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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Dec 14. 2018

무겁고 어두운 취재는 항상 어렵다

배민찬 서비스 종료를 취재하며

오늘 아침, 우아한형제들 측에서 보내온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어제(13일) 보도된 콘텐츠([엄지용의 물류까대기] '오프라인'에서 찾은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본질 外)의 '배민찬 지입기사의 하소연' 부분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회사측의 이야기입니다. 오늘(14일) 수정된 이 콘텐츠에는 우아한형제들의 주장 전문을 추가로 담았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기자의 취재방식은 관련된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우아한형제들의 직원 숫자가 1000명이라면 1000명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날 물리적인 시간도 없을뿐더러, 만약 부정적인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면 그 정보를 앞장서서 탈탈 털어 공개해줄 정신 나간 회사도 없습니다.


사실 기사가 밝고 활기찬 모두가 기분 좋은 내용이라면 취재는 쉽습니다. 당사기업 관계자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문헌조사를 통해 내용을 추가해서 완성하면 됩니다.  


그러나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대개 '합리적 의심'에서 취재를 시작합니다. 일단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서로 다른 취재원들의 의견이 모여야 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 다음으로 신경쓰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대상입니다. 대개 약자가 아닌 강자를 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취재를 한다해도 실수는 발생합니다. 누군가가 말을 한 것은 팩트지만, 그 말 자체는 팩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간혹 거짓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약자로 위장한 특정 집단에게 "설계 당했구나"라고 깨닫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뒤집힌 경우는 퀵서비스판을 취재하면서 수두룩하게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장에 그것이 특정 집단의 설계인지, 제대로 된 보도를 한 것인지 알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간혹 '시간'이 정답을 알려줍니다. 사실 영원히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중하고자 노력합니다. 매번 그렇게 생각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항상 어렵습니다.


이번 배민찬과 관련된 일련의 보도에서도 아직 기사화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내용이 있습니다. 더 신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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