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법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한강 홍수통제소에서 ‘물류 서비스산업 발전 관계기관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날 간담회는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이 주재하여 정부, 연구원,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물류산업의 변화와 발전전략이 논의됐습니다. 정부부처로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가 참석했으며, 한국교통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의 연구기관 관계자가 참석했지요.
재밌는 것은 참가기업 명단입니다. 거두절미하고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CJ대한통운
2. 쿠팡
3. 메쉬코리아
4. 우아한청년들
5. 고고밴코리아
6. 로지스틱사이언스
7. 트레드링스
응? 이상하네요. 국토부 행사를 이따금 다녀오지만 오늘만큼 이색적인 기업 멤버로 구성된 상황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대·중소 물류기업, 인프라 시설공사 관계자들이 모이거든요. 아무래도 큰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대부분 나이는 많은 편이십니다.
그런데 이 날 참가한 기업 관계자들이 일단 굉장히 젊었고요.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물류 대기업 관계자가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6명은 스타트업 관계자입니다. 현재의 물류 제도권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업을 하는 분들도 몇 분 계셨네요. 재밌는 상황입니다.
왜 이런 간담회가 개최됐을까요. 저 또한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날 행사는 갑작스럽게 진행이 결정됐다고 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행사 하루 전날 연락을 받았다”며 “급하게 참가를 결정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국토부가 장관 중심으로 스타트업 드라이브를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바로 전 날 국토부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물류스타트업 육성,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변화하는 물류산업에 방해가 되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 강조했지요.
이 날 간담회의 내용 또한 그것의 연장선이었습니다. 강 장관은 간담회 개회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물류산업이 우리경제에 화두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물류산업은 이종산업과의 융복합과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주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장관은 이 날 행사는 물류산업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신사업과 일자리들이 마련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지요.
(자료 = 4월 15일 물류 서비스산업 발전 관계기관 간담회 발표자료 中,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제공)
결국 간담회의 목적은 ‘물류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신사업 드라이브’와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리고 국토부의 이러한 행위의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제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고?
얼마 전 제가 썼던 기사 하나를 인용합니다.
사실 이것을 보면서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께서는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 들어서 발생했던 헤이딜러, 콜버스, 예전으로 치면 쿠팡, 우버코리아의 법적분쟁의 중심에는 모두 국토교통부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관계자 사이에서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언짢은 감정이 남아있지요.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요. 저도 몇몇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에게 “국토교통부가 스타트업 지원을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냥 좀 냅둬라”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 물류가 물류 아닌 세상, 물류를 바라보는 방법 (CLO, 160408)
저 또한 국토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궁금했던 사람인지라 관련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물류스타트업 진흥계획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실행될 일입니다. 강호인 장관은 15일 간담회 자리에서 부처 관계자에게 민·관 협의체 구성을 당장이라도 준비하라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말하는 민·관 협의체란 무엇인가. 저도 준비과정에 몇 번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의 고충을 미리 들어서 제도에 대한 사전 충돌을 막고, 기존 대형 물류업계 관계자들과 연결성을 부여한다는 전망입니다. 협의체에는 투자업계 관계자들 또한 참여시켜, 스타트업에 대한 실질적인 자금 지원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의견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업체와 기존 이해 관계자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미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여 제도에 의해서 스타트업 성장이 가로막히는 상황을 막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한창 사업을 운영하던 스타트업이 제도로 인해 갑작스런 피해를 입는 것을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겠지요. 긍정적입니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지난해 12월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사항입니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최근 급성장한 B2C 물류시장에 대응하여 도시내 낙후된 물류·유통시설을 ‘융복합 단지’로 재정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물류산업 일자리 지원시설, 공동 물류·IT 기반 인프라 시설, 연구개발 시설 외에도 공공청사, 도서관, 공공시설, 공공주택으로 구성되며, 특히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사무실형 창고에 대한 지원을 명기한 것을 주목할 만합니다.
국토부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제도와 관련된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4월 15일부터 5월 6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계획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에 ‘물류스타트업’ 입주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심 물류센터가 필요한 물류스타트업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어서 난항을 겪고 있지요. 그러나 최근 라스트마일 기반 물류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 대표는 “도심 물류센터 지원은 사업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계자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볼 것”이라 말했습니다. 아울러 김성환 국토교통부 물류시설정보과 시설사무관은 “도시첨단물류단지 입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은 언제든 연락을 달라”며 소통의 채널을 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원은 일부 스타트업에 한정된 일입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관계자의 경우 얼마든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어떻게 스타트업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서 당장 보이는 것은 위의 두 가지 정도입니다. 두 지원사항 모두 당장은 실체화되지 않은 사항입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10여명의 정책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진행상황을 바라본 결과도 국토부의 행위가 ‘전시행정’에 그칠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국토부가 실질적으로 산업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가. 그리고 단순히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서 국토부가 바라마지 않는 물류산업의 외형확장이 가능한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