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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n 05. 2020

감정일기 - 다섯째 날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1. 오늘 감사했던 일

 -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아침 늦게 일어나서 지각할 뻔한 아들을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줬다.

 -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도와준 직장동료에게 감사했다.    


2. 오늘 나의 정서를 대표하는 몇 가지 단어와 생각 엮기


평일 중에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 바로 목요일이다. 목요일이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집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쌀이 떨어져도 괜찮다. 밀가루가 떨어져도 괜찮다. 하지만 맥주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 불가하다. 만약 맥주가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맥주를 사 와야 한다. 물론 맥주는 쩨쩨하게 몇 병 사는 게 아니라 박스 단위로 산다. 아내가 맥주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퇴근 후나 저녁식사하면서 맥주를 즐기는 것이 아내의 큰 기쁨이다.   


나도 때로는 혼자서 가볍게 맥주 한 병을 마시거나, 아내와 함께 맥주나 와인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내내 술을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과음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월화수목금금금 이렇게 주 7일 술을 마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콜 중독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결심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입에 술을 대지 말자. 대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자유롭게 마시자.'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술 생각이 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결심을 하고 난 이후의 첫 월요일을 정신적 고통 없이 맨 정신으로 잘 보냈다. 화요일도 덤덤했다. 수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알콜 중독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삼일 동안 참으며 기다렸기에, 목요일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 한 병의 맛은 특별하다.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오후 5:30이 되었다. 퇴근을 했다. 방에서 거실로. 퇴근하는 데 10초 걸렸다. 맥주 한 병을 꺼내고,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 소파에 앉았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넷플릭스 버튼을 눌렀다. 요즘 보고 있는 멕시코 드라마 "Ingobenrable"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바로 이 맛이야!' 내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정서 단어: 기다림, 기분 좋은, 여유로운


3. 나를 위로하는 짧은 문장

 -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4. 오늘 일어난 멋진 일 세 가지

 - 집 앞 정원의 동백나무는 한참 전에 만개했는데, 뒤 정원의 동백나무는 한 달 넘게 꽃봉오리만 간직한 채 꽃이 피지 않고 있었다. 나무를 볼 때마다 과연 언제쯤 꽂이 피나 궁금했는데 오늘 드디어 마침내 첫 번째로 꽃봉오리 하나가 수줍게 꽃을 드러냈다.

 -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든 일의 시작이 그러하듯이 설렌다. 

-  직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동료에게 회사 내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도움을 줬다.  


5. 무얼 했더라면 더 만족스러웠을까?

 - 오늘의 저녁 식사 당번은 나였다. 삼치를 구웠는데 너무 오래 구웠나 보다. MSG를 좀 친다면, 마치 노가리를 씹는 맛이었다. 다음에 생선 구울때는 시간을 확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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