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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Feb 26. 2016

[박유신의 호주이야기 12] 호주 시드니에 발을 딛다

flickr / Wayne Kang 


인천에서 금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을 날아가서 토요일 새벽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시드니 삶의 첫 날. 공항에서 Soup of the Day로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공항식당 아줌마의 친절로 기분 좋은 출발. 이제 시작이군. 설레임, 흥분 그리고 긴장감”


필자가 2011년 5월 어느 날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서 첫 번째 올린 트윗이다.


회사에서 마련해 준 근처 숙소 (Serviced Apartment)에 머무르며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호주 지사에 처음 출근하는 날이다.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난데없이 화재경보기가 건물이 떠나가도록 울린다.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게 서 있다가 정신을 수습해서 보니 토스터기에 집어넣었던 식빵이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식빵이 튀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다른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그대로 토스터기 안에 있었던 것이었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잠시 후에 화재경보기가 멎었다. 관리인이 내 방으로 뛰어 올라오면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지 열심히 영어작문을 하고 걱정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다행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출근 첫날 아침이 시작되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내 매니저와의 회의를 마친 후에 부서 직원들 자리를 돌아다니며 서로 인사를 했다. 온갖 다양한 피부색과 인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베트남, 인도, 영국 그리고 터키 출신 직원과 직접적으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 출신 직원들이 있었다. 모두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다 같은 영어가 아니었다. 다양한 악센트와 발음을 들으며 정말 글로벌 기업임을 실감했다. 이런 서로 다른 인종, 문화의 사람들과 어울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움과 걱정이 몰려왔다. 한편으로는 잘 해보자는 결의를 다졌다.


첫날 퇴근 후에 지인 집에서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한국의 지하철과 비슷하나 2층으로 되어 있는 시드니의 기차를 타고 약 8 정거장 떨어진 곳을 향해 출발했다. 처음 들어보는 역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기차가 설 때마다 창문을 통해 역 이름을 확인했다. 마침내 한 정거장만이 남았다. 미리 내릴 준비를 하고 문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기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역을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시드니 지리를 모르는 데 어쩌란 말인가? 알아 보니 내가 탄 기차는 급행열차였던 것이었다. 출발 기차역 플랫폼의 안내판을 주의 깊게 봤다면 알 수 있었을 텐데, 방향만 확인하고 그냥 기차에 올라탄 것이 화근이었다.


화재 경보로 시작해서 기차를 잘못 탄 것으로 마무리했던 출근 첫 날이 저물고 있었다. 이는 그 동안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던 한국 생활이 아니라,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호주 생활을 예고하고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 만에 40대에서 유치원생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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