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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Oct 07. 2020

고구마 범벅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 중에서 가장 최고였던 것 한 가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본다. 머리속 기억의 저편에 있던 추억의 음식이 뭐가 있는지? 화로 위에 솥뚜껑을 거꾸로 올려놓고 들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나서 만드는 외갓집 볶음밥. 부엌에서 진하게 풍겨나오는 고소한 들기름 냄새는 밥 먹기 전의 고문이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겨울방학때 놀러가면, 할머니가 툇마루에 올려놓은 작은 항아리에서 꽝꽝 얼은 거 몇 개를 떼어 내어 화로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시던 취떡. 화로옆에 앉은 할머니는 떡을 구우며 미소를 짓곤 하셨다.  


매일 삼시세끼를 해주신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은 뭘까? 학창시절의 참기름 듬뿍 들어간 김치 볶음밥 도시락? 운동회와 소풍 때마다 싸 주셨던 달걀과 소세지가 들어간 김밥?


달콤한 고구마와 찐득찐득한 밀가루가 버무려진 고구마 범벅이 제일 생각난다. 밥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플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던 어린 시절에 달콤하고 포만감을 주는 고구마 범벅은 최고의 음식이었다. 식당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만이 해 주실 수 있기에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것같다. 


고구마범벅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고구마 범벅 대신 감자 범벅이나 감자 붕생이 레시피가 올라왔다. 감자붕생이는 강원도의 향토 음식이란다. 어머니가 감자대신 고구마를 쓰셨나보다.   


지난 9월 6일은 호주에서 아버지의 날이었다. 한국에는 어버이날이 합쳐져 있지만, 호주에는 5월에 어머니의 날이 있고, 9월에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다. 딸이 뭐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묻길래,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구마범벅을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 딸이 정성을 다해 만든 고구마범벅은 맛있었다. 비록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해주신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하늘 길이 열려서 한국을 가게 되면 어머니한테 고구마 범벅을 해달라고 응석을 부려야겠다. 큰 아들에게 고구마 범벅을 계속 해주실 수 있도록 항상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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