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다는 물류 로봇은 왜 안 보일까
요즘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흔한 고민은 ‘인력난’입니다. 물류센터는 전통적인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밀집한 도심지에 입지하기 쉽지 않고요. 덩달아 저렴한 부동산 가격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외곽 변두리에 자리잡는 것이 일반적인 물류센터의 입지 특성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 밀도가 극히 낮은 시골에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경우도 흔한데요. 당연히 물류센터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도심 지역에서 사람을 픽업하는 전세버스 운영을 하면서까지 사람을 확보하는 일이 예사처럼 일어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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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더해 물류센터 업무는 대표적인 3D 업무로 여겨지는지라, 가뜩이나 구하기 힘든 사람을 더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고요. 여기 해마다 거듭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현장 인력 운영 비중이 높은 물류업계의 또 다른 고민으로 가중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동화’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물류업체들의 관심사였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는데요. 셔틀과 같은 고정형 자동화 설비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유연하게 설치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점이 로봇 자동화의 강점으로 여겨지고요. 최근 쿠팡이 공개한 ‘대구 물류센터’에도 로봇 자동화 설비가 도입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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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라는 초대형 레퍼런스가 등장한 지금, 물류 로봇 업계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를 건너 새로운 미팅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몸으로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많은 관심이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계약’이 일어나는 건수는 극히 드물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쿠팡 물류센터에 AGV를 집어넣은 중국 로봇업체 긱플러스만 하더라도 쿠팡이 한국에 와서 만든 ‘첫 번째’이자 유일한 레퍼런스라고 합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물류 로봇’은 현장에 보급되지 못한 모습입니다. 물론 CJ대한통운이나 쿠팡과 같은 물류를 다루는 대형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로봇’을 도입하고, 미디어에 홍보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이 때문에 물류와 상관없는 일반인이라면 뭔가 우리나라 물류센터들이 ‘자동화’를 중심으로 멋지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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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봇을 도입한 업체들조차 전체 물류센터의 규모를 놓고 본다면, 로봇 자동화가 되지 않은 수작업 물류센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고요. 중소 물류업체 단까지 내려가면 로봇은커녕, ‘자동화’와도 담을 쌓은 곳들이 흔합니다.
사실 이런 이슈가 발생하는 이유는 로봇 도입에 대한 근본적인 ‘부담’ 때문입니다. 설비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로봇 도입이 물류현장의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하지만요. 당연히 로봇은 공짜가 아닙니다.
예컨대 쿠팡과 CJ대한통운이 물류센터에 도입하여 운영하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로봇만 하더라도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요. 물류센터에 로봇을 1대만 집어넣지는 않으니, 100대 정도 되는 로봇 편대를 운영한다 치면 여기에만 ‘수십억’ 단위의 비용 투자가 선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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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로봇 구매 비용만 내면 끝도 아닙니다. 로봇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물류센터 현장관리에 사용하던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를 ‘연동’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여기 개발 공수가 들어가고요. AGV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 바닥을 평탄화하고 로봇의 이동 경로에 QR코드를 붙이는 것과 같은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여기 수개월 단위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로봇 도입에는 당연하게도 ‘억’ 소리 나는 투자가 필요하고요. 실제 그 유명한 신세계나 롯데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처럼 셔틀 기반의 멋들어진 자동화 설비를 집어넣으려면, ‘수천억원’ 단위의 비용투자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비용 감축이다, 구조 조정이다 이어지고 있는 요즘, 기업들이 이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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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류 로봇에 대한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기술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냐고요? 지금 경기가 하강 국면이잖아요. 금리도 높고요. 기업이 돈을 투자해서 로봇을 도입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실무자가 아무리 로봇이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경영진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죠. 경영진 입장에서는 로봇 투자 없이 원래 잘 굴러가던 물류센터처럼 보이는데, 굳이 돈을 쓰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저희도 로봇 도입에 관심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PT를 정말 많이 했는데요.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중견기업들도 첫 번째로 묻는 질문이 ‘리스할 수 있냐’더라고요. 다들 고정자산 투자비용을 줄이고 싶어합니다”
- 물류로봇 기업 A사 임원
그러다보니 로봇 기업들의 전략도 조금 더 ‘유연하게’ 가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앞서 물류로봇 기업 임원의 이야기처럼 로봇을 유연하게 사용하고 싶은 업체의 문의에 대응하고자 ‘RaaS(Robotics as a Servcie)’라는 이름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데요. 로봇 대수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서비스당 비용을 과금하는 방식이 여기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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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로봇 도입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은 ‘ROI(Return On Investment)에 대한 의문’이라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로봇까지 가지 않고 ‘자동화 설비’를 물류센터에 도입하는 것만 하더라도 ‘투자’가 필요한데요. 사실 로봇 이전 세대 자동화 설비인 ‘DPS(Digital Picking System)’ 같은 것이야 이미 수십년 전부터 많이들 쓰던 것이라 레퍼런스가 넘쳐나지만요. ‘로봇’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컨대 이커머스 물류로 대한민국을 씹어먹은 ‘쿠팡’만 하더라도 로봇 자동화를 도입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잖아요. 대한민국 1등 택배업체이자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이 로봇 자동화를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로봇업체들은 ‘몇 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요기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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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바로 얼마 전에 커넥터스 사무실을 찾아온 한 물류업체 임원이 놀라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들은 충청남도 천안에서 수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 물류센터에서 1400평 정도 공간을 할당하여 AGV 90여대를 넣어 운영한지 어언 3년이나 되는 시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이 업체는 2020년 물류센터 AGV 도입을 위해서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는데요. 놀라운 것은 그 투자금은 이미 회수했고요. 월단위로 1억원 상당의 비용절감을 만드는 ‘효용’을 누리고 있다고요. 모두가 관심은 있지만 아직 레퍼런스가 없어 환상처럼 보이기도 했던 ‘로봇 자동화’의 성능을 몸소 증명한 것인데요.
여전히 존재하는 로봇 자동화의 효율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이 업체의 사례가 불식시킬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업체에 따르면 AGV 로봇이 효율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라오는데요. 여기까지 ‘프리뷰’고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커넥터스에 별도의 콘텐츠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분명한 건 ROI에 대한 효용이 증명되기만 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로봇은 그야말로 파도가 모래사장에 스며들 듯 우리 현장에 들어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