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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l 21. 2017

부천영화제를 통해 바라본 콘텐츠 유통의 미래

블록버스터와 경쟁하는 니치버스터

부천영화제에서 보낸 이틀의 휴가가 끝났습니다.

필자가 이틀동안 본 영화들. 익숙지 않은 구성과 소재가 난무한다.

대중의 입맛에 맞춘 '상업영화'와는 달리 진정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을 찍은 것 같은 장르영화를 잔뜩 만나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재밌게 본 영화도, 이게 뭔가 싶은 영화도 있었지만, 영화의 재미와 별개로, 콘텐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쌓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실 영화제 안에서도 인기있는 영화와 인기없는 영화는 나뉩니다. 어떤 영화는 객석이 가득차 박수 갈채를 받기도, 어떤 영화는 10명도 안되는 관객이 관람하고 그 중에서도 몇몇은 상영중 조용히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영화제의 수익배분 구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10명도 안되는 관객으로 콘텐츠 생산자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제 안에서 인기 있었던 영화, 즉 수백명의 관객이 든 영화라고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정식 배급과 대규모 극장 상영을 거친 대중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영화제에서 극찬 받은 영화라고 대중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고 얼마전 개봉한 <노후대책없다>란 영화는 대중시장에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통제할 수 없었던 위험요소는 있었습니다만)


업계 최대화두라 할 수 있는 <옥자>는 한국에서 28만명의 관객이 들었지만, 이는 레알 보면 안될 영화로 꼽히는 모영화에 비해 20만 명이 적은 수치입니다. 옥자의 제작비가 560억 원이라고 하는데, 관객 기준으로 손익분기를 넘기기엔 터무니 없어 보입니다.


위 두 영화는 배급사를 통한 극장 상영 기회를 얻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상영관을 얻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이 제작자의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됩니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할 수치가 있습니다. 옥자 개봉 이후 넷플릭스 국내가입자는 약 9만 8000명에서 20만 명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한국진출 후 약 1년간 쌓았던 가입자수를 불과 1달도 안되어 유입시킨 것입니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옥자가 한국에서만 풀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콘텐츠의 파급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넷플릭스가 진출한 글로벌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2분기 기준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수는 1억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다시 영화제로 돌아옵시다. 영화제는 니치시장에 어울리는 영화를 틉니다. 누가 상식을 벗어나는 퀴어 영화와 피튀기고 변태성이 난무하는 사디즘, 마조히즘, 스카톨로지, 카니발리즘, 고어 영화를 대중이 즐긴다고 생각하겠습니까.


결국 매니아 시장은 대중 시장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와 같은 곳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지원한다며 몇 안되는 상영관을 선심쓰듯 열어줄 뿐입니다.


재밌는 것은 매니아는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대중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영화들이 박수 갈채를 받는 판입니다. 전세계의 매니아들이 영화제 방문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우리나라에서 안팔리는데 특정시장에서 잘팔리는 김기덕 감독을 생각해봅시다.)


자 이제 생각해봅시다. 1000만 관객만 넘어도 그해 흥행 1위를 갈아치우는 한국시장과 1억명의 관객이 스트리밍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를요.


또 생각해봅시다. 절대 경쟁할 수 없었던 매니아 시장이 '플랫폼'이라는 수단을 통해 거대하게 융합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상영관이 그것에 지레 겁먹고 있는 모습을요.


제가 휴가기간 마지막으로 본 영화인 <어둔밤>의 심찬양 감독은 GV를 통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의 미래는 넷플릭스에 있다"고요.


뱀꼬리.

영화산업을 다루는 글을 썼지만, 사실 영화는 열심히 취미생활 하는 정도에 그쳐있습니다. 이 글 또한 실은 전문지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니치콘텐츠인 '물류'를 다루는 입장에서 영화업계가 가진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다소 상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니치의 판을 키우느냐, 대중시장을 공략하느냐, 선택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남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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