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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n 04. 2020

감정일기 - 넷째 날

온 가족이 보드 게임 "티켓 투 라이드"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내, 딸, 아들과 함께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보드 게임 "티켓 투 라이드"를 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보유하고 있는 목적지 사이에 기재된 도시들을 연결하는 선로를 완성하면서 가장 많은 점수를 얻는 것이다.


딸이 저녁 식사를 준비했으므로, 나와 아들 중에 진 사람이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역대 전적은 아내와 딸 그리고 내가 각각 한판씩을 이겼고, 나머지 대부분은 아들이 이겼다. 아들과의 실력 차이가 월등하다는 점을 강조해서 5점의 핸디캡을 받았다. 아들이 나보다 5점이 넘는 점수 차이로 이겨야 하므로, 오늘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오늘 설거지를 면제받을 수 있을까?


아내가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먼저 시작했다. 아내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하는지, 어떤 카드가 바닥에 놓이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본인의 카드들과 목적지 선로에만 관심을 있을 뿐이었다. 


딸에게서는 이 보드게임을 처음 배울 때의 열정 넘친 똘망똘망한 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의 연이은 패배 때문에 흥미가 떨어진 모양이다.   


아들은 항상 전략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한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느껴지는 듯하다. 전체를 파악할 줄 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카드를 보기 시작했다. 게임 중간에 아내가 차지한 선로 때문에 아들의 길이 막혔던 것 같았다. "으음"이라고 나지막이 소리를 내더니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더니 다시 확신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원래의 계획을 수정해서 다른 경로로 가기로 했나 보다.  


나는 게임의 승패보다도 이렇게 온 가족이 모두 모여 보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각자가 일과 공부에 바쁘니까 시간은 있어도 맘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외출을 삼가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소확행이다.  

      

오늘도 역시 아들이 이겼다. 오랜만에 차지할 수 있었던 우승을 간발의 차이로 놓친 딸은 아쉬움에 어쩔 줄 몰랐다.


분홍색 설거지용 고무장갑을 꼈다. 설거지 그릇이 꽤 많았다. 지더라도 괜찮다. 이렇게 온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게임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맨날 지니까 오기가 생긴다. 유튜브에서 필승법을 찾아봐야겠다. 아들에게 멋있게 고무장갑을 건넬 날을 고대하며.



오늘의 정서 단어: 즐거운, 잔잔한, 행복한, 오기가 생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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