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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Oct 06. 2020

코로나로 인한 생이별

가장 최근에 했던 실수담 한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시드니에서 코로나가 한참 극성일 때는 쇼핑과 하루 한 시간의 운동 등 필수 불가결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었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재택근무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비카스(Vikas)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팀원 중의 한 명이었다. 인도의 서쪽 도시 푸네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8월에 시드니로 옮겨왔다. 부모님, 아내, 만 2살짜리 딸은 인도에 남겨 놓고 혼자서 왔다. 그는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올해 3월에 3주간의 휴가를 써서 인도에 다녀올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을 만날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그는 호주에서 인도로 가는 비행기 표는 물론 가족과의 인도 국내 여행 교통편도 이미 예매를 한 상태였다. 어느 날 그의 매니저가 인도로의 비행기를 예매한 직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지금 인도로 간다면, 다시 호주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인도로의 여행을 자제하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이다.


비카스는 그날 내 자리로 찾아오더니 나의 의견을 물어봤다. 설사 다시 호주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그냥 여행을 강행하라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의 매니저가 이미 인도 여행을 자제하라고 한 상황에서, 내가 그 매니저 의견에 반해서 그의 인도 여행을 부추기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가 돌아오지 못했을 경우에 프로젝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제법 컸다. 그래서 그의 매니저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이 그날 밤 계속 맘에 걸렸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장기화된다면 나중에는 아예 그의 인도 여행 자체가 양국 정부에서 불허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나중에 프로젝트에 조금 피해가 생기더라도, 오히려 그가 지금 가는 게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다음날 그에게 나의 이런 생각을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그를 불렀다. 그런데 그는 지난밤에 가족들과 상의한 후에 이미 비행기표와 국내여행 교통편을 취소했단다. 비행기표는 취소 수수료가 없었지만, 국내 여행 교통편은 그대로 교통비를 날려가면서 말이다. 밤사이에 이미 모두 취소를 해버린 상황에서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호주에서의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격주로 시행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면적인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되었다. 3월 말에 이르러서는 하루 사이에 무려 신규 확진자가 650명이나 나올 정도로 심각해졌다. 모든 해외로의 여행은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다행히 4월 말경부터는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30명을 넘지 않는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해외여행은 전면 중단상태가 이어졌다. 


어느 날 비카스가 영상 통화 화면상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얘기를 했다. 자기 딸과 영상 통화를 했는데 딸이 자기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빠 대신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가슴이 미어졌다. 후회가 몰려왔다. '그가 내 의견을 물어왔을 때 그냥 인도 여행을 저지르라고 얘기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되었을 텐데.'


그 이후에 그가 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상당기간 코로나 소강상태에 있던 호주에서 두 번째 웨이브(파도)가 닥쳤다. 7월 초부터 다시 늘기 시작한 확진자수는 7월 말에 일일 720명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가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하루하루는 이렇게 지나만 갔다. 9월 초가 이르러 신규 확진자수는 두 자리로 줄어들었다. 그에게 인도 여행을 조심스레 권했다.  


호주에서의 두 번째 웨이브가 진정되고 나니, 이번에는 인도가 문제였다. 계속 늘어난 인도 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7-9만 명 수준까지 다다랐다. 비카스의 가족들은 인도 상황이 좋지 않으니 계속 그에게 호주에 머물기를 권했다. 그러는 동안 그가 가족들을 떠나온 지 일 년을 훌쩍 넘겼다. 인도의 상황이 좋아지기는 힘들었다. 


마침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인도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고. 그는 일주일 전에 떠났다. 이제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 중에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만 더 보내면 그가 꿈에 그리던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가 흘릴 기쁨의 눈물이 선하다.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기뻐할지도. 그의 딸은 다시 아빠의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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