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먹고 사는 법-1
비즈니스 컨퍼런스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비즈니스 컨퍼런스란 비즈니스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업계 사람들이 모여 해법을 찾는 모임 행사입니다. 비즈니스 컨퍼런스 구성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양한 업계 연사들이 연단에 올라 주제에 맞춰 발표를 하고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청중과 연사의 소통에 방점을 맞춘 '토크콘서트', 청중과 청중이 소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결합 되기도 합니다.
전 크고작은 많은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장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오는 27일 개최를 앞두고 있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300명 규모)'가 그렇고요. 지난해에는 킨텍스와 협업해서 K SHOP 2019 컨퍼런스 일부 세션(200명 규모)을 맡아 기획했고요. 전직장인 CLO에서 연례 행사로 꽤나 크게 하고 있는 로지스타서밋(400명 규모)의 2018년도 기획 및 운영, 마케팅을 총괄 했습니다.
컨퍼런스를 꾸리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기획. 컨퍼런스의 주제를 결정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두 번째는 마케팅. 컨퍼런스의 존재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모객하는 과정입니다. 마지막 운영.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마치기까지 내외부 파트너와 고객에게 불편함이 없이 물 흐르듯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좋은 컨퍼런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게나마 오늘 공유하는 제 경험이 비즈니스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독자 여러분에게 생각할 거리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컨퍼런스의 성패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획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좋은 주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주제에 맞는 사람(연사)을 섭외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는 이커머스로 따지면 '상품'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처음부터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더라도 행사가 잘 되기 어렵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단계가 이곳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주제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먼저 행사의 목적을 결정합니다. 행사의 목적이 곧 대주제가 됩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예로 들어 보자면, 이 행사는 2020년 이커머스 업계 트렌드를 조망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렌드'는 연초 시즌에 맞춘 비즈니스 컨퍼런스로는 흔한 주제죠. 여기에 이커머스를 붙인 것은 아무래도 제가 주력으로 취재하고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주 업계 트렌드' 행사를 한다면 아무래도 생뚱맞죠.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필연적으로 기존 수년에 걸친 관련 콘텐츠 제작을 통해서 확보한 네트워크 역량이 컨퍼런스 기획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대주제가 결정됐다면 목적에 부합하는 소주제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경우에는 '2020년 이커머스 업계 트렌드'가 무엇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량적, 정성적 분석이 결합됩니다.
먼저 정량적인 데이터를 확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2020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미래의 데이터 또한 없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시기의 2019년 데이터를 가지고 옵니다. 서로 다른 시장조사 기관의 데이터를 우선 많이 모아 봅니다. 통계 자료를 살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띕니다. 쿠팡의 압도적인 성장, 그 와중 성장하고 있는 패션 카테고리킬러 이커머스, 전연령대에 꾸준한 트래픽을 보이는 C2C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선식품 카테고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음은 정성적인 데이터를 확보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다양한 업계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기자니까 가능한 일인데 인터뷰를 하면서 겸사겸사 시장의 방향성을 물어보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또 공통점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2018년까지는 조용했던 크라우드소싱이 2019년에 부각되고 있다던가, 이커머스 통계에서는 잘 파악되지 않는 네이버가 무서운 강자로 부각되고 있다던가, 한일 무역갈등으로 인해 불매운동이 번지는 한 편에서 한국 상품의 일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던가 하는 정보들이 여기서 모이죠.
이렇게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여러 자료를 모아서 대주제(2020년 이커머스 비즈니스 트렌드)와 연결되는 '소주제'를 구성합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에서는 소주제로 '마켓플레이스의 틈새(크로스보더 마켓플레이스, 카테고리킬러 마켓플레이스)', '라스트마일 풀필먼트의 완성(풀필먼트 전쟁, 이종산업간 경쟁, 익일배송을 넘어선 라스트마일 물류의 가치)', '공유의 가치(이동의 전환, 공간의 전환, C2C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를 꼽았습니다.
여기서 가로 안에 들어간 제목들은 제가 생각하는 소주제에 맞는 '발표 주제' 입니다. 이 발표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연사를 섭외하는 것이죠. 어찌 보면 비즈니스 컨퍼런스 기획에서 가장 치열하고 힘이 드는 과정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10개의 발표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구색과 주제에 적합한 연사 분들이 항상 나와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때문에 첫 번째로 생각한 연사 분이 발표가 어려웠을 때 적절한 2안과 3안, 4안, 많게는 6안까지 대체할 수 있는 연사진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실제로 20명 이상의 연사 섭외가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확정된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최종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처음 기획과 달라진 것은 무엇이고,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0년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미리 보기
SESSION1
마켓플레이스의 틈새(크로스보더 이커머스-아마존글로벌셀링, 패션 카테고리킬러 커머스- 지그재그/신상마켓)
SESSION2
라스트마일 풀필먼트의 완성(풀필먼트 전쟁 - 이베이코리아, 이종산업간 경쟁- 프레시솔루션/마켓컬리, 익일배송을 넘어선 라스트마일의 가치- 원더스)
SESSION3
공유의 가치(이동의 전환 - 서울교통공사, 공간의 전환 - 홈픽)
연사가 확정된 다음에는 상품 페이지를 제작해서 올립니다. 고객이 우리가 기획한 컨퍼런스에 돈을 주고 방문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는 상품 결제 페이지 제작(링크)부터 시작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페이스북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도달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대를 나눠서 마케팅 콘텐츠를 배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똑같은 콘텐츠를 또 다시 올리는 것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독자에게 큰 피로감을 줄 수 있기에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위해서는 공식 상품 페이지와 별도로 두 가지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하나는 행사의 대주제(2020년 이커머스 비즈니스 트렌드)를 조망한 내용(링크)입니다. 앞서 컨퍼런스 소주제 결정을 위해서 2019년의 이커머스 트렌드를 보여주는 정량 데이터를 여럿 모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그 결과를 기사화한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OSMU(One Source, Multi-Uses)인데,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가 참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행사'와 연결점, 그러니까 결제 페이지 직접 링크를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만든 것은 행사의 소주제(마켓플레이스의 틈새, 라스트마일 풀필먼트의 완성, 공유의 가치)를 포괄한 전체적인 내용을 조망한 콘텐츠(링크)입니다. 포인트는 처음 올렸던 상품 결제 페이지를 복사붙여넣기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품 결제 페이지보다는 깊은 내용을 담아 행사 참여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고, 동시에 모든 내용을 풀지는 않음으로 컨퍼런스에서 더 깊은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기선 실제 결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결제 페이지 직접 링크를 노출했습니다.
이후에도 콘텐츠 마케팅은 이어집니다. 이번 행사의 소주제에 포괄되는 여러 업체의 이야기를 기사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지난주 송고한 11번가 실적 분석 기사(소주제 '마켓플레이스 틈새'와 연결)가 일례가 될 것 같구요. 이 외에도 패션 카테고리킬러로 동대문 풀필먼트망을 구축한 업체 '브랜디(소주제 '라스트마일 풀필먼트의 완성' 연결)', 최근 지그재그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패션 카테고리킬러 마켓플레이스 '에이블리(소주제 '마켓플레이스의 틈새' 연결)', 지역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의미를 만들고 있는 '당근마켓(소주제 '공유의 가치' 연결)'과 같은 업체 인터뷰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입니다. 행사에 연사로 참가하는 신상마켓과의 인터뷰 또한 지난주 진행해 곧 송고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송고된 콘텐츠에는 직접적인 결제 페이지를 연결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너무 홍보색이 강한 기사가 연속으로 나오면 행사에 별 관심 없는 독자 여러분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만, 콘텐츠에 붙어 있는 배너 광고를 통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컨퍼런스 참가까지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기에 길게 안 푼 내용으로는 콘텐츠 유통채널 믹스가 있는데, 이건 쉽게 말해서 가능한한 다양한 플랫폼을 마케팅 콘텐츠 유통 채널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번 행사만 해도 바이라인네트워크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링크드인, 카카오 1분, 브런치 등 다양한 채널에 관련 내용이 유통 됐는데요. 각 플랫폼이 보유한 독자 특성이 다른 만큼 최대한 다양한 채널에 콘텐츠를 전달하여 많은 잠재고객에게 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은 운영입니다. 티켓팅부터 당일 행사진행까지. 행사가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운영의 목표입니다.
운영단에는 정말 자잘해 보이지만 중요한 일들이 몰려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행사장을 섭외하여 컨디션을 확인하고, 참가자 분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연사 발표 자료를 수령하고, 현수막과 엑스배너 등 행사 부대 장비를 사전 제작해 준비하고, 기념품을 결정하고, 현장 운영에 대한 R&R을 나누고, 혹여 터질 사고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든 과정이 여기 포함됩니다. 특히나 이번 행사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있는 만큼, 공중 보건 측면에서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준비 사항에 들어 있습니다.
운영은 마치 물류와 같죠. 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역할의 소중함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운영은 눈에 보이지 않고 돋보이지도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괜시레 여기에선 수백명 규모의 행사가 문제 없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그 누군가와 연결된 많은 파트너들의 노고가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혹시 조직에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잘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얼리버드 할인 티켓 구매 마감이 14일(금)으로 다가왔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오늘 글을 읽고 컨퍼런스 참가가 끌린다 싶은 분은 다음 결제 페이지(링크)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행사 기획에 큰 도움을 준 외부 연사와 업체 관계자 여러분, 크고작은 도움을 주고 있는 바이라인네트워크 직원 여러분, 행사를 믿고 적지 않은 돈을 결제해주신 독자 여러분, 그리고 여기까지 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초토화 시킨 봉준호 감독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