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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Feb 25. 2016

[박유신의 호주 이야기 13] 시드니에서의 첫 한 달

출처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1/Sydney_Harbour_Bridge_from_Circular_Quay.jpg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침 9시까지 출근했다. 그런데 호주 지사에서는 탄력근무제 (flexibleworkplace)를 운용하고 있었다. 각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달랐다. 대개 8시, 8시반, 9시, 9시반, 10시 중의 하나였다. 시드니의 교통난도 만만치 않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직원들은 아침 일찍 8시나 아님 늦게 10시에 출근하는 것이었다. 이는 해당 매니저의 재량이었다. 대신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 늦게 출근하면 그만큼 늦게 퇴근하면 되었다.


나는 보통 5시 반에서 6시에 퇴근했다. 처음 한 달은 가족 합류 이전에 혼자서 생활했기에, 퇴근하고 나면 갈 데가 없었다. 7시 정도만 되면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가게 문도 거의 대부분 닫았다. 그나마 피자헛 또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전문점 정도가 문을 열고 있었다. 밤 12시까지 환하게 불을 켜놓고 영업하는 한국의 가게들에 익숙했는데, 고작 7시 정도만 되어도 가로수에서 극악스럽게 울어대는 새들의 울음소리만이 거리를 메우는 분위기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숙소가 사무실 밀집지역에 있었기에 특히 주말 저녁에는 거리가 사람의 자취 없이 황량해졌다. 외로움이 몰려왔다.  


호주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정이 모든 것에서 우선시 된다.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저녁때는 사무실 근처 거리가 썰렁해지는 것이다. 애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당일 아침에 병가 (Sick leave)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 회사의 공식적인 회식은 일 년에 딱 한 번 크리스마스 파티이다. 이것도 최소 한 두 달 전에 공지를 한다. 그러나 직원의 배우자가 “No”하면 이마저도 참석하지 않는다. 한국의 밤 문화를 즐겼던 분이라면 호주에서의 지겨운 천국 (boringheaven) 생활에는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부서 직원들 이름 외우기 


담당하고 있는 호주 부서에 직원이 약 25명 정도 있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각 직원의 이름 외우기. 원래 사람 이름 외우는 것이  젬병인 데다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어려웠다. 사무실에 직원들 사진과 이름을 붙여놓고,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키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점차 공용 키친에서 마주치는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해서 자신 있게 먼저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그중 인도 출신 직원 한 명은 이름이 무려 약 40자 정도 되었다. 다른 직원들 이름은 한 줄인데, 그 친구 이름은 세 줄을 차지했다. 물론 이름을 부를 때는 확 줄여서 5글자 이름으로 불렀다.


 부서 임원들과의 1:1 


다음으로 중점을 둔 것은 타 부서 임원들과의 1:1 미팅이었다. 각자에게 1:1을 요청해서 시간을 맞춘 다음, 그들의 중점 현안, 나에 대한 기대, 향후 업무 추진 방식 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했다. IT 내 타 부서는 물론 영업팀, Product 개발팀, 재무팀 등과 회의를 가졌다.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고, 호주 지사의 비즈니스와  IT를 이해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다. 그 이후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다문화 환경에서 일하기에 대한 교육


다문화 환경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하면 이런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둔 교육을 신청해서 받았다. 호주의 문화적 배경과 정신 가치, 호주와 아시아 나라 간의 차이점, Eye contact등비언어적 요소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호주와 한국 간의 차이점 중의 하나로 예로 든 것은, 호주에서는 나보다 지위가 높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는 것이 자유스럽고 또한 장려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런 반박을 받았을 경우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두괄식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였다. 제일 먼저 요지를 말하고,  그다음에는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적절한 예를 들어 이해를 돕는 것으로  마무리하거나 또는 요지를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끝내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끝에 결론과 요지가 나오는 미괄식과는 완연히 다른 방식이라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괄식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이 조언은 향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하루 만에 확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호주 직장 생활에 있어 나름대로의 지침을 세울 수 있었다.


멘토링을 받다


호주 지사에서 일한 지 한 두 달 정도 지난 후에, 호주와 뉴질랜드의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ManagingDirector (MD)를  찾아가서 나의 멘토가 되어줄 것을 정중히 부탁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IT 분야가 아니라 비즈니스 쪽 MD에게 멘토를 부탁한 이유는, 그가 나의 호주 지사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흔쾌히 멘토 역할을 수락했다. 이후 그의 호주 비즈니스와 문화에 대한 가르침, 조언, 지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 와의 1:1에서 영어에 대한 애로사항을 얘기했더니, 바로 회사 지원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Private Tutor와 영어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 또한 다문화 환경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에 있으면 따로 요청을 안 해도 알아서 해주는 분위기였으나, 여기 호주에서는 본인이 스스로 찾아보고, 문을 두드려 보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그러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낯선 호주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고, 호주 지사의 비즈니스와 IT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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