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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ug 12. 2020

유튜브에서 언론사의 그것이 보인다

유튜브 뒷광고 논란에 대한 생각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화제다. 크리에이터가 찍은 어떤 영상이 사실은 누군가의 돈을 받고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분노한 시청자들이 몰려든다. 광고를 보기 싫어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한 우리들은 수십분짜리 광고를 보고 있었다. 분노의 사유는 충분하다.


분노를 부추긴 것은 크리에이터의 거짓말이다. 뒷광고로 논란이 된 크리에이터의 과거 영상이 증거처럼 올라온다. 그 영상에서 크리에이터들은 혹시 광고를 받지 않았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광고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차라리 돈 받고 찍었다고 깔끔하게 인정했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이 업계 사람은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거다. 진정성은 그게 진짜이든, 가짜이든, 트래픽을 몰고 오는 무기가 된다.


돈을 받았다고 표시한 영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 얼마를 받았다고 표시하지는 않으니까. 시청자는 광고 영상 표기를 보고 크리에이터가 300만원짜리 공짜 상품을 협찬 받아서 광고를 찍었구나 생각할 수 있다. 영상 내용이 그거거든. 하지만 그 뒤에는 수천만~수억원 상당의 뒷거래가 있을 수 있다. 콘텐츠에 노출된 우연이 사실은 자본이 함께 기획한 내용임이 밝혀진다. 시청자들은 또 다시 분노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은 신뢰를 잃으면서 무너지고 있다.  


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최근 크리에이터들이 언론사의 몰락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언론사는 몰락하지 않았다. 언론 신뢰도가 땅을 파고 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사는 어떻게든 굴러간다. 오히려 새로운 군소 언론사는 계속해서 탄생한다.


우리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가. 콘텐츠로 돈을 번다는 달달한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독자의 신뢰를 돈으로 치환하지 않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뻔한 대답 정도로 갈음한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어둠 속에 있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어둠 속에 묻는데 프로다. 그 방법을 알고 있다. 관계된 자본이 우리와 함께한다.


최근의 크리에이터들은 이 이슈에 한해서는 조금 아마추어인 듯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닐까. 우리가 살아남았듯, 크리에이터들도 살아남지 않을까. 생존의 기술을 터득하지 않을까. 그들 또한 우리의 모습을 이어가지 않을까. 한 없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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