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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Oct 25. 2021

배달비 폭등과 라이더 공급 부족을 바라보며

1페이지로 간단히 쓰기엔 첨예한 이슈가 맞물립니다.

"만원짜리 떡볶이 배달비가 7000원... 음식값 올릴 수밖에요" 최근 본 한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수도권 배달대행비가 줄인상 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대행업체들이 내거는 배달비 인상의 근거는 ‘경쟁 심화’와 ‘라이더 공급 부족’이다. 여기 더해 지난 7월 배달 라이더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그간 회색지대에 있었던 보험료가 튀어나와 배달비에 더해졌다. 늘어난 음식점의 물류비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료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음식 값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1인당 80만원 법인택시기사 지원 시작” 최근 본 또 다른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전국 택시 25만여대의 대당 평균 추정 매출은 280여만원으로 10년째 변함이 없다. 덩달아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다.  

    

신데렐라 셧다운의 영향으로 택시의 영업 피크타임이 특정 시간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택시 수익은 더욱 악화됐다. 정부는 매출이 악화된 택시에 수십만원 상당의 소득안정자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세금이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 물류’가 등장하면 어떨까. 음식배달과 택시의 유휴시간은 다르다. 택시는 출근시간을 즈음한 오전 8시를 시작으로 ‘오전 9시’ 택시 호출 피크타임을 찍고 급속도로 승객 호출이 감소한다.   

  

음식배달은 오전에는 쥐죽은 듯 주문이 없다가 점심식사 시간이 다가오는 오전 11시에 맞춰 주문이 상승하여 오후 12시에 정점을 찍는다. 요컨대 택시의 유휴시간은 배달의 피크타임이다.     


이 시간을 활용하여 택시를 ‘배달 현장’에 투입한다면 어떨까. 배달 업계는 부족한 라이더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치솟는 배달비를 일부나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택시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세금을 쓰지 않아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택시 물류는 한국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이미 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쿠팡이츠 자가용 배달기사로 등록해서 거리를 활보한지 오래다. ‘택팡’이라는 이름의 별명도 붙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영리하다. 필요하다면, 그들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들의 유휴시간을, 그들의 유휴공간을 알아서 공유한다. 굳이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는 거창한 놈들이 끼어들지 않아도 예부터 알아서 그래왔다.     

현실 세계에서 만난 화물 나르는 택시. 오전 10시경 음식점 식자재 운송을 하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인 2018년 우리는 치킨 기본 배달비로 2000원을 물린 모 치킨 프랜차이즈에 분노했다. 횡포라 했다. 그런데 이제는 3000원의 배달비가 당연하다. 남모르게 오프라인과 다른 배달음식 가격이 등장했다. 택시기사 대상의 생계 지원금도 이번 한 번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4차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역시나 세금이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해 3월 일정 매출 이하 택시기사에게 음식배달을 허용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택시를 통한 음식배달 대행을 전면 허용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택시 수익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로 정책을 도입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한시적 조치는 영구화됐다.     


이 글은 여기까지다. 첨부한 택시와 배달의 호출 및 주문 데이터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바로고’의 것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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