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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정신 차려 심판' 외칠 때

by Vianney

지난 4월에 썼던 심판 판정에 대한 푸념.....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이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개막 라운드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우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예년과 다른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으나.... 또 논란이 발생하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팀이나 선수가 아닌 '심판'이다.


경기장의 재판관이라 불리는 '심판'이 기준을 잃은 채 계속된 오심으로 리그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매년 국내 심판의 자질 논란은 계속되었다.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심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처럼 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대형 오심'이 두 차례 발생했다. 더불어 프로축구연맹의 솜방망이 징계로 참았던 K리그 팬들이 폭발했다.

잘못을 하면 나라님도 쫓겨나는 판국에. 명명백백한 잘못을 저지른 심판들이 한, 두 경기 쉬다가 다시 그라운드에서 휘슬을 잡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 이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 대한 기만이다.


*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헛소리

TV 중계를 통해 축구를 볼 때 우리 팀이 '오심'의 희생양이 되면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해설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니 얼른 털고 일어나야 됩니다'라는 멘트를 들으며 화를 삭이며 경기를 계속 관람한다. 그러나 오심의 분노에서 얼른 냉정함을 되찾아야 되는 주체는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을 응원하는 우리(팬)까지 분노를 참을 필요는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헛소리는 심판들이 만들어 낸 방어막이다.

이런 오심이 발생했을 때 우리(팬)까지 입 다물고 참아버리면 누가 심판을 감시할 것인가. 경기 후 감독과 선수, 더 나아가 단장까지 심판의 판정에 불만은 표하면 바로 '징계'가 내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심판은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그렇기에 오심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 행동과 목소리로 부당함을 외쳐야 한다. 이것이 오심에 대처하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다.






1. 김희곤 심판 (수원-전북, 서정진 살인태클)

먼저 3월 11일,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나온 오심이다. 전북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9분, 수원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전북의 이승기가 볼을 잡자 수원의 서정진이 거친 태클을 가했다. 무릎을 가격 당한 이승기는 그대로 쓰러졌고,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외측인대 부분 파열을 당했다. 6월이 되어야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서정진.gif 처음부터 무릎을 보고 들어간 고의성 가득한 태클이다 (출처 : 조이님 움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채 거친 태클을 가한 서정진은 어떻게 됐을까. 누가 봐도 다이렉트 퇴장이 나와야 했지만, 바로 앞에 있던 김희곤 주심은 정상적 플레이라 판단했다. 퇴장이나 경고는커녕 파울조차 불지 않았다.

왜일까.
한 네티즌은 '수원의 홈에서 두 골차로 앞선 전북에게 페널티킥을 통해 세 번째 골찬스를 주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휘슬을 불지 않았다는 댓글을 남겼다. '홈 어드밴티지'를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이는 심판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홈 팬들이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휘슬을 불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결국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서정진과 김희곤 심판은 '사후 징계'를 받았다. 거친 태클을 가한 서정진은 7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700만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희곤 심판도 징계를 받았으나 '이사회를 통해 징계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이었다.

이렇게 2라운드에서 나온 '오심'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지난 1일, 광양 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전남 드래곤즈와 포항 스틸러스의 4라운드 경기에서 '김희곤'이란 이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정확히 '주심 김희곤'이었다. 2라운드에 엄청난 오심을 저지른 심판이 4라운드에 복귀하다니. 3라운드를 거르고 두 경기만에 심판 휘슬을 잡았다.

공개하지 않기로 한 징계는 '한 경기 배정 금지'였던 셈이다. 팬들을 얼마나 무시한 처사인가. 낮은 관심 속에서 펼쳐진 '제철가 더비'를 통해 김희곤 심판은 복귀했고, 오심 사건은 유야무야 되었다.



2. 김성호 심판 (서울-광주, 등에 맞아도 핸들)

3월 19일, FC서울과 광주FC의 3라운드 경기에서는 승부에 영향을 준 '대형 오심'이 발생했다. 광주가 1-0으로 앞선 후반 18분, 서울 이상호의 크로스를 광주 수비수 박동진이 몸을 날려 막았다. 이에 김성호 주심은 핸드볼 파울을 지적하며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리플레이를 보니 공은 박동진의 팔이 아닌 등에 맞았다. 확실한 오심이었으나, 주심의 판정을 뒤집을 수 없었다.


KakaoTalk_20170323_163551467.gif 정신차려 심판! 삼류심판 꺼져! (출처 : 조이님 움짤)



대신 경기가 뒤집혔다. 오심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통해 동점을 만든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 두 번째 페널티킥을 통해 경기를 뒤집었다. 최선을 다해 승리를 쟁취한 서울 선수들은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심으로 인해 억울하게 승점을 도둑 맡은 광주 선수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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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상황에서 웃어? 웃어? 웃음이 나오냐 (출처 : 조이님 움짤)


KakaoTalk_20170323_163554494.gif 이 억울한 눈물은 누가 책임지나 (출처 : 조이님 움짤)


대형 오심 후 더 논란이 된 것은 '김성호 심판'의 과거 행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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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구단 직원과 팬을 폭행해 '현장 체포' 된 화려한 업적이 있는 심판이다. 이로 인해 K리그에서 퇴출되었다. 이후에도 N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5명 퇴장을 통한 몰수패 선언하는 등 '오심 제조기'로 불리며 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무관심 속에 2011년 K리그 복귀해 심판 활동을 이어갔다. 복귀 후에도 2013년 성남의 임채민에게 다이렉트 퇴장을 내렸으나, 오심으로 판명되며 자신의 '명성(!)'을 이어 나갔다. 연맹과 협회의 '제 식구 감싸기' 속에 김성호 심판은 2016년 FA컵 결승 2차전에 주심으로 나선다. 전반전 수원 이정수에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보상 판정으로 다카하키를 퇴장시키며 팬들에게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런 심판이 다음 시즌에도 버젓이 리그의 주심을 맡고 있었다니. 얼마나 우리의 관심과 감시가 부족했는지 느낄 수 있다.

서울-광주전에 나온 '대형 오심'에 대한 상벌위에서 김성호 주심과 제2부심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오심 과정에서 무선으로 핸드볼 파울을 의견을 전했으나, 판석 분석 과정에서 이를 부인한 제2부 심은 퇴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논란을 야기한 김성호 주심은 '무기한 경기 배정 금지'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기한'이 여기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더불어 경기 후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쏟아낸 광주 기영옥 단장에 대한 징계도 내려졌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를 통해 광주 구단에 1000만 원의 벌금을 징계로 내렸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인가. 아닌 걸 아니라고 하고, 부당한 걸 부당하다 말하는 데 징계라니. K리그에 속한 구단, 감독, 선수들이 '홍길동'도 아니고, 왜 말을 못하게 하는가. '감언이설'만 듣고 싶은 연맹 고위층의 요구에 맞춰야만 하는가. 연맹의 수뇌부에게 전해지는 이런 달콤한 말들이 리그를 망치고 있다.


현재 프로축구연맹 사무실이 위치한 종로구 경희궁길 위에서 몇 백 년 전 왕들이 고언을 외면한 채 '감언이설'에 현혹돼 나라를 망친 것을 왜 모르는 걸까.






심판도 인간이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되고, 결과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심판의 수준은 점점 퇴보하는 것 같다.

오심에 대한 피해는 '선수'와 '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와 억울함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노력에 대한 결과를 보상받는 공평하고, 정정당당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다. 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주인(=국민, 감시자)의 무서움을 알렸다.

이제는 축구판에서도 '촛불'을 들어야 할 판국이다. 아님 축구회관에 몰려가 '엿'이라도 던져야 하나. 이런 촌극을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 이런 제도적 문제는 저들이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고, K리그의 주인인 '팬'들은 부당함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심판의 수준 향상과 공정한 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축구장에서 '정신 차려 심판' '삼류 심판 꺼져'라는 외침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길.


image_507103411491382130443.jpg 김성호 '레드카드 너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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