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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Apr 26. 2020

나를 화나게 하는 것

우리의 마음은 밭이다. 그 안에는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이 있는가 하면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 탁닛한 스님의 책 "화" 중에서 


며칠 전 호주 멜버른에서 경찰이 과속하던 포르셰 차량을 잡아 과속 운전자의 마약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트럭이 들이닥쳐 경찰 4명 전원이 현장에서 순직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과속 차량 운전자는 사고 경찰관들을 도와주기는커녕 그들의 비극적인 사진을 찍은 후 현장에서 걸어서 도주했고, 자신의 SNS에 해당 사진을 당당하게 올렸다. 이 뉴스를 보고 황당하고 화가 났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럴 수 있나? 아니 사람이 맞나?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되돌아본다. 누군가 고의로 산불을 내서 큰 피해가 났다는 기사를 봤을 때,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본다이 비치에서 빽빽하게 누워있던 사람들의 사진을 봤을 때,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발을 일삼는 한국의 정치인을 봤을 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아직도 진심의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정치인들을 봤을 때.


길거리에 버려진 개똥도 떠오른다. 거의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개가 볼일을 보면 개 주인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이용해서 개똥을 치운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씩 동네 길거리를 걷다가 치우지 않은 개똥을 보게 되면 화가 난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를 보고 있는 아들을 봤을 때, 잠자기 전에 스트레칭을 해야지 마음먹지만 막상 침대에 들어가면 귀찮아서 건너뛰는 나에게도 화가 난다. 


탁닛한 스님 (스님 이름이 탁닛한 인지 틱낫한 인지 아직까지도 계속 헷갈린다. 10년 넘게 헷갈리는 나에게 화가 난다)이 말씀하신 대로, 긍정의 씨앗과 부정의 씨앗 중 어떤 것에게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나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곰곰이 어떻게 긍정의 씨앗에 물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비극적인 현장 사진을 찍어 올린 포르셰 운전자, 산불 낸 사람, 본다이 비치에 누워있던 사람들에게 내가 할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인은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 며칠간 계속 개똥을 보며 화를 내기보다는 그냥 내가 치우면 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화가 일어나면 깊은 호흡을 하면서 가만히 지켜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그냥 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행동한다. 마음의 긍정의 씨앗에 물을 주고 꽃을 피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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