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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Sep 16. 2020

몰입

몰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긍정심리학의 대표주자인 칙센트미하이 교수님이 떠오른다. 그는 "경험 도출법"이라는 방식을 활용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몰입을 하는 사람들의 세 가지 요소를 발견했다.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자신의 능력에 맞거나 약간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몰입 상태에 들어가기 쉽다.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버거운 과제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쉬운 과제에는 따분함을 느낀다.


내가 언제 몰입을 하게 되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걷기나 달리기를 할 때, 색소폰을 불 때, 책을 읽을 때, 웹툰을 볼 때, 글을 쓸 때, 휴대폰 게임을 할 때. 달리기는 시작한 지 5-10분이 지나서 몸이 적응하면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 책은 지하철이나 기차 객실에서 서서 읽을 때 가장 집중이 잘 된다. 글은 아침 일찍 일어나 쓰는 게 제일 좋다. 


내 달리기에 칙센트미하이 교수님이 얘기한 몰입의 세 가지 요소를 적용해본다. 30분 또는 한 시간 동안 달리기, 10 Km 달리기 등 뚜렷한 목표가 있다. 정한 목표를 달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어제 기록보다 얼마나 빨라졌는지 바로 피드팩을 받는다. 나에게 맞거나 아님 약간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집중이 잘 된다. 너무 느린 속도로 달리면 지루하고,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면 지친다. 


집중의 상태에 도달하기 쉬운 나만의 조그만 의식(리추얼)이 있다. 글을 쓸 때의 나의 의식(리추얼)은 이렇다. 아침 일찍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전기 포트에서 물을 끓는 소리를 듣고 차 한잔을 준비한다. 글을 쓰는 책상 위를 정리한다. 책상이 너저분해 있으면 집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는다. 차 한 모금을 마신다. 머릿속에서 글을 어떻게 쓸지 궁리하거나, 노트를 펼치고 글의 얼개를 적어나간다. 그러고 나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같은 시각에 일정한 순서의 리추얼을 따라가면 훨씬 몰입하기 쉬운 것 같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자주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게, 더 큰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책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에 따르면 최적의 몰입 상태인 플로(flow)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가운데 어수선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과거의 나쁜 기억이나 미래 걱정에서 해방돼 오로지 현재를 느낄 뿐이다. 

힘든 일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즐겁다.  


나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이런 몰입의 상태에 좀 더 자주 빠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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