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와 콘텐츠 커머스의 차이
인플루언서 커머스. 유통업계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지에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자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콘텐츠 커머스', '미디어 커머스'라는 말과도 호환이 됩니다. 콘텐츠를 판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인플루언서 커머스도 콘텐츠 커머스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만약 콘텐츠를 라이브 영상으로 만든다면 요즘 유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와도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차이는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에 찍힌 방점은 '인플루언서'입니다. '영향력'을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인플루언서 커머스입니다. 그리고 콘텐츠는 영향력을 만드는 여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 점이 비슷해 보이는 콘텐츠 커머스와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차이를 만듭니다.
지난주 취재를 위해서 '인플루언서 커머스'라 불리는 여러 사업자들의 콘텐츠를 살펴봤습니다. 상품 판매와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콘텐츠가 곳곳에 보입니다. 상품 판매 링크 하나 없이 패션 코디를 도와주는 콘텐츠를 올립니다. 역시나 상품 판매와는 아무 상관 없는 본인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마치 우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일상을 공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콘텐츠만 보자면 인플루언서 커머스 사업자들은 매출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매출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좋아요'를 끌어낼지, '댓글'을 만들어낼지, '조회수'를 끌어낼지 고민합니다. 물론 상품 판매를 위한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꽤 많이 중간중간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 또한 일반적인 쇼핑몰의 문법과는 조금 다릅니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어설픈 합성,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짤방, 누가 봐도 휴대폰으로 촬영한 셀카가 우리를 반깁니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 커머스 사업자들은 돈 버는 데 관심이 없는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커머스와 돈 버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많은 인플루언서 커머스 사업자들은 '진정성'이 매출을 만든다고 이야기합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진정성이 팬덤을 만든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팬덤은 기꺼이 그들이 좋아하는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믿고 구매합니다. 결국 매출을 만듭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성장은 느립니다. 어떤 기연을 만나지 못한다면 '팬덤'을 만들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오랫동안 쌓인 콘텐츠에 대한 팔로워들의 믿음이 축적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만듭니다. 어찌 보면 매출과 구매 전환율을 끌어 올리고자 하는 셀러의 문법보다 팔로워를 끌어 올리고자 하는 유튜버의 문법이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성장에 더 적합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유튜브 뒷광고 논란을 기억합니다. 유튜버를 팔로우하던 많은 이들이 콘텐츠에 남몰래 광고를 녹인 유튜버들의 행동에 분노했습니다. 구독 취소가 이어졌습니다. 신뢰를 잃은 유튜버들은 쉽사리 재기하지 못했습니다. 예전 같은 영향력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진정성을 잃은 인플루언서의 모습입니다.
차라리 유튜버들이 처음부터 대놓고 광고를 받았다고 이야기 했으면 어땠을까요. 광고임에 불구하고 재미까지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컨셉에 맞지 않는 광고는 과감하게 쳐내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요. 팔로워들은 오히려 유튜버를 더 믿고 응원해주지 않았을까요. 기꺼이 그들이 광고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을까요. 지난해 뒷광고 논란 이후 유튜브 생태계는 '앞광고'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진정성을 잃은 인플루언서가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다들 눈으로 확인했으니까요.
제가 속한 미디어 업계는 어떨까요? 진정성을 잃은, 팬덤의 신뢰를 잃은 미디어들이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익모델은 진정성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그 명확한 연결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작게나마 도전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