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은 아니지만...
운이 좋아 이번에 '브런치 무비패스'에 선정됐습니다. 사실 브런치팀의 모집공고에는 시네필을 찾는다고 써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불릴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최근 몇몇 영화산업 관계자들과 우연히 만나 술잔을 기울였고, 그 때문인지 마침 써놨던 영화산업과 관련된 글이 있었고, 때마침 눈에 띄었던 브런치 무비패스 신청공고에 해당글을 제출했고, 선정된 것이 전부입니다.
어찌됐든 6개월간 최소 10개 이상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초청권이 생겼으니 참 좋긴 합니다만, 또 하나 고민은 찾아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브런치 무비패스 또한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집니다.
무슨 글을 써야되나 고민했습니다. 영화글을 저보다 잘쓰는 사람은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남들 잘 안보는 장르영화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이걸 '장르영화'라 부르는지 불과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가끔 이야기하는 '클리셰'니 '미장센'이니 '플롯'이니 이런건 잘 모릅니다.
저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저에겐 나름 물류전문기자로 3년 이상 구른 짬과, 일반적으로 물류라 부르지 않는 것들을 물류라 우겨냈던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소한 쿠팡, 우아한형제들,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자기들이 물류한다고 강조했던 친구들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영화도 물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가령 2015년 박스오피스 1위 영화 <베테랑>에 출연한 유아인의 명대사 "어이가 없네"에 감춰진 화물지입기사의 이야기와 같은 것을요.
아, 물론 물류업계 종사자들을 다루는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실 있더라도 굉장히 어두운 역할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런 얘기만 쓰면 제가 더 슬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물(物)을 버려봅시다. 영화라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상영되기 까지의 과정을 보더라도 무엇인가는 흐르고 있습니다. 돈이 흐르고, 콘텐츠가 흐르고, 사람이 흐릅니다.
브런치팀은 무비패스 모집공고를 통해 "영화를 설명하는 명쾌한 해답은 없다"며 "100명이 영화를 봤으면 100개의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영화가 가진 매력"이라 밝혔습니다.
제 생각도 이와 같습니다. 혹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 부르는 '영화', 또 다른 누군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 이야기하는 '물류'가 만나 또 다른 시선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