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물류 연합군, 쿠팡식 제국주의 물류와는 다른 방향입니다
1. 이 글은 제가 운영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커넥트레터 10월 14일 발송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2. 매주 목요일, 한 주간 주요 물류, 커머스 업계 소식을 관점과 함께 정리하여 등록한 이메일로 발송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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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주 희망차게 “목요일 아침을 여는 엄지용입니다” 인사했던 사람입니다. 네, 목요일 아침에 예약 발송돼야 했던 레터가 수요일 오후 6시에 발송됐습니다. 그 날 바로 이어진 술자리가 너무 신이 나서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발송 취소 버튼에, 클릭 한 번에 주루룩 발송되는 레터를 망연자실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다 목요일 아침을 여는 레터를 수요일 퇴근길에 받아보게 된 모든 구독자 여러분들께 송구합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모 이커머스업체 실무자에게 “첫 뉴스레터는 너무나 중요하니 술 마시고 쓸 수는 없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강한 양해를 구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집니다. 그 분도 커넥트레터 구독자인데, 실수를 깨닫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 말 없이 뉴스레터 스크롤을 내리고 있더군요(...)
그리고 오늘. 정신 단디 하고 메일을 쓰겠다고 마음을 잡았는데 아침이 한참 넘은 이 시간에 이리 뉴스레터를 발송 드리게 됐습니다. 어제 또 신나게 커넥터스 멤버십 구독자 두 분과 술자리를 했고, 술자리가 끝나고 메일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상태가 워낙 메롱이라 이렇게 밀리게 됐네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차별화 전략으로 퇴근길을 여는 ‘석간’ 뉴스레터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죄송합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다음 주에는 정상적인 시간에 돌아오겠습니다. 이 죄송한 마음, 콘텐츠로 풀 수밖에 없겠네요.
요즘 이커머스 물류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쿠팡도, 네이버도, 카카오도, 우아한형제들도 아닙니다. 이 친구들은 지난주 소개했던 ‘국감 이슈’로 인해 여러모로 정신이 없고요. 오히려 잘 하던 사업도 움츠리고 접는 판입니다.
오히려 이 시국에 뜨겁게 돈을 팡팡 뿌리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GS리테일’입니다. 마치 네이버가 지난해 여러 물류업체에 ‘씨’를 뿌리면서 풀필먼트 연합군을 만들었던 행보를 2021년의 GS리테일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씩 사례를 볼까요.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올해 이커머스 빅딜로 꼽혔던, 동시에 누가 가져갈까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GS리테일이 꿀꺽(2400억원 투자, 지분 30% 인수) 했고요.
네이버가 2017년 먼저 투자했던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의 구주 19.51%를 인수하면서 2대 주주(최대 주주 : 네이버)가 됐습니다. 여기 더해 GS리테일은 반려동물 용품 버티컬 커머스 ‘펫프렌즈’ 지분 30%를 인수했고,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이자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에도 투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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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GS리테일의 또 다른 물류 투자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GS리테일이 ‘새벽배송’과 ‘저온 물류망 운영’으로 성장한 물류업체 팀프레시의 투자자로 참가했습니다. 알 분은 알겠지만, 팀프레시는 투자 전 GS리테일의 새벽배송 협력사로 활약하기도 했는데요. 아마 이런 배경이 투자 의사 결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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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의 ‘풀필먼트 연합군’을 관통하는 물류, 유통 키워드가 있다면 ‘마이크로 풀필먼트’와 ‘퀵커머스’입니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이라는 국내 1위 택배사를 보유한 종합물류기업을 중심축으로 동맹군을 형성했다면, GS리테일은 택배망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활약하는 기업, 물류망에 투자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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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라고 하지만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가 이 시장에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쿠팡 또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글로벌 진출 전략의 시작점을 마이크로 풀필먼트로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미 거대한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업체가 있는 시장에서,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쿠팡의 커머스 양분지계가 확정되는 상황에서, 쿠팡이 활동하는 정파 영역을 대상으로 한 애매한 물류 투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GS리테일이 인식한 모습입니다. 물류에 투자할 거면, 쿠팡이 안했던 곳으로. 쿠팡조차 국내에서 MFC 투자는 초기 단계니까 이 지점에서 경쟁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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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GS리테일이 투자한 업체들의 면면을 살펴볼까요.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배달대행 네트워크 브랜드 ‘부릉’으로 성장한 업체입니다. 음식배달이 메인이었지만, 이 또한 비음식 상품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죠. 메쉬코리아도 최근 들어선 MFC(Micro Fulfillment Center), 새벽배송 등 종합물류 영역으로 비즈니스 전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 소식이 발표된 팀프레시는 ‘새벽배송’과 ‘저온 물류망’으로 성장한 업체입니다. 마켓컬리 로지스틱스 리더 출신인 이성일 대표가 2018년 창업했고요. 택배업체의 기존 인프라로는 규모의 호환이 어려운 ‘새벽배송’과 ‘저온 배송’을 치고 왔습니다. 여기서도 ‘새벽배송’이라는 빠른 배송 키워드가 보이죠.
GS리테일이 물류망만 투자한 것은 아닙니다. 물류망만 있으면 사실 공허합니다. 물류망에 ‘태울 것’이 있어야 물류가 돌아가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물량’입니다. GS리테일이 요기요, 펫프렌즈, 당근마켓과 같은 물량을 굴리는 유통, 플랫폼 업체에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입니다. 이 곳에서도 키워드가 있다면 ‘퀵커머스’와 ‘마이크로 풀필먼트’죠.
여기서도 하나씩 살펴볼까요. 먼저 요기요. 위에서 누르는 배달의민족, 아래서 치고 오는 쿠팡이츠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요기요는 여전히 국내 2위 배달 플랫폼입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가 가동되는 데 필요한 핵심 기반 물량 ‘음식’을 뽑아낼 수 있는 가맹점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펫프렌즈는 또 어떤가요. 펫프렌즈 고객이라면 아시겠지만 여긴 반려동물 버티컬 쿠팡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창업 초기부터 돈을 팡팡 쓰면서 ‘빠른 배송(당일, 새벽배송)’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왔죠. 빠른 물류 운영이나 제휴 물류업체와 협업 경험도 꽤나 많고요.
당근마켓은 말할 필요가 있나요. 태생이 ‘지역 기반’입니다. 시작부터 ‘거래 범위를 동네로 제한’한 중고거래앱이었고, 그것을 ‘로컬 커머스’로 확장하고 있죠. 아직 테스트 중이긴 하지만 지역 주민이 배송인으로 참여하는 배송 서비스 ‘당근배송’을 운영하고 있고요. 국내 1위 중고거래 물동량은 말해 뭣합니다.
지난주에는 당근마켓이 ‘라이브 커머스’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는데, 이 또한 MFC와 연결됐을 때 시너지가 매우 큽니다. 라이브 방송에서 소개받은 상품을 1~2시간 안에 자택에서 받을 수 있는 그림을 생각해봐요. 도심 거점과 빠른 물류망을 조립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그림인데, GS리테일의 포트폴리오에는 그게 전부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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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GS리테일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봤고요. 사실 GS리테일 풀필먼트 연합군의 ‘본진’인 GS리테일의 비즈니스도 굉장히 로컬스럽습니다. GS리테일의 본원이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편의점’ GS25죠. 태생이 지역 비즈니스입니다. GS리테일 그 자체로 ‘유통 화주’이기에 여기서도 물동량이 돕니다.
퀵커머스와 연결되는 ‘라스트마일 물류망’이 없던 것이 좀 아쉬웠는데, 이 또한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이라고 하는 크라우드소싱 기반 배송 서비스를 2020년 시작하면서 확충했습니다. 벌써 수만명 이상이 우친 배송인으로 가입했고, GS리테일은 10만 배송인 양병설을 주장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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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계열사의 비즈니스까지 포함한다면 마이크로 풀필먼트, 퀵커머스와 연결되는 요소요소가 더 많이 보입니다. 먼저 GS칼텍스는 전국 주유소망을 ‘물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선포하며 적극적인 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로컬 기간망인 주유소는 MFC로 전환합니다.
GS그룹의 물류회사 GS네트웍스는 어떤가요. 편의점 로컬망을 기반으로 ‘반값 택배’를 공격적으로 밀고 있죠. 도어투도어의 택배가 아닌 ‘편의점투편의점’의 물류 서비스인데, 조금 불편하지만 저렴한 가격의 물류 서비스를 가치로 내세웁니다. 기존 편의점까지 상품을 공급하던 물류 네트워크에 ‘택배’를 함께 태우는 방식입니다.
자 그럼 GS리테일은 대체 왜 ‘마이크로 풀필먼트’, ‘퀵커머스’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GS리테일의 본진인 편의점에게 ‘퀵커머스’는 가장 큰 잠재 위험으로 꼽힙니다.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인 ‘접근성’을 빠른 배송을 품은 퀵커머스가 빠르게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기존 편의점을 이용하던 고객이 ‘퀵커머스’로 이탈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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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에서 GS리테일의 선택은 ‘적과의 동침’입니다. 퀵커머스,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강화하고 있는 물류, 유통사에 자본을 섞어 동맹군으로 포섭하는 것이죠. 성장 한계에 다다른 편의점 비즈니스 모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기회를 여기서 잡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돈을 팡팡 뿌려 모아놓은 연합군이 서로 잘 연결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먼저 연합군을 만들었던 네이버도 이것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마이크로 풀필먼트 연합군의 중심축에 선 GS리테일은 어떨지 앞으로의 향방을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하나만 훑고 가긴 아쉬운 소식들이 많아요. 먼저 지난주 금요일(8일) 공개된 빅딜이죠. 간편결제, 송금 플랫폼으로 유명한 ‘토스’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지분 60%를 인수했습니다.
통상 모빌리티에서 ‘금융’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시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꽤나 많았는데, 금융에서 모빌리티로 역진입하는 케이스는 이례적이죠. 토스는 타다 인수를 통해 택시 중개 부문의 ‘결제’ 영역까지 자연스레 확장하고자 하는 모습입니다.
아쉬운 것은 타다의 점유율이 시장에 큰 변화를 만들 정도로 유의미하진 않다는 것인데요.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라는 택시 중개 플랫폼 시장의 강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타다’가 어떻게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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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코로나19로 여전히 맛이 가있는 ‘글로벌 물류’가 소비재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소식, 네이버 풀필먼트 연합군의 일원인 ‘브랜디’의 일본 진출 본격화 소식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선 브랜디 일본향 물류망의 구성과 네이버 풀필먼트 연합군의 역할, F&B업자가 글로벌 물류 대란에 느낀 현실 세계를 추가 취재한 내용들이 있는데요. 여기까지 풀면 너무 길어지니 이건 유료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 취재노트에서 풀어볼께요. 쿠폰을 사용하면 첫 달 무료 가입이 가능하니 여기도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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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쓰다 보니 좀 많이 길어졌는데 다음주에는 짤막하고 임팩트 있게 돌아오도록 할께요. 다시는 뉴스레터 배송 사고가 나지 않길 기원하면서, 저는 이만 총총 떠나겠습니다. 일주일 뒤 목요일에 또 만나요!
1. 이 글은 제가 운영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커넥트레터 10월 14일 발송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2. 매주 목요일, 한 주간 주요 물류, 커머스 업계 소식을 관점과 함께 정리하여 등록한 이메일로 발송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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