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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y 22. 2020

콜럼버스 계란과 생명 파괴

신영복 님의 <담론> 중에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계란을 책상 위에 세우지 못하는데 콜럼버스만이 계란을 세웠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단지 발상의 전환에 관한 일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란의 모양은 어미 닭이 체온을 골고루 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모든 알이 그렇습니다. 어미 품을 빠져나가 굴러가더라도 다시 돌아오게끔 만들어진 타원형의 구적입니다. 바로 생명의 모양입니다. 이것을 깨트려 세운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기에 앞서 생명에 대한 잔혹한 폭력입니다.
- 신영복 저 <담론> 중에서 -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흔히 드는 예가 콜럼버스의 계란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콜럼버스의 계란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문제를 푸는 새로운 시각에 크게 감탄했었다. 콜럼버스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계란 밑부분을 깨고 나서 계란을 책상에 바로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지금까지도 어떤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콜럼버스의 계란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계란은 "발상의 전환이기에 앞서 생명에 대한 잔혹한 폭력"이라는 글귀를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20여 년이 넘는 동안 한 번도 콜럼버스의 계란이 생명에 대한 폭력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부끄러웠다. 그 계란은 콜럼버스가 깨버리지 않았다면, 병아리로 태어나 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콜럼버스의 계란을 단지 발상의 전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생명에 대한 폭력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발상의 전환이 생명 존중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패러다임이 만연하다.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떤 수단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우리나라의 극심한 빈부격차, 환경오염, 높은 자살률이 이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미국을 생각해 보면 2007년 세계 경제 공황을 불러온 서브 프라임 모기지 상품이 그 좋은 예이다. 사람은 없고 금융 자본 증식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Think out of the box." 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틀이나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하라는 의미이다. 앞으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콜럼버스의 계란을 떠올리지 말고 "think out of the box"를 되뇌려 한다. 아울러 내가 지금껏 하고 있었던 생각 중에 또 다른 콜럼버스의 계란이 많을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나의 실천

1.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콜럼버스의 계란을 떠올리지 말고 "think out of the box"를 외친다.

2. 내가 지금껏 하고 있었는 생각 중에 또 다른 콜럼버스의 계란이 많을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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