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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Oct 20. 2017

[너의췌장을먹고싶어] 췌장의 의미를 찾아서

제목 실화냐

제목 실화입니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걸린 이 영화에 달린 누군가의 댓글이다. 나도 사실 제목만 보고 고어물인줄 알았다. 나름 파격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제목만 보고 끌렸다. 이건 봐야겠네. 킵.

부농부농 포스터(출처= 다음 영화)


그렇게 시사회에서 만난 영화. 고어물 아니더라. 부농부농한 꽃잎이 날리고, 여주인공 사쿠라(하마베 미나미 역)의 잔망스러움이 돋보인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 남주인공은 고독을 즐기는 친구다. 왕따 느낌은 안나는데, 그냥 친구가 없다.


이 구도 어디서 많이 봤다. 고독을 즐기는 하드보일드한 남주인공, 그런 남주에 이유 없이 끌리는 인기 많은 미소녀, 근데 미소녀가 아프다. 병약 미소녀다. 왠지 눈물이 날것 같은 흔한 일본 멜로영화(+라이트노벨+사운드노벨+미연시+기타 등등이라 불리는 것들)의 그 느낌이다.


그 느낌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영화 끝날때까지 이어진다. 이런 것을 이쪽 동네에서는 클리셰(cliché)라고 이야기하던가. 중간중간 보물찾기라던가... 도서관이라던가... 편지라던가... 이런 장치들도 어디선가 봤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영화 전체적으로 벚꽃의 흩뿌연 색감이 참 서정적이고, 음악도 꽤 괜찮게 어우러진다. 여주의 잔망스러움은 단연 이 영화를 캐리한다. 여주가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게 사실 이 영화를 볼만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지 않나 싶다.

흩뿌연 톤의 색감이 영화 전체를 감싼다. (출처= 다음영화)
여기부턴 스포일러


이 영화의 주제는 꽤 뚜렷하다. 이 영화의 남주는 처음 이야기 했듯, 고독을 즐기는 남자다. 시놉시스를 그대로 퍼오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남자"다.


남주의 모습은 맞고 다니지만 않았지 일본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점라 하는 방구석폐인(히키코모리)과 왕따를 대표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찌질한 놈도, 예쁜 여주의 사랑을 받는다. 학우들의 질투도 함께 받다가 관심주는 사람들도 생긴다. (왜 사랑 받는지는 영화 보면 나온다. 이유가 좀 얼척없긴 하다. 고독을 즐기는 모습에 끌렸다니 ㄷㄷㄷ....)


물론 남주는 원체 하드보일드한 남자라 영화 후반부까지 그 기조를 이어나간다. 변화는 후반부에 보이며, 그 단초는 여러 단서를 통해 나타난다. 껌주는 친구에 대한 남주의 반응이라던가, 남주의 제자A라던가, 여주 친구 쿄코의 결혼식이라던가


음침하고 친구도 없던 남주가 점점 친구도 생기고, 사람들에 대한 마음도 열어간다. 뭐 이런 식으로 이 영화는 '관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주제는 "히키코모리여, 세상으로"다.


그리고 이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췌장'이다. 이 영화를 한 줄 요약하자면, "고독을 즐기는 남주와 시한부 미소녀가 만나 서로 췌장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한 줄 요약만 보면 하드고어 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꽤 아름답고 예쁘다. 조금 뻔한게 있긴 한데, 봐줄만하다. 그렇다면 다소 끔찍해 보이는 "췌장을 먹고 싶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까지 말하면 재미 없으니 영화 속에서 직접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여주의 이름이 사쿠라(벚꽃)고, 벚꽃은 화려하게 피고 빠르게 진다. 하지만 벚꽃은 떨어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이 말의 의미는 영화 속에서 찾아 보시길. (출처= 다음영화)
출처= 다음영화

사족1. 이 영화의 여주는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일본 멜로의 죽어나가는 여주 1인인지라 관련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족2. 그럼에도 하마베 미나미는 기억하고 싶은 배우다. 예쁘다.


사족3. 물류로 영화보기가 쉽지 않더라... 이건 그냥 영화 감상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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