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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Sep 25. 2020

도전 - 라틴댄스 살사

예전에 우연히 일본 영화 쉘 위 댄스를 보게 되었다. 직장과 가정에서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는 중년의 샐러리맨이 사교댄스 교습소의 창가에 서있던 여인을 보고 나서 춤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었다.    

https://youtu.be/487Ps-TBKN0


영화를 보며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라틴댄스 살사를 추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살사를 배우기로 맘을 먹었다. 하지만 녹녹지 않은 현실을 핑계대면서 한해 한해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호주에 오고 나서 5년 넘게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 참석했던 영어 스피치 클럽 활동을 그만두면서, 그동안 버킷 리스트에만 머물러 있던 살사를 떠올렸다. 


라틴댄스 스튜디오에 전화를 걸어 수업을 신청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첫 수업을 받으러 갔다. 댄스 스튜디오에 가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청춘 남녀는 물론이고, 나이 드신 할머니, 뚱뚱한 사람, 홀쭉한 사람 등. 


간단한 소개가 끝난 후 살사의 기본 스텝을 배웠다. 123~ 567~. 퀵퀵슬로우 퀵퀵슬로우. 눈으로 보기에는 엄청 쉬어 보이는데, 직접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치 내 몸이 로봇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워낙 몸치인 데다가 리듬감이 없는 나를 원망했다. 


첫 수업 이후 매주 한 번씩 댄스 스튜디오를 찾았다. 시간이 지나며 스텝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마다 좌절했다. 수학 문제를 눈으로 보면 술술 풀리지만, 막상 직접 손으로 풀면 중간에 막히듯이 춤도 그랬다.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춤을 추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새로운 춤 동작이 처음에는 안 되는 게 당연하고 연습을 반복하면 그 동작이 어느샌가 몸에 밴다는 강사의 격려를 받아가며 연습을 하자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라틴댄스 음악을 듣고 첫 번째 스텝을 내딛는 박자를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남들은 쉽게 첫 번째 박자를 찾아내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미지의 수수께끼였다. 시선처리도 문제였다. 춤을 추는 동안 파트너의 눈을 바라봐야 하는데, 파트너 대신 안쪽에 서 있는 강사를 바라보며 동작을 따라 하기 급급했다. 


거의 일 년여를 쉬지 않고 매주 수업을 받았다. 초급을 거쳐 중급 클래스에 등록해서 난이도가 있는 동작들을 배워갔다. 댄스 페스티벌이라고 이름을 내건 날이 공지되었다. 그 날은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그동안 배운 동작을 활용해서 2시간 내내 자유롭게 살사를 추는 것이었다. 댄스곡 하나가 끝날 때마다 춤 파트너를 교체해가면서. 마침내 그 날이 왔다. 혹시 입냄새가 나지 않을까 해서 민트향 껌을 씹으며 살사를 마음껏 췄다. 얼굴과 몸에 땀이 흥건히 배일 때까지. 


무한도전 "댄스 스포츠"편의 유재석처럼 앞이 시원하게 파진 셔츠를 입고 살사 대회 무대에 오를 날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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