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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May 17. 2021

네이버에 유료콘텐츠 멤버십 론칭해본 썰

커머스BN 출사표

네이버가 야심차게(?) 준비한 유료 콘텐츠 서비스 '프리미엄콘텐츠'가 지난주 목요일 오픈했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는 아니구요. 네이버와 제휴한 미디어 파트너가 프리미엄콘텐츠 안에 채널을 개설하고, 자체적으로 가격 및 운영정책을 수립하는 구조입니다. 네이버는 콘텐츠 파트너를 위한 결제 및 콘텐츠 제작 툴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죠.


프리미엄콘텐츠 베타 서비스 기간에는 총 25개의 사전 제휴한 미디어 파트너 채널에 한정하여서만 콘텐츠가 공개 됐습니다. 네이버는 향후 이를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해 누구나 프리미엄콘텐츠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희소식일 수 있겠습니다. 제 주변에도 '정기결제' 도입의 어려움으로 개인 계좌이체를 받거나, 본래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아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네이버 플레이스' 등의 결제툴을 우회 활용하는 방식으로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랬던 많은 창작자들이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를 통해서 유료 콘텐츠 모델을 쉽게 실험할 수 있겠죠. (카카오도 하반기 유사한 것을 론칭할 예정이니 같이 쓰고 비교해봐요!)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바이라인네트워크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안에 채널 두 개를 열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커머스BN'이라는 이름의 콘텐츠 채널 운영을 맡게 됐죠. 제가 몇 주(미디어 파트너에 한정해서 콘텐츠를 사전에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제공 됐습니다.) 동안 사용해보니 콘텐츠 제작 툴은 깔끔하고, 결제야 뭐 네이버페이가 원체 강력하니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네이버가 프리미엄콘텐츠 창작자에게 제공하는 기본 탬플릿

연간결제나 라이브 방송 기능 부재, CRM(고객관계관리) 등 커스터마이징 측면에서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런 기능들은 네이버가 추후 개발, 도입 한다고 하니 앞으로를 지켜볼 만 합니다.


문제는 콘텐츠야!


당장 닥친 문제는 결제툴, 콘텐츠 제작 툴, 네이버가 아닙니다. 결국 유료 콘텐츠 서비스의 본질이 되는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과연 팔릴 것인가, 팔린다면 가격은 얼마가 적절할 것인가. 과연 고객은 돈을 낼 것인가. 돈을 내는 고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저 또한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아직 그 질문에 정답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유료 콘텐츠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무료 대체재'의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 '좋은 무료 콘텐츠'가 너무나 많습니다. 저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든 있습니다. 저보다 정보의 깊이가 탁월한 사람 또한 세상 어디에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만드는 콘텐츠는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무료로 세상에 전해집니다.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나에게 잘 맞는 좋은 콘텐츠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못 찾을 이유는 없습니다. 요컨대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양질의 무료 콘텐츠와 경쟁하여 이겨야 합니다.


이런 환경은 저에게도 여전히 숙제이지만, 저에게 자신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이미 2019년 바비네(바이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1만원짜리 정기구독형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안에서 운영한 경험(브런치에도 오픈한 이 공지가 그 시작이었습니다)이 있습니다. 제가 업계를 취재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슈들을 실시간으로 기록하여 구독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평소에도 틈틈 작성하는 취재노트를 유료 콘텐츠 구독자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이였죠. 페이스북그룹에서 전개한 1만원짜리 콘텐츠 멤버십의 반응은 나름 나쁘지 않았습니다. 150명이 넘는 구독자가 멤버십 회원으로 콘텐츠를 유료 구독 했으니까요.


물론 바비네 멤버십은 그 이상의 고지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간략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바비네는 폐쇄형 멤버십을 지향했습니다. 처음부터 '유료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한 분들에 한해서 모임 기간에 한해서 무료로 멤버십 서비스를 공개하고, 이후 모임이 끝난 이후 마음에 드는 분이라면 유료로 전환하여 멤버십을 지속 이용하는 구조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불편한 이런 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프리미엄 멤버십' 느낌을 최대한 소구하고 싶어서였고, 이 때문인지 바비네 멤버십 유료 결제 전환율은 한창 잘 나갈 때 60%가 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운영상의 이슈' 때문이었습니다. 애초에 결제툴과 서로 연동되지 않은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을 통해 운영되는 바비네 멤버십 특성상, 멤버십 회원관리를 위한 공수가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당장, 카드분실 등으로 인해 멤버십 유지가 더 이상 불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저는 분절된 고객관리 시스템에서 수기로 확인해서 구독자 분들의 연락처로 개별 공지했습니다. 이런 구조로는 더 많은 멤버십 회원 유치와 대대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새롭게 전개하는 유료 콘텐츠 멤버십 '커머스BN'에선 네이버 덕분에 이런 이슈들을 어느 정도 이상 해소했습니다. 더 많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죠. 더 나아가 저는 기존에 이미 취재노트 형태의 콘텐츠로 월 1만원의 유료 구독자를 세자릿수 이상 유치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콘텐츠를 월 1만원이라는 돈을 주고 구매해주는 독자들이 세자릿수 이상은 존재했던 것이죠. 만약 제가 커머스BN을 통해서 종전 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구독자 여러분에게 제공한다면, 충분히 더 많은 유료 구독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때문에 당분간 제 콘텐츠는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기존 바이라인네트워크에 공개하던 무료 콘텐츠 제작 역량까지 커머스BN이라는 유료 콘텐츠 멤버십에 올인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을 지불하는 구독자들이 존재하는데, 비슷한 수준의 다른 정보를 무료로 공개되는 채널에서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는 30%의 역량만 발휘하고, 커머스BN에서는 120%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이 말이 쉽지, 쉽지 않거든요. 저는 온전히 유료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 생산에 제가 가진 모든 네트워크와 취재 역량을 전력 투구 해야 합니다. 물론 여전히 쫄리긴 하지만 제 콘텐츠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은 결국 시장이고, 구독자 여러분이겠죠.


그놈의 프라이싱


커머스BN 오픈에 앞서 또 하나의 고민은 가격이었습니다. 커머스BN의 가격은 바비네 멤버십보다 2배 가까이 비싼 월간 19800원입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올라가는 25개 콘텐츠 채널 중에서 두 번째로 비싸고(가장 비싼 것은 더벨의 19900원입니다.), 평균값인 5000원과 비교해서는 4배 정도 비쌉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또 다른 프리미엄콘텐츠 채널 '오늘, 외쿡신문(5500원)'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비쌉니다.


커머스BN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기존 우리보다 저렴한 네이버프리미엄 콘텐츠 멤버십과 '같은' 것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이 때문에 다루는 주제와 깊이도 다릅니다. 콘텐츠의 가치는 구독하는 독자에 따라서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어떤 특정 가격으로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구독자에게는 커머스BN의 가격 19800원이 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어떤 분들에게는 커머스BN을 1000원에 팔아도 구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저에게 콘텐츠의 적절한 가격이 고민인 이유입니다.


저에게 가격 설정의 기준이 있었다면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들이었습니다. 일례로 아웃스탠딩은 월 7900원, 일간 이슬아는 월 10000원, 폴인은 월 12800원, 퍼블리는 월 16900원, 북저널리즘은 월 19000원의 돈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유료 콘텐츠 서비스는 모두 텍스트 기반의 구독 서비스이고, 만약 제가 '텍스트 콘텐츠' 중심으로 멤버십을 구상했다면 19800원의 가격은 당연히 마땅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구독자 입장에서, 특히나 저와 바이라인네트워크를 모르는 신규 구독자 입장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유료 콘텐츠 구독 서비스들이 커머스BN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비교해서 '비싼 느낌'을 주는 것은 신규 구독자 유입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 봤습니다.


그럼에도 커머스BN이 19800원이라는 요금제에 도전한 이유는 있습니다. 기존 존재하는 다른 가격대가 형성된 유료 콘텐츠 시장에 들어가서 판을 짜본다면 조금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업계의 숨은 고수를 초청한 온라인 라이브 강연 콘텐츠 시장이라면 어떨까요? 조금 특성이 다르지만 이 시장에서는 클래스101이 콘텐츠당 월 3~4만원, 폴인이 회당 3만원, 패스트캠퍼스가 연 289000원 기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전직장인 CLO와 현직장인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단건 강연 콘텐츠를 적게는 3만원, 많게는 30만원에 매진시켜본 경험이 있죠. 물론 제가 기획하고 판매했던 콘텐츠는 절대 다수가 '오프라인 기반'이었습니다만, 이를 온라인 라이브 영상을 기반으로 전환하고 기존 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저렴한 느낌으로 포지셔닝하여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콘텐츠의 '가격'은 계속해서 저의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커머스BN 멤버십 안에는 월 1회의 라이브 강연 콘텐츠 '라이브톡'이 포함됐습니다. 매달 화제의 이슈를 선정하고 관련 이슈를 깊이 있게 다뤄줄 수 있는 업계의 숨은 고수를 모시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형식입니다. 라이브 콘텐츠에 참가하는 구독자들은 온라인상으로나마 발표자에게 질문을 하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고, 구독자들끼리 콘텐츠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브가 끝난 영상 콘텐츠는 커머스BN 안에 저장돼 구독자라면 누구나 원할 때 계속해서 반복 열람할 수 있습니다.


당장 커머스BN은 이달 5월 27일 (목) 14:00에는 박상신 엠엑스엔홀딩스 부사장을 전문 연사로 초청하여 <한국 패션 버티컬 커머스의 일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진출 전략>을 주제로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라이브 영상 콘텐츠를 진행(링크)합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패션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의 일본 진출'은 어디에서든 화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민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든, 무신사든, 지그재그든, 카페24든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전초전', 혹은 시장 개척을 위한 인프라와 네트워크 준비중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연사로 초청하는 박상신 부사장은 제가 알고 있는 '일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분입니다. 지마켓에서 일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현재 '큐텐'의 전신입니다.)을 전개한 1세대 인사이고, 직접 일본에서 커머스 사업을 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물류 전문 플랫폼 '디맨드쉽'을 창업해서 운영하기도 했고,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해 아쉽지만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쟁쟁한 패션 버티컬 커머스 업체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커머스BN에서는 이번 라이브톡과 같은 형태로 주제를 선정하고, 연사를 초청하는 '라이브 콘텐츠'를 한 달 단위로 오픈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온라인 환경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멤버십 참가자간 비즈니스 네트워킹 촉진을 위한 장치도 하나 마련했습니다. 제가 오프라인 강연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참가 고객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하는 이유로 '명함 교환'을 꼽더군요. 그 기능을 온라인에서 지원하기 위해 커머스BN 구독자들에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명함첩을 제공합니다. 명함관리앱 리멤버로 운영되는 커머스BN 비즈니스 명함첩에는 현재 약 150명의 다양한 학계 전문가, 업계 실무자, 대표자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새로운 유료 콘텐츠 멤버십을 향한 커머스BN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저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합니다. 당장 첫달은 무료 구독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신규 구독자 유입'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본격적인 유료 전환이 진행된다면, 그렇게 유입됐던 신규 구독자 중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유지되는지 '멤버십 이탈율'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머스BN의 현재까지 성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과거 바비네 멤버십부터 함께해준 많은 구독자 여러분이 커머스BN에 유입됐고, 그보다 더 많은 신규 구독자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저에게 앞으로 숙제가 있다면 이렇게 콘텐츠의 가치를 믿고 구매해준 구독자 여러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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