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번 택시 바가지
오전에 돌마바흐체(Dolmabahce)궁전으로 향했다. 터키의 대표적 서양식 궁전으로서, 6명의 술탄들이 이 곳에서 살았고, 터키 초대 대통령이 눈을 감은 곳이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비닐 신발을 신어야 하는 점이 흥미롭다. 약 35톤의 금과 은을 사용한 천정의 금박과4.5톤의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그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에 감탄했다.
하지만 건물 한 옆에서는 여러 명의 아저씨들이 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쓰면서 입에는 마스크를 하고 지친 모습으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1800년대에 이 궁전을 지을 때 목숨을 잃었거나 다쳤을 수많은 분들이 떠올랐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고통의 역사.
오늘 세 번 아니 정확히는 네 번 택시를 탔다. 우리 가족이 4명이라서 버스나 트레인 등 대중교통보다는 빠르고 편한 택시를 선택했다. 첫 번째는 아침에 숙소에서 돌마바흐체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점잖게 생겼다. 그가 택시 미터기를 켰다. 일단 안심이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50 터키리라 (1 터키리라는 원화로 약 400원, 그러니까 약 2만원, 2016년 4월 기준)를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안보는 사이에 택시기사가 무슨 짓을 했는지 택시 미터기의 요금은 정말 50 터키리라였다. 파악한 여행정보에 따르면 대략 20-25터키리라가 나온 다고 했는데 황당했다. 내가 30터키리라를 주겠다고 했더니 그가 흥정을 붙여온다. 40 터키리라 달라고. 결국 35 터키리라에 합의. 아침부터 바가지를 쓰다니 일진이 안 좋다. 택시 안에서 흥정하느라 한 참 있다가 내린 나를 보며 먼저 내렸던 가족들이 묻는다. 무슨 일 있냐고? 나는 아무 일도 없다고, 택시 요금이 비싸게 나온 것 같아서 좀 깎았다고 쿨한 척했다.
두 번째는 갈라타 탑에서 고등어케밥으로 유명한 에미뇌뉘(Eminonu) 선착장까지였다. 첫 번째 택시에서 바가지를 썼기에 두 번째는 속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을 했다. J택시를 잡아 탔는 데 택시 미터기가 보이지 않는다. 미터기가 어디 있냐고 물으니 묵묵 부답이다. 두 번을 더 물었더니, 가는 길에 사고가 나서 갈 수가 없다고 내리란다. 할 수 없이 다른 택시를 잡아 탔는데 물론 사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저녁으로 고등어 케밥을 먹은 후에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지 말고 트램을 타기로 맘을 먹었다. 그런데 매표소는 보이지 않고 자동판매기만 눈에 띄었다. 지갑을 뒤져보니 100터키리라 지폐 달랑 한 장만 있다. 자동판매기는 지폐를 받지 않고 동전만 받는다. 어쩔 수 없이 한번 더 택시를 타야 했다. 다행히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켰다. 목적지가 생각보다 가깝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미터기를 보니 15 터키리라. 내가 100 터키리라짜리 지폐를 내밀었더니 바꿔줄 돈이 없단다.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근처 가게에서 바꿔 오란다. 다행히 근처 가게에서 50 터키리라 두 장으로 바꿔줬다. 택시기사에게 50 터키리라 한 장을 내미니 거스름돈이 없다며 옆에 정차해 있는 택시에 갔다 오더니 30 터키리라만을 건네준다. 잔돈이 없으니 나머지 5터키리라는 팁으로 달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첫 번째 바가지를 당했을 때는 기분이 많이 상했는데 마지막 택시에서 내려서는 마음이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호주 달러로 환산해서5-10불(원화로는5천원에서 만원) 손해인데 계속 기분 나빠하면 나만 손해라고.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 기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 오늘 만난 택시 기사 아저씨들도 나처럼 소중한 가족이 있겠지.
바가지로 시작해서 바가지로 끝난 이스탄불에서의 하루는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뜻 모를 구슬픈 노래 (아잔 ezan; 이슬람에서 행하는 하루 다섯 번의 예배 전에 낭송되는 일종의 노래)와 함께 저물어간다.