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들어선 첨단기술과 마주한 숙제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3월 9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4. 이번주 커넥트레터는 신승윤 커넥터스 크리에이터가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 커넥트레터를 담당하게 된 신승윤입니다. 알 분은 알고 있겠지만, 저는 현재 파트타임 대학원생으로 주말마다 물류를 공부하고 있고요. 대학원에서 좋은 기회를 만나 최근 국토교통부의 ‘국토교통 DNA+ 융합기술대학원’ 연구원 자격으로 통제구역인 부산 북항과 신항 내부 설비와 운영현황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데요.
이에 앞서 견학 이튿날 점심식사로 먹었던 도다리쑥국을 소개하려 합니다. 봄 도다리와 함께 봄 쑥이 어우러져 도다리쑥국은 이때가 가장 맛있다고들 하는데요. 저는 ‘김해횟집’에서 맑은 국물의 도다리쑥국을 먹어봤습니다. 가게 안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3대 회장 등 방문자 인증사진 라인업이 화려하더군요. 참, ‘봄 도다리’란 어떤 생선인가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수산물 전문 크리에이터 입질의 추억님이 정리한 내용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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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쑥국.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요.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시원한 국물과 함께 쑥향이 향긋하게 어우러지고요. 봄 도다리는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가 있는데, 살이 정말 부드럽고 쫄깃하면서도 고유의 감칠맛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국물과 쑥, 생선 살을 함께 먹어도 참 맛이 좋았고요. 점심 식사가 견학의 마지막 일정이라, 일종의 해장 목적으로 선택한 메뉴가 또 다시 소주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도다리쑥국이 참 맛 좋은 음식이란 증거는 또 있습니다. 견학에 동참한 중국, 러시아, 몽골 유학생 연구원들도 맛있게 잘 드시더군요. 물론 표본이 매우 적긴 하지만, 국가와 문화를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는 맛이란 뜻이 아닐까요? 다만 10대 이하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맛과 비주얼은 아닌 듯합니다.
꼭 제가 다녀온 식당이 아니더라도요. 지금이 제철이라는 도다리쑥국 꼭 한 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사실 20대까지만 해도 제철 음식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문득 내가 앞으로 먹을 수 있는 끼니는 한정돼 있는데, 이를 나름 고민하면서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때 가장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 제철 음식이었고요. 어떤 식재료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 때를 기다렸다가, 이런저런 방법으로 구해다 요리하는 과정, 먹어보는 추억을 매년 쌓고 있습니다. 사진첩이 든든해지니 좋고, 주변에 추천해 줬을 때 보람도 느낍니다. 특히 노량진 새벽 경매시장 방문에 한창 재미 들렸던 때가 기억나네요. 제가 랍스터는 좀 압니다. 필요하시다면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해서 쪄먹는 법 알려드릴게요.
부산 북항과 신항은 국내를 대표하는 항만이면서,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춘 물류시설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BPT 신선대 터미널(이하 BPT)’은 부산 북항에 위치한 시설인데요. 2022년 부산항의 총 처리 물동량은 2194만TEU고요. 그중 신항이 69%인 1511만TEU를, 북항이 31%인 683만TEU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그중 BPT는 370만TEU를 처리했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 규모냐면, 인천항만공사의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목표치가 345만TEU라고 하니 실로 상당하죠. 참고로 부산항은 2021년 기준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세계 2위 환적항입니다.
견학 장소로 BPT를 선정한 이유는 이 터미널이 북항 물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요. 2019년 5월부터 2022년 3월까지 IoT(사물인터넷) 기반 지능형 항만물류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한 이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 사업의 주관기관은 해양수산부였고요. 2년 11개월간 총 사업비 383억원이 투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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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세부 과제는 다음 3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스마트항만 IoT 인프라 구축기술 개발, 둘째는 스마트항만 IoT 융합·운영기술개발, 셋째는 항만물류 자원 공유 플랫폼 기술개발인데요. 이를 위해 먼저 항만 내 4G 기반 IoT 통신 인프라를 설치했습니다. 자체 서버와 관제실을 중심으로 차량, 지게차, 창고, 갠트리 크레인, CCTV, 작업자 개인의 웨어러블 장비와 사고방지용 순찰 로봇까지 한데 묶었어요.
IoT를 탑재한 스마트 헬멧과 무선통합통신모듈. 하드웨어의 경우 항만 현장의 한계와 더불어 시장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국책 연구를 통해 개발한 내용을 현장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커넥터스
위 통신 주체들은 각자 위치, 상태, 안전, 보안, 온습도와 같은 정보를 수집합니다. 또 이를 관제실을 거쳐 실시간으로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IoT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것인데요.
이 플랫폼은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먼저 터미널운영 시스템입니다. 운영현황을 분석 및 예측하여 시뮬레이션 자동화가 가능하고요. 다음으로 통합안전관리가 가능합니다. 항만 사고위험을 예측·감지하여 자동 알람과 함께 위험지도를 구축할 수 있고요. 마지막은 항만물류 자원 공유입니다. 각종 차량을 비롯한 운영 자원의 수요공급을 예측하여 자동 매칭할 수 있습니다.
견학을 통해 위 서비스를 총괄하는 관제실을 살펴볼 수 있었고요. 또 터미널 운영 현장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디지털트윈 기술이었습니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현실에서 돌아가는 터미널 운영현황을 관제용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가상 공간에 연동 구현하여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온라인에서만 봤던 기술 시연을 눈앞에서 보니 새롭더군요.
그렇다면 위 사업을 통해 개발한 IoT 기반 지능형 항만물류기술은 실제 터미널 운영 현장에 적용된 상태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사업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의 애로사항을 밝혔습니다.
먼저 터미널이 워낙 규모가 크고, 컨테이너를 비롯해 대형 화물과 설비가 많다 보니 통신 단절이 잦다고 하는데요. 이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 안전관리를 방해하는 요소고요.
또 작업자 웨어러블 기기로 개발된 헬멧은 너무 무겁고, 터미널 현장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s)은 다소 크고 느려서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터미널 주변에 군사시설이 있는지라 보안 문제로 GPS 사용에도 제약이 있다고 하고요.
그럼에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앞서 봤던 디지털 트윈처럼 정보 수집과 분석에 다소 시간 차가 있을지언정, 충분히 시연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 있는 기술도 존재했는데요.
하지만 여기서도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60여개 이상의 사업 참여기관을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 및 유지 보수할 주체가 아직 없는 상태라고 했고요. 사업 총괄을 맡은 부산대 산학협력단 측은 “기술 도입을 원하는 사업자가 있어도 요소기술을 제공한 모든 참여기관과 계약을 할 수 없으니 창구를 단일화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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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산대 측이 ‘스마트체인’이라는 법인까지 세우며 위 역할을 담당하려 애쓰고 있는데요. 문제는 요소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협약이 필요한데, 이 역시 참여기관들은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여기관으로는 학교, 공공정책연구원, 소규모 기업 등이 다수를 차지하는데요. 먼저 학교나 공공정책연구원은 기술을 제품화해 영업활동을 하는 게 어려운 조직이고요. 반대로 소기업은 영업활동에는 관심이 있으나 제품 기획과 생산에 참여하기엔 당장 기업 운영이 바빠 참여 유도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이대로라면 사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끝내 고도화, 제품화하지 못하여 사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업 공동추진단 단장을 맡은 배혜림 부산대 교수는 물류신문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술 사장을 막기 위해 사용자, 연구자, 관이 함께 논의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과연 국책 연구를 통해 탄생한 IoT 기반 지능형 항만물류기술의 행방은 향후 어떻게 될까요?
한편 부산 북항은 최근 재개발사업이 한창입니다. 부산항만공사는 8일 북항 재개발 랜드마크 부지 민간사업자 공모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향후 북항 재개발 1단계 해양문화지구에 들어서는 랜드마크 부지에는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부산항의 기능은 점차 신항으로 모두 넘기고, 북항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자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킬 것이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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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은 지난 3월 3일 열렸던 ‘삼겹살 데이’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20년째를 맞이한 이번 삼겹살 데이에는 캐나다를 비롯해 수입 삼겹살 역시 대량으로 판매됐는데요. 이 삼겹살은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 계약을 진행해 도축으로부터 약 한달의 물류 과정을 거쳐 부산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많은 삼겹살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자세한 내용을 커넥터스가 취재해 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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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운과 마찬가지로 엔데믹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커머스 시장 소식을 가져와 봤습니다. 바로 ‘명품 버티컬 커머스’와 ‘소셜미디어 커머스’인데요. 종합 커머스 플랫폼의 명품 시장 진출을 위한 합종연횡 소식과 함께 향후 숏폼 콘텐츠가 소셜미디어 커머스의 부활, 나아가 4세대 커머스 시장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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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3월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고요. 심한 일교차에도 꼭 대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커넥터스도 독자분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관련 소식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온·오프라인 경계 없는 연결을 만들기 위해 최선 다해보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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