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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Nov 11. 2021

아마존 업은 11번가의 첫 성적표

요소수 대란에 대해 함께 살펴봤습니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1월 11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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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에 얽힌 슬픈 전설

2014년의 일입니다. 기자를 할 생각이라고는 1도 없었는데. 저기 앞에 있는 택배업체만큼 연봉은 챙겨 준다고 했던 편집장의 꼬임에 빠져 물류전문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무실 앞에 있던 택배업체는 CJ대한통운이었는데 CJ대한통운 초봉만큼은 돈을 받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물류 전문기자가 된 이유, 커넥터스]


갑자기 왜 CJ대한통운 이야기를 꺼냈냐면 제가 오늘 CJ대한통운 인사팀의 요청을 받아 CJ대한통운 이커머스본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뛰러 가기 때문입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이어지는 강연이니 여러분이 이 메일을 받고 있을 때 즈음에 저는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한창 물류학을 배우던 학창 시절. 학교에 찾아왔던 CJ대한통운 실무자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CJ대한통운은 대한민국 물류인 사관학교라는 명성이 있는 기업이고, 그래서인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막연한 동경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CJ대한통운이라니요. 그것도 인터뷰가 아닌 강연이라니요. 미디어업자 나부랭이인 제가 설 자리가 맞나 싶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전히 전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커넥터스의 오픈 첫 달 구독자수는 300명을 돌파했고, 그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지표는 ‘재구독률’입니다. 현재까지 재구독률은 98%. 단연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입점 전체 채널 중 1위를 자부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네이버 담당자가 봐도 놀랄 숫자라고 페이스북에 써놨는데, 진짜 네이버 담당자가 와서 놀라고 갔습니다.


이 모든 게 응원을 날려주는 ‘여러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커넥터스, 커넥트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으며, 오늘 뉴스픽 시작하겠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아마존 업은 11번가, 첫 성적표 공개!

11번가가 아마존과 연합군을 구성하고 첫 번째 성적표를 발표했습니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이 10일 2021년 3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커머스 사업 부문(11번가+SK스토아 합산) 성적표를 함께 발표한 건데요.


이번에 발표된 실적은 지난 8월 31일 시작된 SK텔레콤의 통합 멤버십 ‘T우주’와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반영된 첫 성적표이기에 11번가에는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려 아마존이 더해졌잖아요.


먼저 숫자부터 보고 가죠. 위에서부터 SK텔레콤의 전체 실적, 커머스 사업부문의 매출, 커머스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입니다.

SK텔레콤 커머스 부문 실적 종합(자료: SK텔레콤)

생각보다 아마존을 얹은 11번가의 성적표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매출은 전분기(1329억원) 대비 약 4% 감소한 1276억원의 성적을 거뒀고요. 전년 동기(1357억원)에 비해서는 약 6%가 빠져나간 모습입니다.


전년 동기까지 흑자를 봤던 11번가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4분기 연속 적자 상황인데 3분기 영업손실은 올해 들어서 최고 수치인 189억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매출 성장세는 꺾였고, 비용은 늘어났습니다. 11번가 이전에 SK텔레콤의 통합 멤버십 ‘T우주’라는 큰 그림이 있긴 하지만 아마존의 반전을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을 숨기긴 어렵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11번가, 3분기 적자전환...아마존·라이브커머스 투자 영향, 뉴스1]


그럼 실제로 아마존은 11번가의 트래픽에 기여를 한 것일까요?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번가의 MAU는 8월 947만여명에서 9월 991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오픈 이벤트가 병행된 만큼, 유저는 확실히 늘어난 모습입니다. SK텔레콤은 T우주 신규 가입자 가입비용 ‘100원’ 이벤트를 알렸고, 현재까지 이벤트는 유지되고 있거든요.


초기 고객은 확실히 아마존 상품 때문에 11번가에 유입된 것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관계자에게 전해듣기로 아마존이 초회 11번가 용도로 준비한 상품 재고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소진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초기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는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고요.


아쉬운 건 그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진 않은 모습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번가의 10월 MAU는 960만명으로 전달인 9월과 비교하여 소폭 감소했습니다. 첫 달 100원에 T우주 멤버십을 이용한 ‘체리피커’ 고객들이 더 이상 11번가에 잔류하지 않고 이탈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아마존 효과 사라졌나... 이용자 줄어든 11번가, 서울경제]


바꿔 생각하면 11번가에 들어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생각보다 많은 고객을 ‘붙잡아둘’ 정도로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일부의 의견이긴 하지만 제 주변에 있는 직구 마니아들에게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살게 없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직구 소비자들은 블록버스터 고객들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한국과 비교해서 저렴한 상품뿐 아니라, 한국에서 아예 못 구하는 니치(Niche) 영역의 상품을 직구를 통해 구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많죠. 11번가-아마존 연합군이 그 수요까지 모두 아우르는 상품 구색을 갖췄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11번가도 좀 더 빠르게, 더 다양한 상품 구색을 아마존과 협력하여 확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하면서 버리고 간 인터파크의 파주 물류센터가 11번가 손에 들어갔다는 조선비즈의 보도가 지난주에 나왔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11번가, ‘아마존 북스’ 당일 배송한다… 인터파크 물류센터 확보. 조선비즈]


이 물류센터는 현재 11번가의 생필품 직매입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향후 아마존북스의 도서 카테고리를 직매입하여 배송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북미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고객 주문에 따라 한국으로 날아오는 아마존 상품들이, 한국에서 고객 주문에 따라 곧바로 배송되는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겠죠. 구색도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집니다.

*위 문단의 사실 관계에 대한 11번가의 반론이 있어 내용 추가했습니다.

11번가의 공식 입장을 받아 내용 추가합니다.

1. 11번가가 인터파크 파주 물류센터를 인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2. 하지만 11번가는 아마존과 아마존 북스 배송을 논의하지 않았고, 도서 직매입 유통을 할 생각도 없다고 합니다.

3. 현재 11번가가 인터파크로부터 인수한 물류센터는 11월 1일부로 가동을 시작했고, 생필품과 장보기 상품 카테고리 중심으로 보관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콘텐츠 링크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3. 아마존 글로벌 샵이 11번가에 '독립적인' 상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아마존 상품들이 당장 11번가의 트래픽에 큰 영향력을 주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4. 11번가의 트래픽(MAU)는 최근 2년 동안 큰 폭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공식 오픈한 8월 31일 이후 트래픽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5. 다만 11월 트래픽의 경우 올해 11절의 성과가 좋아서, 11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예상한다고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인터파크 파주 물류센터가 11번가 품에 안기기까지, 커넥터스]


요컨대 이미 한 번 11번가로부터 버림받은 전적이 있는 ‘직매입’의 부활이 11번가에게 좋은 선택이 될지 앞으로의 향방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편에서는 아마존이 11번가가 아닌 한국의 다른 판로를 뚫고자 물류 파트너를 구했다는 썰도 업계에 돌고 있는데, 이거 참 11번가가 남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헤게모니는 11번가보단 아마존이 쥐고 있는 것 같거든요.


11번가가 한창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와 십일절을 연계한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모쪼록 다가온 4분기 이커머스 성수기의 실적 반등을 기대해봅니다. 쿠팡, 네이버가 다 해먹는 판은 소비자에게든, 공급자에게든 재미없거든요. 경쟁 시장이 만드는 효용이 있죠.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물 때문에 흔들린 공급망

요즘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강타하는 이슈는 ‘요소수’입니다. 요소수는 말 그대로 ‘요소’를 섞은 물입니다.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를 저감시키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이 요소수를 차량에 제때 넣지 않는다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저하됩니다. 대부분 디젤 차량인 화물차가 ‘요소수’가 없어서 멈추고, 곧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의 나비효과가 요소수 대란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미국을 편 든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이어졌고, 중국에서 그간 호주로부터 수입했던 ‘석탄’의 수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석탄은 요소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주요 원료인데요. 덩달아 석탄 발전소는 요소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중국의 석탄 부족이 요소 생산 가동률 저하로 이어진 배경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Q&A] 산업용 → 차량용, 요소수 전환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한겨레]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며 사실상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이 영향이 한국까지 미친 것이죠. 안타깝게도 국내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올해 9월 97% 수준으로 굉장히 높았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체 공급망 수배에 나섰지만, 그렇게 확보한 물량이 충분할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요소수 주입 없이 디젤차 운행 카드 만지작거리는 정부... 대기오염은?, 한국일보]


불행중 다행으로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가 당장 생활물류 영역인 ‘택배 현장’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축한 재고가 있고, 소형 택배차의 요소수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요소수가 필요하지 않은 2015년 이전 등록 택배차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요소수 품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간선차량’부터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기에 사태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요소수 부족 택배배송에도 영향 미칠까, 부산일보]


이번 요소수 대란은 특정 국가에 종속된 ‘공급망’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무너지는 지 보여준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일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 한일 무역갈등으로 인한 반도체 위기,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왔던 대안은 ‘공급망 분산’이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던 국가에서 여타 국가로 생산 및 공급망을 조정하거나 해외 진출 공장의 국내 귀환을 지원하는 ‘리쇼어링’의 필요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됐습니다.


일례로 2019년 한일 무역분쟁 당시 해양수산부 국책연구기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실효적인 공급망 위험관리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적인 무역 분쟁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공급망은 산업의 기간을 흔들 정도의 파급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일본 반도체에 이어 중국 요소수 '정책실패' 반복...부랴부랴 대책 내놨지만 미봉책 한계, 한국일보]


또 다른 예로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공급망이 셧다운 된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대책방안도 비슷했습니다. ‘중국 현지생산 조기 재가동’, ‘국내 대체생산 지원’, ‘제3국 대체생산 지원’이었죠. 말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이 또한 분산 공급망 운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는 측면에서 유사합니다.


역시나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나오는 대책도 이전에 나왔던 것들과 비슷합니다. ‘수입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말이 쉽지 이미 한 번 세팅된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맞습니다. 현지에 제휴된 망과 직원들의 규모를 단기간에 줄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비용 이슈도 당연히 따라오고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충분히 설마 별 일 있겠어 하면서 넘길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자유 무역과 상호 신뢰를 전제한 체제는 이번 요소수 사태처럼  불확실한 국제 정치 상황, 외부 변수로 인해 언제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최소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고 대체재 수급이 어려운 원자재가 있다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한 번쯤은 대체 공급망과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요소수가 끝일까... 수입 의존 품목 4000개, 경향신문]


어쨌든 조금 늦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요소수 대란에 대해 언론계가 적극적으로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도 나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모쪼록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들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주 커넥트레터에는 의도치 않게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CJ대한통운 강연이 망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커넥트레터는 다음 주에 더 도움 되는 소식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1월 11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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