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용 Jul 16. 2016

CLO 콘텐츠를 총괄하며

"더 좋은 콘텐츠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지난 7월 1일부터 제가 소속한 매체인 CLO의 온오프라인 콘텐츠 총괄직을 맡게됐습니다.


총괄이라고 하지만 CLO는 작은 조직입니다. 김철민 편집장, 김정현 기자, 그리고 저까지 세 명이 꾸려나가던 조직이었습니다. 이랬던 조직에 얼마전 새로운 인력 세 명이 합류하여 지금은 6명이 됐습니다. 


사람이 합류하면서 팀도 새롭게 꾸려졌습니다. 김철민 편집장이 이끄는 마케팅랩, 그리고 제가 이끄는 콘텐츠팀이 그것입니다. 마케팅랩은 CLO의 신규사업을 고민합니다. 광고, 구독료, 행사 3대 수익모델로 이어나가던, 지금까지CLO의 수익모델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탈피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끄는 콘텐츠팀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고민합니다. 지금까지 CLO가 성장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는 콘텐츠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불과 2년차 병아리 기자에게 주어진 권한,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엄청납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썼던 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희 매체 구성원들의 모든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모든 기자들의 브랜딩을 고민해야 합니다.


콘텐츠팀을 맡은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공식적인 인사가 늦어졌던 이유입니다.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좋은 팀을 만드는 근간이 되는 것이 사람인 만큼, 무엇보다 좋은 기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팀장으로써 저의 목표이자 콘텐츠팀의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단순합니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더욱 잘하자는 내용입니다.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가 나름 정의내렸던 '저널리즘'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물론 단순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실제 방법이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봤습니다.


먼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거창한 말입니다. CLO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없습니다. 저 또한 데이터를 잘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잘 하지 못했던 기본에 집중할 것입니다.


가령 저희는 데이터를 통해 어느 시간대에 많은 독자들이 CLO 웹사이트 및 페이스북 페이지에 유입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해당 시간대에 주기적으로 콘텐츠만 송고하더라도 페이스북 페이지 도달률은 크게 높아집니다.


이에 더해 각각 콘텐츠 PV와 웹사이트 및 페이스북 유입 독자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전달이 잘 되는 콘텐츠의 기준과 전달이 잘 될 수 있는 핵심독자의 특성을 찾아낼 것입니다. 다행히도 구글애널리틱스, 페이스북 타겟인사이트와 같은 무료 데이터 분석툴은 많습니다. 


가령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저희는 'CLO 웹사이트 방문자의 특성과 유사한 사람' 중 25세-44세 남성, 서울 반경 40km 이내의 사람들에게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금 현재 실행하고 있는 광고입니다.


현재의 CLO는 현란한 카드뉴스, 재밌는 영상을 만든다거나, 멋진 플랫폼 UI를 구축하여 색다른 뉴스형식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은 없습니다. 때문에 기본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기본적인 것에 조차 집중하지 못했던 조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희 독자를 명확하게 알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겠습니다.


다음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콘텐츠 생산자의 브랜드를 구축하겠습니다.


개인의 브랜드가 조직의 브랜드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개인이 스타가 되고, 요즘 속된 말로 유행하는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콘텐츠는 자연히 나오게 됩니다.


때문에 조직은 기자의 브랜드 강화를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기자의 힘이 커지면 그것은 자연히 조직의 성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자의 브랜드를 강화시킬까요.


기본 골자가 되는 것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물류'는 세상 어디에든 있습니다. '물류'라는 전문분야 안에서 기자가 관심있는 한 분야에 집중하여 작성토록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령 저는 지난 2년 동안 커머스, 스타트업, 라스트마일 배송에 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그중 라스트마일 배송과 스타트업은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취재하기도 했지요. 장기간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1년전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며,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은 업계에서 작게나마 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관심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소재에 대해 취재했다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중한 경험을 팀원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서


지난 2년 동안 저를 포함한 CLO의 모두는 치열하게 달려왔습니다. 지난 1년을 함께 해준 고마운 동료인 김정현 기자는 기자가 당연히 집중해야 하는 취재, 기사작성뿐만 아니라 택배포장, 발송, 지출결의, 회계결산, 고객전화응대 등 온갖 잡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옳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합리화시켰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이 합류했습니다. 업무는 나뉘었으며, CLO의 기자는 비로소 콘텐츠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번달 초에는 소중한 후배가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새로 들어온 임예리 기자는 중국 출판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CLO 또한 오프라인 매거진을 발행하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큰 매력입니다.(심지어 해당 출판사는 망했습니다. 더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북경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여 우수한 중국어 통번역 능력을 가진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습니다. 향후 CLO 콘텐츠의 중국진출 깃발을 올릴 수 있는 기수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지금까지 고생한 동료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우수한 인력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직도 투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조직이며,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 또한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마감에 치여서 지금 이순간에도 저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주말근무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 또한 해줄 수 없습니다. 


분명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옳지 않은 것이 계속된다면 이 조직에는 좋은 사람이 모일 수 없습니다. 좋은 사람이 모이지 못한다면 조직의 성장 또한 없습니다. 이제 팀장이 된 제가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수긍하고 있다고 해서 팀원들에게 그것을 강요할 자격 또한 절대로 없습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인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여 같은 시간의 높은 효율을 만들어내는 것은 공급망 관리의 기본입니다. 아직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장차 이  조직에서 함께하는 누구든 성장하며, 동시에 팀원이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기업의 이름이 당신의 이름을 좀먹게 하지말라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며, 많은 후배들에게 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말을 스스로에게 되새겨야 하는 팀장이 됐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조직, 후배들에게 했던 말에 부끄러울 수는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목표는 달라지겠지만, 큰 궤는 유지합니다.  


지금껏 제 자신을 위해 쉼없이 뛰어왔다면, 이제 저는 기자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매니저가 됩니다. 그들이 좋은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개인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뒤에서 아낌없이 지원하겠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퍼지고 소중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그들의 이름이 CLO의 이름을 뛰어넘도록 만들겠습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아직 우리의 도전에 마침표는 찍히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