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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Oct 14. 2020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누군가를 용서한다면?

“당신을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나에게는 미움도 없고 복수심도 없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에게 어떤 어머니가 한 말이다. 2019년 3월 15일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20대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하던 사람들을 향해 반자동 총을 난사했다. 그래서 51명이 사망했다. 아들은 사망자 중의 한 명이었다. 


애타게 기다려 6일 만에 본 아들의 시신은 총에 맞아 머리가 터지고 온몸이 찢어진 상태였다. 마침 그날은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그 후로 어머니는 악몽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일 년 반이 지난 후 어머니는 법정에서 범인을 용서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한 것이었다.   


2007년에 나온 영화 "밀양"을 봤었다. 신애라는 여자 주인공의 어린 아들이 유괴를 당해서 결국 죽고 만다. 기독교에 귀의한 신애가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마음으로 용서를 한다. 그 후 교도소 면회를 갔으나 살인범은 신애에게 사죄하기는커녕 자기는 이미 신한테 용서를 받았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본 신애가 좌절하여 신을 증오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랑하기도 어렵지만 용서하기는 더 어렵다. 하물며 그 상대가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라면... 내가 그 입장에 처한다면? 곧바로 몸서리가 처진다. 


아들의 살인범을 용서한 어머니처럼 미움도 없고 복수심도 없는 상태에 이르려면 도대체 얼마나 깊은 나락에서 올라와야 할까?     


용서는 왜 해야 하는 걸까?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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