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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Apr 25. 2020

100일 여행을 한다면?

질문의 여행 챌린지 - 한 달씩 나눠서 아님 몰아서?

30일 매일 글쓰기 모임의 글 동지인 가비언니님으로부터 질문의 여행 챌린지를 이어받아 이 글을 쓴다. 


3년간 100일을 여행할 수 있다면 1년마다 한 달씩 여행하겠는가? 3년을 쉬지 않고 일한 후 100일을 한꺼번에 여행하겠는가?
- "질문의 여행" 중에서


한 달씩 여행하고 싶은 세 곳은 어디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1.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1562381/

한 달 내내 걷고 먹고 싸고 잔다. 그냥 걷는다. 걸으며 '좋은 여행이 되길 또는 너의 길에 행운이 있길'이라는 의미의 말인 '부엔 카미노 (Buen Camino)'를 외친다. 동료 순례자들(?)로부터 '부엔 카미노'라는 말을 듣고 나서, 하루 종일의 걷기로 인해 고단해진 육체이지만 힘을 내어본다. 때때로 성인 야고보가 이 길을 순례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본다. 


아내와 단 둘이 가도 좋다. 딸과 아들도 환영한다. 친구들과 함께 가도 좋다. 홀로 걷는 것도 괜찮다. 산티아고로 가면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숙소인 알베르게에서는 빈대에 물리기도 하겠지. 때때로 푸짐한 순례자 메뉴를 시켜서 애피타이저, 메인디쉬와 디저트를,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와인까지 마시며 즐거운 수다를 나누며 웃으리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나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가슴에 순례길의 여정을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2. 네팔 안나푸르나 환상코스 트레킹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4055781/

'네팔병'이라는 병명이 있다고 한다. 한번 네팔 히말라야에 다녀오면 반드시 또 가야만 하는 불치병이란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에 신혼여행을 네팔로 갔다 왔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서 가장 짧은 코스인 푼힐 전망대까지 3박 4일 동안 트레킹을 했다. 만년설로 덮여있는 마차푸차레 봉우리를 바라보며 경외감을 느꼈다. 아내와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그때에 네팔병에 걸렸나 보다.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안나푸르나 환상코스 트레킹을 한다. 5,416 미터의 쏘롱라 패스 (Thorung La Pass)를 거쳐서 출발점까지 원형으로 돌아오는 환상적인 환상(circult) 코스이다. 18일 정도 걸린다. 네팔에서의 두 번째 신혼여행이다. 고산병으로 고생도 하겠지. 서로 싸우기도 하겠지. 18일의 트레킹을 마치고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훔치겠지. 트레킹이 끝난 후 열흘 동안은 포카라의 바다 같은 페와 호수 곁의 숙소에서 나른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리라.


3. 요트를 타고 대양에서 항해를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171900/

운동장의 몇 배가 되는 큰 배를 타고 여행하는 크루즈도 좋지만, 스스로 요트를 몰고 대양에서 항해를 한다. 목적지는 어디가 좋을까? 남태평양의 피지는 어떨까? 인도양의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하러 갈까? 물놀이를 즐기는 에버랜드 옆 캐리비안 베이 말고 진짜 캐리비안 제도에서의 항해는 어떨까? 한국 남해안의 한려수도 공원에 있는 무인도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떨까?


태풍을 만나 물에 빠져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예측하지 못한 온갖 종류의 어려움에 처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인생의 후반기에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아오르는 색다른 경험 이리라.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3년간 100일을 여행할 수 있다면 1년마다 한 달씩 여행하겠는가? 3년을 쉬지 않고 일한 후 100일을 한꺼번에 여행하겠는가?"


산티아고 순례길, 안나푸르나 환상 종주, 요트 여행을 한 달씩 나눠서 3년 동안 해도 좋다. 아님 한꺼번에 몰아서 세 달 동안 해도 좋다. 우얏든 하는 거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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