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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Oct 21. 2021

육류 가격 폭등과 물류 대란의 상관관계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합병 소식을 함께 담았습니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0월 21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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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석간할까...


안녕하세요, 드디어 목요일 아침을 열며 등장한 엄지용입니다. 깜짝 놀란 게 지난주 뉴스레터 오픈율이 38.8%를 찍었습니다. 통상의 수치보다 5% 가량 높게 나온 것인데요. 오후 1시에 보내도 이 정도라면 그냥 점심을 여는 뉴스레터로 포지셔닝 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데, 이번주 숫자를 한 번 잘 살펴보겠습니다.

커넥트레터 피드백은 창작자를 춤추게 합니다. 고마워요.

지난주에는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팬레터(?)를 받기도 했습니다. 술 때문에 두 번이나 몹쓸 짓을 한 저를 이렇게 보듬아 주시다니... 감격해서 울 뻔했습니다. 커넥트레터 구독자 여러분의 성원,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자, 시작하죠.

위클리 뉴스픽 :

글로벌 물류 대란은 헬개미마켓 떡상의 신호인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2020년 초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안에서 고기와 냄비를 팔고 있습니다. 셀러로 성공해서 이 지옥 불반도를 탈출하겠다는 열망을 담아서 ‘헬개미마켓’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헬개미마켓 BI입니다. 디자이너 외주할 돈이 없어서 그림판 열어서 제가 그렸습니다.

아, 그래서 돈 벌었냐고요? 아니오. 얼마 전 통신판매업신고를 하면서 4만5000원의 신청비용을 정부에 냈는데요. 헬개미마켓의 지난 반기 이익과 큰 차이가 없는 액수입니다. 물론 헬개미마켓도 한창 잘 나갈 때 주매출 80만원가량 찍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뗄 거 다 떼면 8만원이나 남을까요. 돈 많이 버는 줄 알고 참치 사달라고 한 분들 참치 사주니까 참치가 10만원이네요.


그런 헬개미마켓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주 목요일 모르는 전화번호(헬개미마켓 대표번호는 제 전화번호입니다.)로 연락이 와서 받았는데요. 네이버에서 파는 우삼겹을 보고 연락했다고, 한 달에 1톤 정도 사려고 하는데 가격은 얼마까지 해줄 수 있냐고 묻더군요. 처음엔 장난인가 싶었는데, 이 분 새삼 진지합니다. 신종 사기인가 생각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오늘 수요일. 또 한 통의 모르는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우삼겹과 관련된 문의였습니다. 이 분은 자신을 우삼겹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라고 소개하면서, 1kg짜리 고기를 150g씩 떼어서 파는 게 가능할지 물었습니다. 손님에게 고기를 내야 하는데 제가 파는 고기는 ‘돌돌이’ 우삼겹이 아닌 한 줄 고기라 걱정돼서 연락을 했다고요. 이 분도 1주일에 30kg정도는 판매하는데, 꼭 좀 사고 싶다고 하더군요. 혹시 차돌박이 있으면 차돌박이도 사고 싶다고요.

돌돌이 우삼겹은 이렇게 생긴 친구입니다. 저는 줄고기를 팔고 있죠.

이렇게 헬개미마켓에 봄이 오나 싶었습니다. 지난주 연락 받은 1톤과 이번주 연락 받은 120kg. 제가 판매하는 고기가 1kg에 1만4900원이니 대충 계산하면 얼만가요. 한 달 매출이 1700만원 정도 나옵니다. 어차피 돈도 안 벌리는 콘텐츠, 그냥 취미로 하고 고기 장사 전업으로 전향하고 싶을 정도의 매출입니다.


사족이 길었습니다만, 네이버 개미 셀러인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우삼겹과 차돌박이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제 지인인 F&B업계 관계자에게 확인을 해보니 종전까지 1kg당 8000원대면 구매를 했던 우삼겹, 차돌박이 도매가격이 최근 kg당 1만600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하더군요. 도매가격보다 헬개미마켓에서 판매되는 소매 우삼겹 가격이 더 저렴하니 문의가 들어올 수밖에요.


이런 상황 때문에 우삼겹, 차돌박이 전문 업장들은 가히 죽을 맛입니다. 도매가격은 올라 파는 만큼 적자를 보는 업장도 있는데,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가’를 올리는 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큰 문제는 팔고 싶어도 ‘재고’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함께 겹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원인은 ‘코로나19’와 ‘글로벌 물류 대란’ 때문입니다. 지난주 뉴스레터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글로벌 물류가 맛이 간 것은 최근의 이슈가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스멀스멀 ‘경고음’이 나오고 있었죠. 제조기업 같은 경우는 수요는 폭발했는데, 원자재 수급이 안돼서 생산을 못하는 웃픈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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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글로벌 물류 대란이 소고기, 돼지고기, 커피, 화장지와 같은 우리 생활에 맞닿은 ‘소비재’의 가격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단순히 ‘수입품’ 가격뿐만 아니라 국산 소비재의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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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항만에서 발생한 ‘병목 현상’이 꼽힙니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소비가 주춤하더니 보복 소비 등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수요에 활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 돌던 물동을 지난해부터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것이 적체돼 지금의 물류 대란을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한 현장 셧다운과 인력 수급난이 겹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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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항공운임은 연일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문제는 높은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남는 공간’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돼버렸다는 것이죠. 선사, 항공사는 물론 선복을 구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 둔 포워더들에게까지 화주사들이 굽신굽신 해야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전의 갑을 관계가 역전돼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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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어 닥친 물류 대란의 명확한 해결책은 사실상 없습니다. 시간을 두고 병목이 해소되길 기다리는 수밖에요. 남 일 같이만 느껴졌던 물류가 우리의 일로 눈앞에 다가온 요즘입니다. 코로나19로 매장 소비가 줄어든 와중 엎친데덮친 격인 물류 대란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모쪼록 빠르게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야놀자, 인터파크 먹다

야놀자가 1세대 원조 오픈마켓 ‘인터파크’ 사업 부문의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여행, 공연, 쇼핑, 도서 등 인터파크의 이커머스 인프라가 야놀자와 융합합니다. 인터파크의 MRO 부문 ‘아이마켓코리아’와 같은 사업은 그대로 인터파크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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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재화가 오고가는 이커머스 영역에서 인터파크의 영향력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과 공연 영역의 영향력은 남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을 맞았지만, ‘물류’ 없이 디지털로 중개가 가능한 영역이기에 마진율도 나쁘지 않은 편이죠. 실제 인터파크는 코로나19가 불어 닥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적자투성이인 이커머스 업계에서 수백억원의 ‘이익’을 남기던 플레이어였습니다.


그리고 야놀자는 종전 박혀있던 ‘모텔 중개앱’ 이미지를 넘어서 전 세계 여가생활을 중개하는 ‘슈퍼앱’이 되고자 하죠.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모텔뿐만 아니라 레저, 액티비티와 관련한 다양한 여행 관련 서비스 상품들을 앱상에 녹여서 중개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글로벌앱을 꼽자면 ‘클룩’을 꼽을 수 있는데요. 야놀자와 마찬가지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를 받은 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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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황을 봤을 때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해서 얻고자 하는 것도 ‘도서’, ‘쇼핑’ 등 실물 상품의 이동을 수반하는 이커머스 네트워크보다는 ‘여행’과 ‘공연’ 쪽의 네트워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야놀자 앱에 그대로 액티비티로 갖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품들이 인터파크에는 이미 많았거든요. 마침 시기도 적절하게 손정의 선생님으로부터 돈도 받았죠. 더 큰 성장을 위해 돈을 뿌려야 할 시점인 것입니다.


반면 ‘도서’ 부문처럼 인터파크의 상품 이동과 관련해선 슬픈 신호도 보입니다. 인터파크는 야놀자 매각에 앞서 2021년 9월 6일 도서 상품의 ‘직매입’ 서비스 종료(9월 30일부로 종료)를 입점 공급사에게 안내했습니다. 도서 직매입 물량을 처리하던 물류센터마저 ‘매물’로 내놓은 상황인데요. 이는 야놀자가 인터파크의 도서 사업처럼 물적 이동을 수반하는 이커머스 영역에 대해선 큰 확장 의지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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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입점사들이 전달 받은 ‘직매입’ 서비스 종료 공문. 인터파크가 주력 채널이었던 출판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합병건은 재화가 아닌 ‘서비스’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 본다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 161조원에 달하는 이커머스 거래액 중 재화를 제외한 ‘서비스 거래액’은 32조원, 여기서 배달 물류를 수반하는 음식서비스 거래액을 제외한 금액이 약 15조원입니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회복될 숫자를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저는 물류 덕후이지만, ‘서비스’ 영역에도 이커머스는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오늘 커넥트레터 마무리합니다. 다음주에 또 만나요!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0월 21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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