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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l 01. 2023

커넥터스가 스타트업이라고요? 하하...

우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스타트업 데이터 포탈 ‘혁신의숲’에서 커넥터스를 운영하는 법인 비욘드엑스가 검색되고 있습니다. 저도 지인의 제보를 통해 얼마 전에 그 소식을 접했는데요.     


혁신의숲 스타트업 DB는 혁신의숲이 자체 등록하거나, 누군가의 등록 요청을 받은 것을 혁신의숲이 심사하여 등록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혁신의숲의 기준, 그러니까 등록 요청 기업이 ‘스타트업’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등록 요청이 반려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누군가가 저희를 ‘스타트업’이라 봐줬기에, 저희가 이 포탈에 등록된 것일 텐데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제 생각을 밝히자면 저희는 스타트업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외부에 스타트업 미디어임을 내세운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기도 하고요.     


비욘드엑스는 2019년 김철민 대표가 창업한 미디어입니다. 1인 미디어로 운영되던 당시 수익모델은 기업과 기관의 요청을 받아 여러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것이었고요. 이를 통해 대학생이나 기업 임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물류 분야 지역 창업업체의 파트너십이나 투자를 연계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 비욘드엑스는 눈에 보이는 미디어 측면의 수익모델보다는요. 보이지 않는 B2B 영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9월 저는 비욘드엑스에 콘텐츠 담당 각자 대표로 합류했고요. 2021년 10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안에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를 오픈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짐작했겠지만, 저의 역할은 비욘드엑스에 전에 부족했던 트래픽 측면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었고요.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커넥터스는 성장했습니다. 수천명의 구독자가 월 단위로 지불하는 4900원의 구독비용이 커넥터스의 첫 번째 수익모델이고요.     


뉴스레터, 블로그 등 무료 채널을 포함하여 수만명의 트래픽을 아우르기 시작하자 전에 없던 ‘광고’ 요청이 먼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를 무료 채널에 발송하는 방식으로 광고 수익모델을 조금씩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느껴졌겠지만, 우리의 수익모델은 레거시 미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유료 구독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 B2B 광고나 협찬에서 나오는 매출보다 비약적으로 높다는 차이점은 있을 것이고요. 테스트 중인 광고 사업 또한 독자 여러분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겠지만요. 본질적으로 레거시 미디어와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에 우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어차피 혁신의숲에 검색해도 다 나오는 것 그냥 다 밝히자면, 제가 합류한 첫해인 2021년 비욘드엑스는 1.7억원 정도의 매출과 8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만들었고요. 커넥터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22년 3.8억 정도의 매출과 80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만들면서 각각 124%, 907% 가량 성장했습니다.  

   

커넥터스 운영 법인 비욘드엑스의 최근 3년 손익 ⓒ혁신의숲

여전히 귀여운 매출과 영업이익이지만 어쨌든 저희는 단 한 번의 외부 투자유치 없이 자생하고 있고요. 두 명의 각자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직원, 그보다 더많은 외부 협력 콘텐츠 파트너들과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과분한 영업이익 덕분에 몇 달 전엔 수천만원 정도의 세금을 국고에 내는 영광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했네요.    

 

자랑하듯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고민이 있습니다. 2022년, 전에 없던 수익모델이 추가되며 배수 이상의 급성장을 만들긴 했지만요. 앞으로도 배수 이상의 성장을 만드는 것은 지금 현재 구조만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구독자 숫자는 꾸준하게 늘어났지만, 태생이 무료 콘텐츠와 경쟁하는 구조로 인해 유료 지식 콘텐츠 시장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았고요. 언제든 우리는 성장 정체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준비하고 있고요. 그 방법은 인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비즈니스 구조를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당장 제 눈에 보이는 시장의 기회는 ‘광고’인데요. 향후 이를 원활히 받아낼 수 있는 유통물류 비즈니스 포탈을 구축하는 것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만난 많은 분들에게 밝힌 저의 숙원입니다.     


처음 시작하면서 우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우리는 단단하게 핵심 가치인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다지면서 더 큰 성장을 위한 구조를 짜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 준비가 된다면 SI가 됐든, FI가 됐든 투자유치를 통한 유상증자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수억원의 매출 구조를 수십억원으로, 나아가 수백억원 구조로 확장할 것입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라는 그룹에 묶이는 것이 부끄럽고, 솔직히 우리를 스타트업이라 부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그때가 온다면, 저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가 버티컬에서 유일한 성장을 만들어낸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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