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아쉬움
물류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조회수 10만을 넘겨보는 거였습니다.
원래는 물류 영상 콘텐츠의 가능성에 좀 회의적이었어요. 물류는 대표적인 경성 콘텐츠니까요. 자동화 운영과 관련된 잘 만들어진 모 대형유통업체의 홍보영상도 고작 수만뷰를 만들어내는데 그쳤습니다.
더군다나 전 영상을 만들 능력도, 딱히 영상을 재밌게 찍을 자신도 없었죠. 재미없는 콘텐츠 전문입니다 저는. 기사에 개그 치려고 안해본 건 아닌데, 대부분 그런 콘텐츠들은 망하더군요.
그러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택배와 관련된 인터뷰 콘텐츠를 봤어요. 그 영상은 90만명이 넘는 사람에게 전달됐죠. 딱히 웃기는 영상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심각한 내용을 다뤘죠. 물류 콘텐츠도 뜰 수 있구나. 여기서 가능성을 봤어요.
또 다른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는 매회 수십만뷰의 조회수를 뽑아내요. 이 분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영상을 찍는건 아니에요. 오히려 업계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죠. 크리에이터의 역량에 따라 경성 콘텐츠도 뜰 수 있다는 걸 또 알게 됐어요.
몇몇 배달대행기사, 화물차주가 만드는 영상도 자극이 됐어요. 현실판 유로트럭시뮬레이터 같은 영상인데 수천, 수만뷰를 만들어내더라고요. 별거 없어요. 그냥 트럭몰고 물류센터 소개하고 업무썰 풀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요.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행인 것은 물류로 영상 만드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었죠. 경쟁자가 없으니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았고요. 전 여전히 영상작법을 몰랐지만, 조직엔 영상을 무진장 잘 만드는 박리세윤 PD가 있었어요. 먼저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이종철 기자의 콘텐츠가 뜨는것도 자극이 됐죠. 그렇게 제가 세 번째로 기획한 영상은 페이스북 조회수만 7만을 넘겼습니다.
아쉬운 건 있어요. 이 영상은 그렇게 열심히 만든 게 아니었거든요. 원래는 두 번째로 기획한 택배관련 영상에 합쳐져있던 콘텐츠였는데 따로 분리한 거에요. 내용도 넣고 싶었는데 늘어지는 것 같아 빼버린 게 많습니다. 저희 PD도 그렇게 제안했고요. 그만큼 내용은 가벼워졌죠.
근데 오히려 그런 영상이 뜨는걸 보니 참 기분이 묘합니다. 정말 열심히 쓴 텍스트 콘텐츠가 1만 조회수도 못나오고 무너지는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 말이죠. 오히려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이 콘텐츠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네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잘 전달되는 콘텐츠일까요? 지금까지는 잘 취재된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라 생각했어요.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았다면 전달은 알아서 잘 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때로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한테는 사소할지 모르는 일반적인 상식이, 혹은 텍스트 콘텐츠를 통해 수두룩하게 이미 풀어버린 내용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내용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어찌됐든 관심 받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부족한 영상 봐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영상 잘 만들어준 박리세윤 PD도 고맙구요. 매번 자극이 돼주는, 이번 영상 콘텐츠 포맷을 만들어준 이종철 선배도 고마워요. 다음엔 또 다른 포맷의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아마 다음건 망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