제조 대기업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가 1년 정도에 걸쳐 진행되는 데 반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신제품 개발기간은 대략 3주 안팎으로, 대기업에 비해 빠르고 다양하게 진행된다”며 “사실 수제맥주의 맛은 집집마다 대동소이한데,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성이다”라고 말했다.

▲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 매장의 양조장. 양조장과 매장이 바로 연결된 브루펍이다.


수요 폭발, 브루어리의 시대 개막


수제맥주 업계의 복수 관계자들은 국내 수제맥주 산업이 성장하게 된 계기로 2014년 4월 주세법 시행령 개정을 꼽는다. 당시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소규모맥주 제조자의 세부담을 경감하고 이전까지 외부 판매가 허용되지 않던 ‘맥주의 영업장(업장)외 유통’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신의 브루어리(브루펍)와 영업장(직영점)에서만 팔 수 있던 수제맥주를 (‘영업장’에 한정되긴 하지만)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카브루 가평 2브루어리(공장)의 분쇄기, 당화조, 발효조, 저장조. 흔히 말하는 ‘효모가 살아있는 공장맥주’는 발효조에서 바로 추출한 맥주를 말한다.


이를 분기점으로, 직접 수제맥주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수제맥주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공급받아 판매하는 수제맥주펍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생겨난 대표적인 수제맥주 프렌차이즈 업체로 ‘생활맥주’가 있다. 지난 4월 기준 생활맥주의 가맹점 수는 81개에 이르며 아직까지 폐점은 없다.(‘로열티, 광고비, 폐점 3無’...생활맥주, “가맹점 수보다 오래가는 브랜드가 더 중요”(조선비즈, 170426)) 생활맥주는 외부 브루어리와 레시피를 공동 개발해 매장에 납품하기도 한다. 카브루에 따르면, 생활맥주가 지난 5월 출시한 강남 페일에일은 현재 베스트셀러로 카브루를 통해 생산·공급되고 있다.


이처럼 수제맥주를 공급받아 판매하려는 수요가 늘자 자연히 수제맥주 브루어리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브루어리가 카브루다. 카브루는 2000년 설립된 1세대 수제맥주 브루어리다. 2014년 이전까지 브루펍 컨설팅, 해외맥주 수입 등 갖가지 사업을 진행하며 우여곡절을 겪던 카브루는 2014년 마침내 반등의 계기를 맞았다. 카브루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불 같이’ 번지고 있던 수제맥주 수요에 비해 수제맥주를 공급하는 브루어리는 시장에 그리 많지 않았다. 카브루의 설명을 빌리자면, 당시 수제맥주는 ‘만들기만 하면 팔렸다.’

▲ 카브루 가평 2브루어리 내부에 적재된 케그(20L들이 맥주적재용기)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2014년 말 국내에 40개였던 수제맥주 제조업체의 수는 2016년 70여 개 이상으로 늘었다”며 “카브루 역시 수요 폭발로 공급의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지난해 대비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수제맥주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음에도 폐기율은 0%에 가깝다”고 전했다.


하지만 카브루가 가장 큰 ‘실패’로 꼽는 일도 이 시기에 일어났다. 당시 카브루는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맥주숙성 기간을 줄이는 결정을 했다. 기존에 2주 정도 걸리던 맥주 숙성 기간을 10일 이내로 줄여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카브루에 따르면, 맥주숙성 기간을 단축한 뒤 가맹점에서는 “지난번에 먹었던 맥주와 맛이 다르다. 지지난주 먹었던 맥주와도 맛이 또 다르다”는 등의 불만이 쇄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펍을 운영하는 사장 A씨 역시 “과거 카브루로부터 맥주를 공급받은 적 있었는데, 어느 순간 맥주맛이 이상해졌다”며 “그 뒤로 카브루 맥주를 받는 것을 중단했다. 나뿐 아니라 주변에서 펍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카브루 맥주의 맛이 변한 것을)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시의 사건을 두고 “수제맥주는 같은 사람이 같은 재료를 사용해 같은 레시피로 담그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차이가 생기면 결과적으로 맛이 상당히 달라지며, 소비자들은 그것을 금방 알아차린다”며 “당시의 경험은 카브루에게 양조란 ‘일관된 품질’의 맥주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줬다”고 전했다.


물류가 중요, 콜드체인은 아직 숙제


수제맥주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덩달아 ‘물류’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사실 2014년 이전까지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물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맥주의 ‘외부 유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브루펍 형태로 맥주의 생산과 판매를 일원화한 매장에서 맥주가 이동하는 동선은 매장 안에 한정돼 있었기에, 맥주가 바깥으로 돌 일은 없었다.


그러나 외부유통이 허용되면서 수제맥주 업체에게 물류는 새로운 숙제가 됐다. 수제맥주는 제조과정에서 효모를 걸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온에 노출되면 후발 발효가 되며 맥주의 품질이 변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여름에는 맥주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변질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때문에 수제맥주 업체가 맥주의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냉장유통망(콜드체인)’을 갖추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됐다. 실제로 수제맥주 시장에서 물류의 역할이 중요해진 뒤 많은 수제맥주 업체들은 콜드체인을 자사의 역량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실상 완벽한 콜드체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공급망의 마지막 단에서 생긴다. 국내법상 맥주 제조사는 영업장에 주류 직납을 하지 못한다. 중간에 주류도매상이 낀다. 때문에 제조업체가 냉장설비·차량을 이용해 주류도매상까지 맥주를 운송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 주류도매상이 영업장까지 맥주를 다시 운송하는 과정에서 콜드체인이 완벽하게 통제되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 맥주제조업체 H사의 물류를 맡고 있는 한 물류업체 담당자는 “우리는 냉동냉장 탑차를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주류도매상은 일반차량을 사용하고 있어 영업장까지 콜드체인이 완벽하게 구축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도매상에게 냉각기 사용을 권장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제조유통사에서 16년 이상 근무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으로 냉장차량을 가지고 다니는 주류도매상도 늘고 있지만, 비용이 비용인지라 모든 도매상이 그러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전국 단위 콜드체인 구축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콜드체인 해결하는 나름의 방법들


물론 이러한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한 업체도 있다. 카브루는 동원로엑스와 협력하여 콜드체인을 구축해, 맥주 케그(20L들이 맥주용기)를 부산까지는 주문 후 D+1일, 제주까지는 D+2일에 배송하고 있다. 카브루에서 맥주를 생산하면, 매일 5t 냉장 윙바디 차량이 가평 브루어리로 들어와 이를 싣고 2~5도의 온도에서 365일 냉장보관이 가능한 용인 백암센터로 운반한 뒤, 이를 전국 물류허브를 통해 각 거래처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 카브루 가평 2브루어리에서 사용이 끝난 케그를 회수하여 세척하는 모습. 카브루에 따르면 케그 각각의 가격은 7~8만 원으로 케그 회수는 중요한 물류 이슈 중 하나다. 케그 회수는 동원로엑스도 함께 한다.


박 대표는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국을 대상으로 수제맥주를 냉장배송할 수 있도록 물류혁신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며 “수제맥주의 핵심 경쟁력인 ‘품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장 유통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라 밝혔다.


박 대표는 또한 “카브루는 애초 냉장배송 설비가 없는 주류도매상과는 거래하지 않으며, 영업장의 경우에도 내부에 ‘냉장고’를 보유한 업체와만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주류도매상이 일반차량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매장인 브루펍도 콜드체인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그들이 운영하는 모든 브루펍에 냉장설비를 갖췄다. 냉각기를 사용해 맥주를 ‘서빙’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케그로 옮겨져 담긴 수제맥주를 약 4도로 온도가 유지되는 냉장고에 보관하였다가 고객에게 바로 추출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동 매장 내부의 냉장설비(사진 왼쪽). 비치된 케그는 바테이블의 꼭지(사진 오른쪽)와 연결돼 있어 곧바로 맥주를 추출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장규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영업/물류 이사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맥주는 아직까지 내부(브루펍)에서 소진되고 있지만, 외부 유통도 서서히 늘리고 있다”며 “향후 본격적으로 생산이 늘어나면 ‘물류’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 밝혔다.


장 이사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잠실, 송도, 성수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종류를 거점별로 분산할 계획”이라며 “생산계획에 따른 각 거점 간 물류를 담당할 수 있는 허브 물류센터를 알아보는 중”이라 덧붙였다.


수제맥주 유통전쟁의 서막


수제맥주 업계는 코앞에 다가온 유통전쟁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유통전쟁의 발단은 지난 2월 정부가 제11차 무역투자 진흥회의를 통해 발표한 주세법령 개선 추진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수제맥주의 소매점 유통 허용’ 내용이 담겼다. 이후 소규모 맥주제조업체는 소매점 유통을 위해 ‘병입’ 및 ‘캔입’ 공정이 가능한 공장 부지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족. 기존 유통채널에서 볼 수 있는 몇몇 수제맥주는 국내 제조맥주가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한 맥주다.)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현재 병입과 캔입 공정이 가능한 제3 브루어리의 부지를 찾고 있다”며 “내년에 법이 바뀌고 유통채널이 확장되면 카브루 역시 또 한 번 도약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브루는 최근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2브루어리의 HACCP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카브루가 HACCP 의무 취득 기준인 연매출 100억 원을 돌파할 자신이 있기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카브루의 HACCP 인증 취득 이유를 밝혔다.

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 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 ‘해썹’ 또는 ‘해십’이라고도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12월에 도입하였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라 한다.(두산백과)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도 “현재 수제맥주 업계는 내년에 규제가 풀리면 바로 뛸 수 있도록 병입과 캔입이 가능한 공장 부지를 찾고 관련 설비를 증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그때가 오면 물류가 활약할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 밝혔다.


김 대표는 또한 “수제맥주 업계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입맥주에 더 유리한 현재의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세제 혜택 때문에 해외공장에 레시피를 보내고 이후 생산된 맥주를 수입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줘야 고용도 늘고 중소기업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본격적인 수제맥주 유통전쟁이 임박했다.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누군가의 말은 이제 잊어도 좋을 것 같다. 다가올 2018년, 맥주시장에 수제맥주가 이끄는 다양성의 폭풍이 불어 닥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사] 청춘물류캠프 : 현장에서 전하는 레알물류실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