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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l 20. 2020

내가 만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면?

당신 스스로를 인터뷰하라

Q. 얼마 전에 내신 책 "나를 찾아가는 장거리 트레일 트리플 크라우너의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제일 먼저 트리플 크라우너가 뭔가요?


A. 감사합니다. 스포츠마다 트리플 크라운의 의미가 다르지만, 장거리 하이킹에서는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을 완주하는 것은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하고, 이 세 개 코스를 모두 완주한 사람을 트리플 크라우너라고 부릅니다.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은 Pacific Crest Trail (PCT), Continental Divide Trail (CDT), Appalachian Trail (AT)입니다. PCT는 미국 서부에 있는 약 4,300 km 코스입니다. 영화 <와일드>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CDT는 미국 중부에 있는 약 5,000 km 코스입니다. 세 개 트레일 중에서 제일 험난해서 가장 사람이 적습니다. AT는 미국 동부의 3,500 km 코스입니다. 영화 <어 워크 인 더 우즈 A Walk In The Woods>의 배경입니다. 보통 한 코스를 완주하는 데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5~6개월씩 소요됩니다.


Q. 왜 그 힘든 길을 걷기로 마음먹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우연히 셰릴 스트레이드가 쓴 책 <와일드 wild>를 읽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인생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은 20대의 여성인 저자가 PCT를 걸으며 온갖 고통과 시련을 통과하며 자신의 삶에서 잃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회복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책의 첫 번째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 되돌아보면 이때가 처음 장거리 트레일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장거리 트레일에 대한 책, 영화,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꿈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다 제 나이 50이 넘고 나서 향후 10년간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더 이상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미국 장거리 트레일도 그 버킷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장거리 트레일을 걷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던 대로 60이 되기 전에 세 개 트레일을 모두 완주해서 트리플 크라우너가 되었습니다.   


Q. 장거리 트레일을 모두 완주하고 난 다음에 이것만큼은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세 개 장거리 트레일을 모두 완주했다고 해서 삶이 극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는다면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훨씬 더 커진 점입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 볼 일을 볼 때마다 더 이상 땅을 파지 않아도 된다는 것, 스위치만 딸깍 키면 환한 전기불이 들어온다는 것, 텐트 칠 필요 없이 바로 누워서 잠들 수 있는 침대가 있다는 것 등, 이 모든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의 일상에서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삶이란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들로부터 동기를 부여받고, 나중에 길을 걸을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게 아닐까? 내가 알던 모르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왔다. 내가 받은 빚을 갚기 위해서는 남에게 도움되는 일을 오늘 당장 해야 한다.'    


Q. 장거리 트레일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A. 글쎄요. 누구나 한 번쯤은 장거리 트레일을 걸어봤으면 합니다. 분명히 무언가를 얻거나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께는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애인을 잃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분, 직장 또는 사회생활 10년을 마치고 그 시간을 돌아보고 싶은 분,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의 후반기를 고민하는 분.


Q. 이 책에 이어 다음으로 내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A. 제가 마라톤을 엄청 좋아합니다. 마라톤을 하며 배운 삶의 지혜와 일상들을 모아 책 한 권 내고 싶습니다. 그 책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마라톤을 하고 나서 찍은 사진도 실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여행 에세이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 불리는 우유니 소금사막에 내 얼굴 비춰봤던 것,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모레노 빙하조각을 넣은 위스키 한 잔을 마셨던 경험, 몽골의 드높은 초원에서 아침마다 말을 탔던 이야기 등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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