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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n 18. 2021

그때는 물류가 아니었다

15학번 후배의 지향점

15학번 후배에게 톡을 받았다. 어떤 대형 IT기업 물류 기획 직무에 서류 합격하여 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평소 글을 열심히 챙겨봤다고. 몇 가지 질문이 있어서 연락을 했다고.


활기찬 느낌표로 시작하여 어색한 말줄임표로 끝나는 문장. 특별한 관계가 없었던 선배에게 연락을 하는 일이 그의 입장에서는 쉽지는 않았으리라. 잠깐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나서였을까.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전화번호를 남겨달라고 했다.


SaaS, 5PL, 풀필먼트. 10년 전 물류학을 배울 때는 교과서에도 안 나왔던 용어들이 후배의 목소리를 통해 나열된다. 오늘의집과 네이버, 그리고 카카오. 그 때는 물류를 하지 않았던, 혹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들의 이름이 이어진다. 


"요즘 학생들은 그런 곳에도 지원해요?" 궁금증에 물었다. 자기 말고도 서류 합격한 이들이 학부에 3명은 더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격세지감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위 평범한 물류학도의 지향점은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CJ대한통운이었다. 이름 있는 대형 제조 화주사 물류담당자가 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 사이 세상은 바뀌었다.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 쿠팡은 물류를 무기로 100조 가치 상장에 성공했으며, 국내 시가총액 3~4위를 다투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류판에서 본격적인 격돌을 앞두고 있다. 


어쩌다 보니까 물류라고 불리지도 않았던 판에서 물류 콘텐츠를 만들었다. 혼자서 우기면서 가는가 했더니,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였다. 감사한 일이다.


이제는 다음을 바라봐야 한다.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흔해졌다는 이야기다. 콘텐츠로 먹고 살기 위해선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엔터테인먼트가 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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