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밖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식입니다. 오늘 카페24와 제휴 소식을 통해서 한국 언론에는 공식적으로 처음 알려졌죠.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위시(Wish)’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중국 상품 구매대행 해주는 앱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곳이기도 하죠.
위시가 한국에 등장한 지는 조금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1월 한국지사를 설립했고요. 현재 4명의 팀을 구성하여 한국 사업을 강화하고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위시 본사에게 있어서 조금 특별합니다. 아태 지역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지사(일본은 사무소만 운영) 설립 이고,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위시 본사의 큰 관심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위시의 차별점도 명확합니다. 하나는 ‘모바일’입니다. 웹사이트가 있기는 하지만 위시 대부분의 트래픽은 ‘모바일’에서 생성됩니다. ‘모바일 온리’라고 봐도 무방하죠.
두 번째는 ‘개인화 추천’입니다. 모바일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한데, 위시 상품 구매의 70% 이상은 검색이 아닌 사용자의 소비 행태를 분석한 ‘개인화 상품 추천’에서 발생합니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카카오’가, 글로벌에서 ‘페이스북’이 이야기하는 발견형 쇼핑이라는 키워드를 위시에서도 찾을 수 있겠네요. 아마존이 모든 상품을 다 파는 블록버스터 마켓이라면, 위시는 개개인에게 가치 있는 니치(Niche) 상품을 찾아주는 마켓을 포지셔닝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입니다. 기본적으로 위시는 국가간 거래에 최적화됐습니다. 한국에서 위시가 중국 상품 구매대행 앱 아니냐고 알려진 배경도 사실 여기에서 찾을 수 있죠. 북미, 남미, 유럽, 중국, 올해 새로 추가된 한국 등지의 입점 판매자들이 위시앱을 설치한 전 세계 100여개 이상 국가 소비자에게로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직접 배송만 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시대의 대세처럼 느껴지는 ‘풀필먼트’, 당연히 위시도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FBW(Fulfillment By Wish)라는 이름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아마존의 FBA와 유사한 모델이고요. 위시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글로벌 판매자들의 상품을 선입고하여 빠른 배송을 만들어내는 방법론입니다. 한국 판매자들도 여기 접근 가능하고요.
위시 한국지사의 목표는 앞서 한국에 진출한 아마존, 쇼피, 라자다 등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한국의 우수한 판매자, 브랜드들을 위시로 끌어당기는 것이죠. 차별점이 있다면 법인이 아닌 ‘개인’ 판매자까지 가능한 쉬운 입점입니다. 누구나 글로벌 소비자까지 위시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인 15일 안에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역량’만 있다면야 위시 생태계에서 글로벌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죠.
위시 한국지사의 고민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더 많은 브랜드 판매자의 위시 입점입니다. ‘리셀러’로 대표되는 개미 판매자들보다는 상품 원가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위시 생태계에 끌어당기고자 합니다. 이건 뭐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D2C(Direct to Customer)’라는 트렌드와 맞물리는데, 이미 아마존과 쇼피 등의 업체들이 이 한국에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죠. 오늘 발표한 카페24와 위시의 제휴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위시 한국지사는 ‘물류’ 또한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위시가 제공하는 풀필먼트는 아무래도 높은 수수료와 상품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규모가 큰 업체가 아니라면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괜히 쇼피와 라자다 같은 위시보다 먼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글로벌 판매자를 위한 픽업 물류망을 한국에 설계한 것이 아닐 겁니다. 위시도 비슷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고, 이를 위한 물류 파트너를 수배중입니다.
요약하자면 위시의 한국 진출은 두 개의 이해관계자 집단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업체’입니다. 글로벌 단위로 1억이 넘는 트래픽을 만드는 마켓플레이스 위시가 만드는 ‘물량’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시장 진입 초기인 한국에서 위시의 한국발 물동량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시의 의지를 봤을 때 언제고 치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지 상태에서 불과 몇 년 사이 유의미한 시장을 만들어버린 ‘쇼피’를 기억한다면 하나의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물류업체라면 초기 진입자로 잠재력 있는 화주를 확보한다는 것의 ‘인센티브’를 당연히 인지하고 있겠죠.
두 번째로 ‘글로벌 판매자’들에게도 위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위시 전체 거래액의 47%는 유럽, 39%는 미국, 나머지는 남미와 러시아 등지에 분포돼 있습니다. 글로벌 멀티채널 판매가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시 또한 판매채널 믹스의 한 부분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시가 괜히 초기부터 ‘쇼피파이’와 관계한 것이 아니겠죠. 둘은 꽤나 잘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한국에서 위시에 판매하고 있는 판매자는 900여개에 불과합니다. 지금 위시에 들어간다면 판매자 역시 물류업체와 마찬가지로 초기 진입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겠습니다. 중국 상품으로 가득 찬 위시 플랫폼에 조금 더 품질 좋고 다양한 한국 상품을 끼얹어주길 위시 본사도 내심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