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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Oct 05. 2020

시험을 떨지 않고 보기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3 학력고사 (지금의 수능시험)를 치르는 날이었다. 예년의 학력고사 날이 항상 추웠듯이, 그 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시베리아 북풍은 수험생의 마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흰색 페인트로 둘러싸인 추운 교실의 딱딱한 걸상에 앉아 시험을 봤다. 무슨 과목 시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연필을 잡은 손이 미친 듯이 벌벌 떨렸다. 국민학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걸친 12년간의 성과가 오늘 하루에 결판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극도로 긴장했었나 보다.  

 



학생 시절 내내 시험을 치르는 날은 긴장을 하기 마련이었다. '시험을 못 보면 어떡하지? 부모님이 실망하실 텐데. 선생님도 실망하실 거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고 시험을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지 않는 한.

 

그렇게 12년의 초중고 학창생활을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대학교에서도 시험을 보는 스트레스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 어느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시험을 보는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나는 시험을 볼 때마다 긴장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내가 80점을 맞을 만큼 공부를 하고 나서 90점이나 100점을 바라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극도로 긴장을 했구나.' 

'예전에 그렇게 긴장을 하면서 시험을 봤는데 그 결과가 더 잘 나왔나?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았어.'

'만약 내가 80점만큼 공부를 했다면, 재수가 좋아 공부를 한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출제되면 90점까지도 나올 것이고, 운이 없으면 70점까지 떨어질 수도 있겠지.' 

그날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 답안지를 내고 강의실을 나왔다.


그다음부터 시험 보는 날 더 이상 긴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공부한 실력에다가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몇 퍼센트 정도로 나오겠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시험 점수에 별로 연연하지 않으면서 대학생활의 삶은 가벼워졌다. 공부를 한 것은 내 몫이고, 시험 점수는 '운삼기칠'이라고 믿으면서. 

   


시험뿐만 아니라 어떤 결과를 바라는 모든 일에 이런 사고방식을 적용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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