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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Oct 07. 2018

이직했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물류를 맡습니다.

물류전문지 CLO에서 일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전문지’는 영세한가. 콘텐츠가 후져서다. 전문지가 뽑아내는 콘텐츠가 종합지에서 나오는 그것과 같다. 오히려 덜 떨어진다.


언젠가 한 전문지에서 쓴 기사 리드를 읽었다. “젊고, 능력을 갖춰 똑똑하기까지 한 모그룹 아무개 회장의 장남을 대표이사로 선임해서”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기가 찬다. 애석하게도 산업의 영원한 친구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최소한 물류는 그랬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지가 맛이 간 것은 아니다. 멋진 선배들, 배우고 싶은 선배들이 참 많았다.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 나선 전문기자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IT를, 누군가는 유통을 다뤘다.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1인 미디어를 만든 선배도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다면 종합일간지와 겨루어도 지지 않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넓고 깊은’ 콘텐츠를 만드는 버티컬 미디어 얼라이언스다.


만남


9월 어느 날.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심재석, 이유지 선배를 만났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기억나는 말이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각 영역의 전문기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이종철 기자는 ‘힙(hip)’을 맡고 있죠”


이종철 선배의 힙함은 패시브였지만,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전문기자의 연대’를 표방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종철 선배는 하드웨어를 맡고 있다. 남혜현 선배는 스타트업과 콘텐츠, 이유지 선배는 보안, 심재석 선배는 고양이 전문이다.

역시 트래픽은 고양이를 이길 수 없다.

내가 오래 전 꿈꿨던 그것이다. 버티컬 미디어가 모인 것은 아니지만, 버티컬 기자들이 모였다. 난 여기서 ‘물류’ 콘텐츠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IT와 접점을 가진 부분. 이커머스에 특화된 글을 써주면 더할 나위 없다고 한다.


시무


출근한지 1주일이 지났다. 극한의 자유주의를 맛보고 있다.


그 흔한 발제 회의를 안 한다. 알아서 아이템을 정하고, 쓰면 된다. 데스킹이 없다. 내가 취재한 글은 내가 퇴고하고, 웹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송고한다. 출퇴근 시간도 알아서 정한다. 9시부터 6시까지가 기준이지만, 그거 맞춰 움직이는 사람을 1주일 동안 한 명도 못 봤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는 편집장이 없다. 모두가 콘텐츠 생산자고, 편집자고, 유통자다. 각자 특화된 영역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역량을 발휘한다. 경력으로 치면 내가 제일 짧다. 이런 나조차 알아서 생존하고 있다. 회사가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믿어주기에, 이런 자유가 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먹고사니즘


다시 한 번 왜 ‘전문지’는 영세한가. 사실 콘텐츠가 후져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모두가 좋은 콘텐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좋은 콘텐츠’로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


버티컬 콘텐츠로 아름답게 돈벌기는 내 오랜 관심사다. 바이라인네트워크 합류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기획이 하나 있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심재석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답은 명쾌했다. “당장 합시다”


난 여전히 물류 전문기자로 이곳에 남았다. 이제 내 시간을 활용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면 된다.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물류에 IT를 붙여야 되나 잠시 고민해봤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바이라인을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간 브런치에 간간히 올렸던 물류 콘텐츠는 바이라인네트워크(http://byline.network)에서 만날 수 있다. 브런치는 조금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해보고자 한다. 이렇게 오글거리는 글을 올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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